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암환자는 일 안 해 좋아” 막가는 日자민당 의원

입력 2017.05.24 (20:35) 수정 2017.05.24 (20: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특파원리포트] “암환자는 일 안 해 좋아” 막가는 日자민당 의원

[특파원리포트] “암환자는 일 안 해 좋아” 막가는 日자민당 의원

일본 정치인들의 안하무인 언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아베 내각 각료들이 원전사고 피난민, 기자, 학예사 등을 대상으로 막말을 쏟아내더니, 최근에는 암환자를 모독하는 망언까지 등장했다.

자민당 의원, "암환자는 일하지 않아서 좋다"

이번에는 집권 자민당의 도교 도당 부위원장인 오니시 히데오(70세) 중의원이 일을 냈다.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일하지 않아서 좋은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5일 간접흡연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자민당 후생노동부 모임이 열렸다. 미하라 준코 참의원은, '직장에서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니시 의원은 '암환자는 일하지 않아서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발언을 암 환자에 대한 '야유'라고 지적했다.

비공개회의였지만, 발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암 환자와 가족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에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야당 측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며 '인간 실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니시 의원 사과오니시 의원 사과

논란이 커지자, 오니시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암 환자와 암을 앓았던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서 '깊이 사과하고 싶다'며 머리를 숙였다.

'음식점 직원의 간접흡연을 논의하는 가운데, 흡연 가능한 가게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면서, '암환자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암환자 단체 '분노보다 슬픔이..."

암환자와 가족들은 오니시 의원의 발언을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전국 암환자 단체 연합회'는 항의 성명을 통해, 문제의 발언은 암환자의 희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암환자단체 연합회암환자단체 연합회

연합회는 '오니시 의원의 발언은 암환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암대책 기본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하고 싶다는 암환자의 삶과 희망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암환자단체 연합회 아마노 이사장암환자단체 연합회 아마노 이사장

암환자 단체 연합회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암환자의 취업 지원을 추진해온 국가의 노력에 역행하는 발언으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낀다'면서, 많은 환자단체와 가족으로부터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오는지 믿기 어렵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각료가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불치병 암에 빗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야마모토 고조 지방창생 담당상이 지방 활성화 관련 행사에서 '가장 큰 암은 문화 학예사'라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나서야,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취소했다.

일본 보수 정객은 막말 제조기? … 해마다 구설수

오니시 의원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6월 당 연구모임에서 안보 관련 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응징은 광고료 수입을 없애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발언했다. 당연히 비난이 쏟아졌고, 당에서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다.

오니시 중의원오니시 중의원

이듬해인 2016년 3월에는 소속 파벌 회의에서 선거 지원을 위해 신사를 방문했을 때를 소개하면서, '무녀(무당) 주제에 뭐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해마다 막말과 사과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보수 정당의 집단 무의식 속에는 무엇이 있나?

오니시 중의원오니시 중의원

오니시 의원은 결국 자민당 도쿄 도당 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막말 파문 이튿날인 23일, '자신의 언동으로 7월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기자들에게도 '간접흡연 문제가 선거에서 논의될 것이고, 나의 발언이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도당 위원장은 '충분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현 고이케 유리코 지사 측에 밀려 선거 판세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를 조기에 없애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상 경질이다.

한두 번의 일탈이면 실수일 수 있지만,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면 미필적 고의 또는 기본 품성과 인격의 문제일 수 있다. 비슷한 잘못이 한 집단에서 반복되고 있다면, 집단 무의식 속에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살 만하다. 이를테면, 권위주의라든지, 유권자를 깔보는 선민의식이라든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암환자는 일 안 해 좋아” 막가는 日자민당 의원
    • 입력 2017-05-24 20:35:09
    • 수정2017-05-24 20:38:27
    특파원 리포트
일본 정치인들의 안하무인 언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아베 내각 각료들이 원전사고 피난민, 기자, 학예사 등을 대상으로 막말을 쏟아내더니, 최근에는 암환자를 모독하는 망언까지 등장했다.

자민당 의원, "암환자는 일하지 않아서 좋다"

이번에는 집권 자민당의 도교 도당 부위원장인 오니시 히데오(70세) 중의원이 일을 냈다.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일하지 않아서 좋은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5일 간접흡연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자민당 후생노동부 모임이 열렸다. 미하라 준코 참의원은, '직장에서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니시 의원은 '암환자는 일하지 않아서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발언을 암 환자에 대한 '야유'라고 지적했다.

비공개회의였지만, 발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암 환자와 가족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에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야당 측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며 '인간 실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니시 의원 사과
논란이 커지자, 오니시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암 환자와 암을 앓았던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서 '깊이 사과하고 싶다'며 머리를 숙였다.

'음식점 직원의 간접흡연을 논의하는 가운데, 흡연 가능한 가게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면서, '암환자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암환자 단체 '분노보다 슬픔이..."

암환자와 가족들은 오니시 의원의 발언을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전국 암환자 단체 연합회'는 항의 성명을 통해, 문제의 발언은 암환자의 희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암환자단체 연합회
연합회는 '오니시 의원의 발언은 암환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암대책 기본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하고 싶다는 암환자의 삶과 희망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암환자단체 연합회 아마노 이사장
암환자 단체 연합회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암환자의 취업 지원을 추진해온 국가의 노력에 역행하는 발언으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낀다'면서, 많은 환자단체와 가족으로부터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오는지 믿기 어렵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각료가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불치병 암에 빗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야마모토 고조 지방창생 담당상이 지방 활성화 관련 행사에서 '가장 큰 암은 문화 학예사'라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나서야,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취소했다.

일본 보수 정객은 막말 제조기? … 해마다 구설수

오니시 의원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6월 당 연구모임에서 안보 관련 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응징은 광고료 수입을 없애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발언했다. 당연히 비난이 쏟아졌고, 당에서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다.

오니시 중의원
이듬해인 2016년 3월에는 소속 파벌 회의에서 선거 지원을 위해 신사를 방문했을 때를 소개하면서, '무녀(무당) 주제에 뭐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해마다 막말과 사과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보수 정당의 집단 무의식 속에는 무엇이 있나?

오니시 중의원
오니시 의원은 결국 자민당 도쿄 도당 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막말 파문 이튿날인 23일, '자신의 언동으로 7월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기자들에게도 '간접흡연 문제가 선거에서 논의될 것이고, 나의 발언이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도당 위원장은 '충분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현 고이케 유리코 지사 측에 밀려 선거 판세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를 조기에 없애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상 경질이다.

한두 번의 일탈이면 실수일 수 있지만,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면 미필적 고의 또는 기본 품성과 인격의 문제일 수 있다. 비슷한 잘못이 한 집단에서 반복되고 있다면, 집단 무의식 속에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살 만하다. 이를테면, 권위주의라든지, 유권자를 깔보는 선민의식이라든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