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보다 올림픽 정신?…2020 도쿄올림픽 야구 후쿠시마 개최 승인

입력 2017.03.18 (10: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야구대표팀 응원단이 대폭 줄어들 듯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일부 경기를 원전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결국 승인했다.

IOC는 16일과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사회를 열고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야구·소프트볼의 일부 경기를 열겠다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쿄 올림픽의 야구·소프트볼 경기는 앞서 IOC로부터 승인을 받은 요코하마 스타디움과 후쿠시마의 아즈마 구장에서 함께 열리게 됐다. 오노 히카리코 조직위 대변인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본 지역 부흥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집행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 6∼8일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후쿠시마에서 일본팀의 첫 경기가 열리면 국제사회에 큰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후쿠시마 야구경기장 개최가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IOC는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으로부터 차로 불과 2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예정인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2020 도쿄올림픽 개최 예정인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

원전 폭발 사고 불과 6년..올림픽 경기를 개최한다?

2011년 3월 11일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날이었다. 사고 이후 6년,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과 그 인근 지역의 방사선량이 아무리 저선량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 과학자들 사이에서 정확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베 정부가 지난해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후쿠시마 경기장에서 개최하기 위해 IOC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부흥 올림픽'이라는 구호에 맞게 후쿠시마에서 도쿄 올림픽 일부 경기를 여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이다.

이를 위해 '후쿠시마 부흥 정책'에까지 시동을 걸었다. 원전 사고의 악몽을 잊고 이제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에 따라 3월 말부터 후쿠시마 내 일부 피해 지역에 대한 피난 명령을 해제하고 ‘원전 난민’에 대한 주거 지원도 중단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 난민들은 이제 후쿠시마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베 일본 총리의 열망... '일본 부흥 올림픽'

2020년 올림픽 개최 자체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결정적 계기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사고 6개월 뒤인 2011년 9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IOC 총회에서 총력을 기울인 도쿄는 2020년 개최지로 선정됐다.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온 일본이 원전 사고 이후 경제 침체 가속화는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추락하자 아베 정부가 찾아낸 돌파구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올림픽을 대지진과 원전사고 재해 지역인 도호쿠 지방 진흥에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사고로 인해 타지로 피난을 떠난 후쿠시마 주민들마저 생활 기반 미비, 방사능 농도 우려 등을 이유로 좀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리자 '후쿠시마 부흥 정책'까지 강요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시식을 하고 있다.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시식을 하고 있다.

NHK 후쿠시마 원전 상황 보도..심각한 위기 수준

지난 2월 10일 NHK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측이 지난달 30일 무인 로봇을 이용해 원전 2호기 내부를 조사한 결과 격납용기 안에서 매우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530시버트로, 사람이 단 1분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도쿄전력 측은 치명적인 방사선량과 관련,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녹아 격납용기 내부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이 같은 보도에 따른다면 원전 피해는 주변 지역까지 여전히 위협적일 수 있다. 올림픽을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의 합성어)'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도 불사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갈수록 명분이 약화되고 있는 올림픽의 존치를 위해 이에 동조하고 있는 IOC에 대한 국제 사회의 냉정한 비판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목숨보다 올림픽 정신?…2020 도쿄올림픽 야구 후쿠시마 개최 승인
    • 입력 2017-03-18 10:15:45
    취재K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야구대표팀 응원단이 대폭 줄어들 듯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일부 경기를 원전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결국 승인했다.

IOC는 16일과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사회를 열고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야구·소프트볼의 일부 경기를 열겠다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쿄 올림픽의 야구·소프트볼 경기는 앞서 IOC로부터 승인을 받은 요코하마 스타디움과 후쿠시마의 아즈마 구장에서 함께 열리게 됐다. 오노 히카리코 조직위 대변인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본 지역 부흥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집행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 6∼8일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후쿠시마에서 일본팀의 첫 경기가 열리면 국제사회에 큰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후쿠시마 야구경기장 개최가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IOC는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으로부터 차로 불과 2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예정인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
원전 폭발 사고 불과 6년..올림픽 경기를 개최한다?

2011년 3월 11일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날이었다. 사고 이후 6년,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과 그 인근 지역의 방사선량이 아무리 저선량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 과학자들 사이에서 정확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베 정부가 지난해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후쿠시마 경기장에서 개최하기 위해 IOC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부흥 올림픽'이라는 구호에 맞게 후쿠시마에서 도쿄 올림픽 일부 경기를 여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이다.

이를 위해 '후쿠시마 부흥 정책'에까지 시동을 걸었다. 원전 사고의 악몽을 잊고 이제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에 따라 3월 말부터 후쿠시마 내 일부 피해 지역에 대한 피난 명령을 해제하고 ‘원전 난민’에 대한 주거 지원도 중단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 난민들은 이제 후쿠시마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베 일본 총리의 열망... '일본 부흥 올림픽'

2020년 올림픽 개최 자체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결정적 계기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사고 6개월 뒤인 2011년 9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IOC 총회에서 총력을 기울인 도쿄는 2020년 개최지로 선정됐다.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온 일본이 원전 사고 이후 경제 침체 가속화는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추락하자 아베 정부가 찾아낸 돌파구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올림픽을 대지진과 원전사고 재해 지역인 도호쿠 지방 진흥에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사고로 인해 타지로 피난을 떠난 후쿠시마 주민들마저 생활 기반 미비, 방사능 농도 우려 등을 이유로 좀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리자 '후쿠시마 부흥 정책'까지 강요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시식을 하고 있다.
NHK 후쿠시마 원전 상황 보도..심각한 위기 수준

지난 2월 10일 NHK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측이 지난달 30일 무인 로봇을 이용해 원전 2호기 내부를 조사한 결과 격납용기 안에서 매우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530시버트로, 사람이 단 1분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도쿄전력 측은 치명적인 방사선량과 관련,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녹아 격납용기 내부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이 같은 보도에 따른다면 원전 피해는 주변 지역까지 여전히 위협적일 수 있다. 올림픽을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의 합성어)'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도 불사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갈수록 명분이 약화되고 있는 올림픽의 존치를 위해 이에 동조하고 있는 IOC에 대한 국제 사회의 냉정한 비판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