[클로즈업 북한] 청춘 연애 넣고 궁금증 유도하고

입력 2025.07.19 (08:08) 수정 2025.07.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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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당국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창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그 형식과 내용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존 작품들과는 연출도 다르고, 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서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 드라마를 통해 북한 사회와 대중문화에 어떤 변화들이 나타났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백학벌의 새봄’이 22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 "우리 백학벌이 하루아침에 농기계들로 천지개벽했습니다.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흔한 농촌 발전 이야기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간부들의 비리 행위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담겼고.

["우리 농장이 지금처럼 이렇게 쇤(안 좋아진) 건 바로 간부들 때문이외다!"]

기존 북한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청춘 남녀의 감성적인 대사들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내 가슴에 아픈 칼을 박자고 우리가 인연을 맺은게 아니잖아."]

북한의 대외 선전 잡지 ‘금수강산’은 ‘백학벌의 새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남북의 창'이 탈북민들의 시선을 통해 북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 속 요소들을 짚어봤는데요.

가장 먼저 농촌사회의 비리와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 꼽힙니다.

["미래 엄마!"]

극중 상사인 작업반장의 집을 찾는 분조장 명실.

그릇 가득 담은 찰떡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부탁을 전하는데요.

["반장 동지, 시간 좀 받자고요. (또 장날이 된 거냐?)"]

장날 장사를 나가야 하니 농사일을 빼달라는 겁니다.

결국 남은 농민들이 일을 떠안게 되고, 현장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만 갑니다.

["주인은 어딜 가고 우리가 뭐 소작농인가."]

그 시각 집으로 돌아온 명실의 손에는 영농물자를 빼돌려 번 돈뭉치가 들려있죠.

["요건 내꺼."]

이런 장면은 말단 책임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는 평입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비일비재죠. 왜냐하면 작업반장하고 분조장은 가장 친밀한 관계예요."]

[나민희/2016년 탈북 : "작업반장도 엄청난 권력이더라고요. 일 한번 안 하더라고요. 농촌에 있을 때 보니까."]

고위 간부들의 농민 착취구조도 사실감 있게 표현됐습니다.

["그러니 군 살림살이용으로 쌀 100톤쯤 더 내란 말이요."]

권력을 쥔 이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려낸 장면은 북한 주민들에게 꽤나 통쾌하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나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줬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간부들의 비리 하는 게 있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우리가 어쩌지 못하잖아요. 근데 그걸 영화로 다뤘다. 간부들이 잘못하는 것을 시청자들한테 주민들한테 알려주는구나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한 것 같아요."]

북한 매체는 드라마의 사실감이 높아진 배경으로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농촌 생활을 꼽았는데요.

드라마 구성원 전체가 2023년 5월부터 수개월간 황해남도 백석농장에서 농장원들과 함께 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김정은 시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선전선동형 콘텐츠라는 분석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대체로 정권이 바뀌거나 새로운 전환점, 당대회를 새로 하거나 이런 상황에선 간부들의 부패 문제가 제기됐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이런 것들이 정풍운동 차원으로 지나갔던 경향이 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아주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서 하나하나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작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춘들의 연애가 주요 스토리라인으로 등장한 것도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끈 주된 요인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예전에는 연애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애들이 공부하고 일할 나이에 무슨 남자를 만나고 다니냐 부모님들도 그렇게 이야기하셨는데 TV에서 저렇게 나오는 걸 보니까 많이 달라졌다 싶더라고요."]

일터에서 부딪히며 시작된 남녀의 관계.

하지만 서툰 말다툼 속에서 조금씩 사랑이 싹트는데요.

["병욱 동무!"]

두 사람이 끊임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 자체가 북한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전개였다는 해석입니다.

["오산하지 말라. 이 병욱인 처녀가 눈물 흘리며 추파 던지면 고맙수다 하고 그 미끼 덥석 무는 그런 천박한 놈 아니야."]

[나민희/2016년 탈북 : "여자가 남자를 좋아했는데 남자가 '네가 좋다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아?' 이러면서 또 싫어하고. 그걸 보면서 그런 거에 좀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극 중 검사 ‘영덕’ 역할을 맡은 배우는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요.

감성적인 대사와 섬세한 표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반응입니다.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내가 언젠가 말했지? 경미는 늘 여기에 있다고.)"]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북한 드라마가 지향해야 할, 그리고 변치 않을 주제를 갖고 있고 그 주제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거든요. 재밌고 흥미롭게 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서 로맨스라든가 에피소드가 추가되고 있는데요. 두 커플의 이야기는 반전, 여러 가지 멜로적 요소들이 충분히 작동됨으로써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동력원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좀처럼 반성하지 않는 악역을 등장시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습니다.

아들의 연인이 탐탁지 않자 직접 나서 이별을 종용하는 여성.

["우리 영덕이를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요? 그래서 하는 부탁인데 처녀 쪽에서 먼저 돌아서 주세요."]

간부인 남편의 권력을 이용해 여인을 집에서 내쫓으라는 지시까지 내리는데요.

