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스터리?

입력 2017.02.24 (09:22) 수정 2017.02.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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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경기 첫날부터 1,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한국 쇼트트랙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경기 첫날부터 1,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선수단의 효자 종목은 역시 쇼트트랙이었다. 전체 8개의 쇼트트랙 금메달 중 5개를 우리 선수들이 휩쓸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15개.

3분의 1에 해당하는 몫을 쇼트트랙이 해냈다. 금빛 질주는 쇼트트랙 첫날인 지난 20일 시작됐다. 1,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한 것이다. 1,000m에서도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주에서는 남자팀이 은메달에 그쳤지만, 여자팀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장거리 금빛 물결 단거리 암울

그런데 나란히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종목이 있다. 단거리인 500m다. 남녀팀 모두 중국의 벽에 막혔다. 특히, 전 종목 석권을 노렸던 여자팀은 결승에서 에이스 심석희가 실격돼 더욱 허탈했다.

우리 대표팀은 쇼트트랙 전성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독 500m에서 부진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왜 단거리에 약한 것일까?

지구력에 특화된 선수 육성

한국 쇼트트랙의 주 종목은 장거리인 1,500m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쇼트트랙에 입문하면서부터 체력 훈련에 주력한다. 장거리를 염두에 둔 지구력 향상을 위해서다. 장거리 종목에 더 많은 메달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육상으로 치자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라토너인 격이다. 500m 종목이 세계 최강 대한민국의 취약점이 된 이유다.

단거리가 강세인 중국을 보자. 이번 대회 남자 500m에서 중국의 강호 우다징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2위에 그친 서이라가 결승선 바로 앞에서 몸을 날릴 정도로 전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자 500m에서는 장이쩌가 가장 먼저 골인했다. 이른바 ‘나쁜 손’의 주인공 판커신과 심석희가 나란히 실격 처리되면서 획득한 행운의 금메달이었다.


심석희의 다리를 잡아끈 중국 선수의 손심석희의 다리를 잡아끈 중국 선수의 손

지구력 강세 출발 약세

결과야 어찌 됐든 중국의 강호인 우다징과 판커신 모두 주 종목은 500m다. 출발이 워낙 좋다 보니 우리나라 선수들도 초반 두 바퀴 반까지는 못 따라간다.

불과 약 4바퀴로 승부가 결정되는 500m에서는 대부분 첫 자리싸움이 최종 순위로 이어진다. 지구력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후반에 승부수를 걸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선발전 방식이란 변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도 또 다른 원인이다. 국가대표는 500m/1,000m/1,500m 성적을 모두 합쳐 선발한다. (지금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 3,000m도 과거 선발 종목에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거리인 500m에 초점을 맞추면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리는 태극마크를 달기가 힘들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쇼트트랙

현재 우리 여자 대표팀은 전성기 시절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장 심석희, 최민정 ‘투 톱’이 경쟁하며 나란히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민정은 취약 종목인 500m의 최강자이다.

