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유망주 고3 박은진의 ‘연경 언니 만나는 날’

입력 2018.04.24 (10:44) 수정 2018.04.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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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을 지켜보는 김연경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을 지켜보는 김연경

여자배구대표팀이 다음 달 15일부터 열리는 올해 첫 국제대회, 네이션스 리그 출전 준비를 위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다. 어제(22일)부터 핵심 김연경이 합류해 완전체가 됐고 준비 작업이 더욱 빨라지게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2020도쿄올림픽을 겨냥해 고교생 유망주도 2명이나 포함돼 있다. 특급 센터로 평가받는 박은진(188cm, 진주 선명여고)과 라이트 공격수 나현수(186cm, 대전 용산고)이다. 한국 여자의 '현재'인 김연경과 '미래'인 고교 유망주들이 처음 만나는 날 그 분위기는 어떨까?

고3 은진이의 딴생각

고3인 박은진은 대표팀 합류로 진천선수촌에 있기 때문에 대표팀 훈련 기간에는 근처 진천고등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다. 매일 아침 등교해 3교시까지 수업을 받고 선수촌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은진의 교실을 찾아갔다. 22일 오전 8시 30분, 진천고 3학년 3반,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1교시 수업을 듣는 은진이의 표정이 왠지 멍~해 보인다.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볼펜을 굴려보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수업 중인 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수업 중인 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

오후 3시 선수촌 배구장에서 만난 은진이에게 슬쩍 물었다.

"오늘 연경 언니가 온다고 해서 솔직히 아까 수업 시간에 연경 언니 생각이랑 다른 생각 좀 했죠?"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금세 얼굴이 붉어진 은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솔직한 답변을 쏟아낸다.

"하하하, 네. 언니가 오후 훈련부터 같이 한다고 했는데 내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걸크러쉬! 예쁜 사람!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사람, 똑 닮고 싶은 선수, 그런 사람을 직접 본다는 설렘에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은진은 "점심시간에 김연경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며 "실물로 보니 정말 예쁘다"고 신이 났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고 같이 훈련하다니! 은진이는 김연경의 모든 움직임에 눈을떼지 았았다. 마냥 신기하다는 듯,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예의주시한다.

그런 기대를 아는 지 모르는 지 대표팀 차해원 감독은 최근까지 소속팀 일정 등을 소화하고 제대로 컨디션 회복을 하지 못한 김연경에게 휴식 결정을 내렸다. 은진이의 아쉬운 눈길을 뒤로하고 김연경은 훈련장을 떠났다. 그러나 아쉬워할 것 없다. 이미 박은진은 세계적인 선수, 대선배 김연경을 만났고 그 자체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빠르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에서 김연경을 처음 취재했다.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 JT 마블러스의 김연경을 만났고,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를 알린 그녀의 발자취를 모두 기억한다.
2018년 4월 22일 만난 김연경은 여전히 변함없다. 한국 여자 배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고 그녀 가슴에 들끓고 있다. 유망주들의 합류가 반갑기도 하지만 솔직히 사람 마음은 알다가도 알 수 없어서 이제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김연경의 답은 즉각적이며 단호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놉!" 이다.


은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 차해원 감독이 휴식을 결정한 그 시간 김연경은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은진이 훈련하고 있던 그 코트 바로 위층에서 홀로 체력훈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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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 유망주 고3 박은진의 ‘연경 언니 만나는 날’
    • 입력 2018-04-24 10:44:19
    • 수정2018-04-24 10:45:21
    취재K
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을 지켜보는 김연경
여자배구대표팀이 다음 달 15일부터 열리는 올해 첫 국제대회, 네이션스 리그 출전 준비를 위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다. 어제(22일)부터 핵심 김연경이 합류해 완전체가 됐고 준비 작업이 더욱 빨라지게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2020도쿄올림픽을 겨냥해 고교생 유망주도 2명이나 포함돼 있다. 특급 센터로 평가받는 박은진(188cm, 진주 선명여고)과 라이트 공격수 나현수(186cm, 대전 용산고)이다. 한국 여자의 '현재'인 김연경과 '미래'인 고교 유망주들이 처음 만나는 날 그 분위기는 어떨까?

고3 은진이의 딴생각

고3인 박은진은 대표팀 합류로 진천선수촌에 있기 때문에 대표팀 훈련 기간에는 근처 진천고등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다. 매일 아침 등교해 3교시까지 수업을 받고 선수촌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은진의 교실을 찾아갔다. 22일 오전 8시 30분, 진천고 3학년 3반,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1교시 수업을 듣는 은진이의 표정이 왠지 멍~해 보인다.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볼펜을 굴려보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수업 중인 고교생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은진
오후 3시 선수촌 배구장에서 만난 은진이에게 슬쩍 물었다.

"오늘 연경 언니가 온다고 해서 솔직히 아까 수업 시간에 연경 언니 생각이랑 다른 생각 좀 했죠?"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금세 얼굴이 붉어진 은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솔직한 답변을 쏟아낸다.

"하하하, 네. 언니가 오후 훈련부터 같이 한다고 했는데 내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걸크러쉬! 예쁜 사람!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사람, 똑 닮고 싶은 선수, 그런 사람을 직접 본다는 설렘에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은진은 "점심시간에 김연경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며 "실물로 보니 정말 예쁘다"고 신이 났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고 같이 훈련하다니! 은진이는 김연경의 모든 움직임에 눈을떼지 았았다. 마냥 신기하다는 듯,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예의주시한다.

그런 기대를 아는 지 모르는 지 대표팀 차해원 감독은 최근까지 소속팀 일정 등을 소화하고 제대로 컨디션 회복을 하지 못한 김연경에게 휴식 결정을 내렸다. 은진이의 아쉬운 눈길을 뒤로하고 김연경은 훈련장을 떠났다. 그러나 아쉬워할 것 없다. 이미 박은진은 세계적인 선수, 대선배 김연경을 만났고 그 자체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빠르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에서 김연경을 처음 취재했다.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 JT 마블러스의 김연경을 만났고,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를 알린 그녀의 발자취를 모두 기억한다.
2018년 4월 22일 만난 김연경은 여전히 변함없다. 한국 여자 배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고 그녀 가슴에 들끓고 있다. 유망주들의 합류가 반갑기도 하지만 솔직히 사람 마음은 알다가도 알 수 없어서 이제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김연경의 답은 즉각적이며 단호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놉!" 이다.


은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 차해원 감독이 휴식을 결정한 그 시간 김연경은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은진이 훈련하고 있던 그 코트 바로 위층에서 홀로 체력훈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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