["우리 아들 영덕이 문젠데 경미인지 뭔지 하는 처녀 따라다니다가 장가 못 가겠어. 그래서 우린 진성이 엄마가 그 여자를 합숙소에서 쫓아버려 달라는 거야."]

그 밖에도 남편을 부추겨 영농물자를 빼돌리고, 말단 간부들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묘사됐습니다.

["참, 그리고 저번에 미결된 약값은 어떻게 됐니? (언니, 그건 우리 줄반장하고 가을에 벼로 받기로 했어요.) 헌데 주의하라. 이 언니 얼굴에 흙탕 튀지 않게."]

[나민희/2016년 탈북 : "아버지들은 욕하면서 볼 것 같아요. 여자가 왜 저렇게 나대 하면서."]

[박현숙/2015년 탈북 : "그렇지. 집안에 암탉이 울면 망한다는데 이런 식으로 욕하면서 보지."]

새로운 촬영 기법과 편성 방식도 눈에 띕니다.

엔딩 크레딧에는‘무인기 조종’과 ‘컴퓨터 기교’ 담당 제작진이 소개돼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제작 방식이 드러났고, 편성 역시 매주 2부작씩 묶어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형식을 취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도하는 방식도 차용했는데요.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변화에는 한국식 드라마를 흉내 낸 자체 제작물을 통해 북한 젊은 세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김정은이 이야기를 했데요. 남조선 것 보게 하지 말고 우리 걸 보게 해라. 우리 걸 발전시켜라 예전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들을 몰래 보고 따라 했었는데 이제는 이 정도의 대사면 젊은 친구들이 이걸 많이 모방하지 않을까 많이 따라 하지 않을까."]

북한이 이번 드라마로 내부적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은 만큼 비슷한 형식과 주제로 다음 작품을 준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제가 짐작하건대 다음 드라마 소재 중 하나가 지금 북한에서 굉장히 힘을 쓰고 있는 20X10정책, 도시 탈바꿈, 농촌 지역을 공업화하는 공장을 건설하고 기반 시설 갖추는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백학벌의 새봄 비전2. 백학벌의 새봄은 알곡 생산이라고 한다면 지역 개발, 군 소도시 발전 모델을 담은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냐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농촌 미화가 아닌, 청춘 남녀 연애를 집어넣고 북한 사회의 민낯과 변화를 실험적으로 담아낸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과연 이 실험이 다음 작품에선 어떻게 이어질지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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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청춘 연애 넣고 궁금증 유도하고
    • 입력 2025-07-19 08:08:59
    • 수정2025-07-19 08:30:31
    남북의 창
[앵커]

북한에서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당국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창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그 형식과 내용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존 작품들과는 연출도 다르고, 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서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 드라마를 통해 북한 사회와 대중문화에 어떤 변화들이 나타났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백학벌의 새봄’이 22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 "우리 백학벌이 하루아침에 농기계들로 천지개벽했습니다.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흔한 농촌 발전 이야기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간부들의 비리 행위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담겼고.

["우리 농장이 지금처럼 이렇게 쇤(안 좋아진) 건 바로 간부들 때문이외다!"]

기존 북한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청춘 남녀의 감성적인 대사들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내 가슴에 아픈 칼을 박자고 우리가 인연을 맺은게 아니잖아."]

북한의 대외 선전 잡지 ‘금수강산’은 ‘백학벌의 새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남북의 창'이 탈북민들의 시선을 통해 북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 속 요소들을 짚어봤는데요.

가장 먼저 농촌사회의 비리와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 꼽힙니다.

["미래 엄마!"]

극중 상사인 작업반장의 집을 찾는 분조장 명실.

그릇 가득 담은 찰떡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부탁을 전하는데요.

["반장 동지, 시간 좀 받자고요. (또 장날이 된 거냐?)"]

장날 장사를 나가야 하니 농사일을 빼달라는 겁니다.

결국 남은 농민들이 일을 떠안게 되고, 현장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만 갑니다.

["주인은 어딜 가고 우리가 뭐 소작농인가."]

그 시각 집으로 돌아온 명실의 손에는 영농물자를 빼돌려 번 돈뭉치가 들려있죠.

["요건 내꺼."]

이런 장면은 말단 책임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는 평입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비일비재죠. 왜냐하면 작업반장하고 분조장은 가장 친밀한 관계예요."]

[나민희/2016년 탈북 : "작업반장도 엄청난 권력이더라고요. 일 한번 안 하더라고요. 농촌에 있을 때 보니까."]

고위 간부들의 농민 착취구조도 사실감 있게 표현됐습니다.

["그러니 군 살림살이용으로 쌀 100톤쯤 더 내란 말이요."]

권력을 쥔 이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려낸 장면은 북한 주민들에게 꽤나 통쾌하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나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줬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간부들의 비리 하는 게 있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우리가 어쩌지 못하잖아요. 근데 그걸 영화로 다뤘다. 간부들이 잘못하는 것을 시청자들한테 주민들한테 알려주는구나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한 것 같아요."]