1,000m 세계랭킹 1위 1,500m 세계랭킹 2위로 중장거리에서도 뛰어난 실력이지만, 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하며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선수들이 단거리 종목을 보강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쉽다. 순발력과 민첩성을 키우는 것이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 선수들의 스피드 능력이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가 계주(여자 3,000m-남자 5,000m)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그 증거다. 출발선에서 정지해 있다가 속력을 올리는 순간 스피드가 뒤질 뿐이다. 물론 단거리 종목까지 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구력과 함께 상·하체의 근력 균형을 맞추기 위한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월드컵 등 세계대회를 보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중국과 캐나다, 미국과 함께 유럽의 네덜란드, 그리고 ‘신흥세력’인 카자흐스탄과 헝가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세인 500m를 넘어 1,000m까지 주 종목을 넓히고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과거와 달리 마치 단거리 종목처럼 레이스 초반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전력 질주 시작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500m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 쇼트트랙이 장거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화를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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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강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스터리?
    • 입력 2017-02-24 09:22:09
    • 수정2017-02-24 09:22:25
    취재K
한국 쇼트트랙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경기 첫날부터 1,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선수단의 효자 종목은 역시 쇼트트랙이었다. 전체 8개의 쇼트트랙 금메달 중 5개를 우리 선수들이 휩쓸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15개. 3분의 1에 해당하는 몫을 쇼트트랙이 해냈다. 금빛 질주는 쇼트트랙 첫날인 지난 20일 시작됐다. 1,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한 것이다. 1,000m에서도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주에서는 남자팀이 은메달에 그쳤지만, 여자팀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장거리 금빛 물결 단거리 암울 그런데 나란히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종목이 있다. 단거리인 500m다. 남녀팀 모두 중국의 벽에 막혔다. 특히, 전 종목 석권을 노렸던 여자팀은 결승에서 에이스 심석희가 실격돼 더욱 허탈했다. 우리 대표팀은 쇼트트랙 전성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독 500m에서 부진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왜 단거리에 약한 것일까? 지구력에 특화된 선수 육성 한국 쇼트트랙의 주 종목은 장거리인 1,500m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쇼트트랙에 입문하면서부터 체력 훈련에 주력한다. 장거리를 염두에 둔 지구력 향상을 위해서다. 장거리 종목에 더 많은 메달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육상으로 치자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라토너인 격이다. 500m 종목이 세계 최강 대한민국의 취약점이 된 이유다. 단거리가 강세인 중국을 보자. 이번 대회 남자 500m에서 중국의 강호 우다징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2위에 그친 서이라가 결승선 바로 앞에서 몸을 날릴 정도로 전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자 500m에서는 장이쩌가 가장 먼저 골인했다. 이른바 ‘나쁜 손’의 주인공 판커신과 심석희가 나란히 실격 처리되면서 획득한 행운의 금메달이었다. 심석희의 다리를 잡아끈 중국 선수의 손 지구력 강세 출발 약세 결과야 어찌 됐든 중국의 강호인 우다징과 판커신 모두 주 종목은 500m다. 출발이 워낙 좋다 보니 우리나라 선수들도 초반 두 바퀴 반까지는 못 따라간다. 불과 약 4바퀴로 승부가 결정되는 500m에서는 대부분 첫 자리싸움이 최종 순위로 이어진다. 지구력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후반에 승부수를 걸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선발전 방식이란 변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도 또 다른 원인이다. 국가대표는 500m/1,000m/1,500m 성적을 모두 합쳐 선발한다. (지금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 3,000m도 과거 선발 종목에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거리인 500m에 초점을 맞추면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리는 태극마크를 달기가 힘들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쇼트트랙 현재 우리 여자 대표팀은 전성기 시절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장 심석희, 최민정 ‘투 톱’이 경쟁하며 나란히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민정은 취약 종목인 500m의 최강자이다. 1,000m 세계랭킹 1위 1,500m 세계랭킹 2위로 중장거리에서도 뛰어난 실력이지만, 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하며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선수들이 단거리 종목을 보강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쉽다. 순발력과 민첩성을 키우는 것이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 선수들의 스피드 능력이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가 계주(여자 3,000m-남자 5,000m)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그 증거다. 출발선에서 정지해 있다가 속력을 올리는 순간 스피드가 뒤질 뿐이다. 물론 단거리 종목까지 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구력과 함께 상·하체의 근력 균형을 맞추기 위한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월드컵 등 세계대회를 보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중국과 캐나다, 미국과 함께 유럽의 네덜란드, 그리고 ‘신흥세력’인 카자흐스탄과 헝가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세인 500m를 넘어 1,000m까지 주 종목을 넓히고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과거와 달리 마치 단거리 종목처럼 레이스 초반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전력 질주 시작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500m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 쇼트트랙이 장거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화를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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