북한 매체는 드라마의 사실감이 높아진 배경으로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농촌 생활을 꼽았는데요.

드라마 구성원 전체가 2023년 5월부터 수개월간 황해남도 백석농장에서 농장원들과 함께 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김정은 시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선전선동형 콘텐츠라는 분석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대체로 정권이 바뀌거나 새로운 전환점, 당대회를 새로 하거나 이런 상황에선 간부들의 부패 문제가 제기됐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이런 것들이 정풍운동 차원으로 지나갔던 경향이 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아주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서 하나하나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작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춘들의 연애가 주요 스토리라인으로 등장한 것도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끈 주된 요인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예전에는 연애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애들이 공부하고 일할 나이에 무슨 남자를 만나고 다니냐 부모님들도 그렇게 이야기하셨는데 TV에서 저렇게 나오는 걸 보니까 많이 달라졌다 싶더라고요."]

일터에서 부딪히며 시작된 남녀의 관계.

하지만 서툰 말다툼 속에서 조금씩 사랑이 싹트는데요.

["병욱 동무!"]

두 사람이 끊임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 자체가 북한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전개였다는 해석입니다.

["오산하지 말라. 이 병욱인 처녀가 눈물 흘리며 추파 던지면 고맙수다 하고 그 미끼 덥석 무는 그런 천박한 놈 아니야."]

[나민희/2016년 탈북 : "여자가 남자를 좋아했는데 남자가 '네가 좋다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아?' 이러면서 또 싫어하고. 그걸 보면서 그런 거에 좀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극 중 검사 ‘영덕’ 역할을 맡은 배우는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요.

감성적인 대사와 섬세한 표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반응입니다.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내가 언젠가 말했지? 경미는 늘 여기에 있다고.)"]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북한 드라마가 지향해야 할, 그리고 변치 않을 주제를 갖고 있고 그 주제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거든요. 재밌고 흥미롭게 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서 로맨스라든가 에피소드가 추가되고 있는데요. 두 커플의 이야기는 반전, 여러 가지 멜로적 요소들이 충분히 작동됨으로써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동력원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좀처럼 반성하지 않는 악역을 등장시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습니다.

아들의 연인이 탐탁지 않자 직접 나서 이별을 종용하는 여성.

["우리 영덕이를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요? 그래서 하는 부탁인데 처녀 쪽에서 먼저 돌아서 주세요."]

간부인 남편의 권력을 이용해 여인을 집에서 내쫓으라는 지시까지 내리는데요.

["우리 아들 영덕이 문젠데 경미인지 뭔지 하는 처녀 따라다니다가 장가 못 가겠어. 그래서 우린 진성이 엄마가 그 여자를 합숙소에서 쫓아버려 달라는 거야."]

그 밖에도 남편을 부추겨 영농물자를 빼돌리고, 말단 간부들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묘사됐습니다.

["참, 그리고 저번에 미결된 약값은 어떻게 됐니? (언니, 그건 우리 줄반장하고 가을에 벼로 받기로 했어요.) 헌데 주의하라. 이 언니 얼굴에 흙탕 튀지 않게."]

[나민희/2016년 탈북 : "아버지들은 욕하면서 볼 것 같아요. 여자가 왜 저렇게 나대 하면서."]

[박현숙/2015년 탈북 : "그렇지. 집안에 암탉이 울면 망한다는데 이런 식으로 욕하면서 보지."]

새로운 촬영 기법과 편성 방식도 눈에 띕니다.

엔딩 크레딧에는‘무인기 조종’과 ‘컴퓨터 기교’ 담당 제작진이 소개돼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제작 방식이 드러났고, 편성 역시 매주 2부작씩 묶어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형식을 취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도하는 방식도 차용했는데요.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변화에는 한국식 드라마를 흉내 낸 자체 제작물을 통해 북한 젊은 세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김정은이 이야기를 했데요. 남조선 것 보게 하지 말고 우리 걸 보게 해라. 우리 걸 발전시켜라 예전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들을 몰래 보고 따라 했었는데 이제는 이 정도의 대사면 젊은 친구들이 이걸 많이 모방하지 않을까 많이 따라 하지 않을까."]

북한이 이번 드라마로 내부적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은 만큼 비슷한 형식과 주제로 다음 작품을 준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제가 짐작하건대 다음 드라마 소재 중 하나가 지금 북한에서 굉장히 힘을 쓰고 있는 20X10정책, 도시 탈바꿈, 농촌 지역을 공업화하는 공장을 건설하고 기반 시설 갖추는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백학벌의 새봄 비전2. 백학벌의 새봄은 알곡 생산이라고 한다면 지역 개발, 군 소도시 발전 모델을 담은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냐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농촌 미화가 아닌, 청춘 남녀 연애를 집어넣고 북한 사회의 민낯과 변화를 실험적으로 담아낸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과연 이 실험이 다음 작품에선 어떻게 이어질지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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