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때문에 미뤄진 ‘드가 전시회’

입력 2018.07.16 (06:00) 수정 2018.07.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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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주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인 에드가 드가(1834~1917)의 국내 전시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동으로 미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당초 내일(17일)로 예정됐던 <해외 명화를 만나다 '드가: 새로운 시각'> 전시전 개막을 다음달 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를 우려했던 해외 미술계 분위기 때문에 드가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절차가 늦어지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 상황 지켜보자"…깐깐한 작품 대여 기준

사정은 이렇습니다. 1년 가까이 별탈없이 드가 전시전을 추진하던 세종문화회관 측은 지난 5월 말 드가의 작품을 소유한 해외 예술 기관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한국의 국제정치적 협상(International political negotiations in Korea)에 대한 추이를 지켜본 뒤 작품 대여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레 북미 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직후였습니다.

해외 예술 기관 입장에선 만약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작품 관리나 반환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국보급 문화재인 드가 작품을 관리 중인 프랑스 당국에서도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전시전 준비 절차는 중단됐고 북미 정상회담이 별탈 없이 끝난 6월 중순 이후에야 작품 대여 논의가 재개됐습니다. 다행히 막판 협상 끝에 당초 기획했던 대로 드가의 작품들이 대규모로 국내에 들어오기로 결정됐지만, 전시전 개막은 예정보다 3주 정도 늦어지게 됐습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조금 유별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드가의 작품 한 점이 최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작품 대여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2016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던 ‘드가: 새로운 시각’ 전시의 홍보 포스터2016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던 ‘드가: 새로운 시각’ 전시의 홍보 포스터

■ 아시아 최초의 드가 단독 대형전시

다소 해프닝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는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 합니다. 드가의 예술 인생 30년에 걸친 주요 작품 10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16년 6월과 10월에 호주 멜버른과 미국 휴스턴에서 열렸던 같은 내용의 전시는 총 100만 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미술계에선 '흥행 보증수표'인 드가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열리게 된 배경엔 한국의 수준 높은 관람 문화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발레수업’‘발레수업’

■ '무희의 화가' 에드가 드가… 그가 담아낸 19세기 '워라밸' 풍경은

에드가 드가는 '무희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발레리나를 모델로 한 대표작 중 하나인 <발레 수업>은 명확하면서도 간결한 선의 처리, 투명하고 세밀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연습을 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포착해 발레리나 소녀들의 천진난만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드가가 자주 가던 단골 카페를 배경으로 그린 <압생트 한 잔>도 대중들에겐 익숙한 작품입니다. 19세기 파리 도시인들의 무심한 표정과 고독한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말년에 지병인 눈병이 악화된 드가는 그림보다는 조각 작업에 몰두합니다. 청동 조각에 발레복 의상과 슈즈를 착용시킨 <14세의 어린 무용수>는 당대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던 '문제작'이었습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에드가 드가는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들이 발레나 독서·음악 등 다양한 문화 생활을 즐기는 모습에 주목했다"라면서 "요즘으로 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드가 드가의 작품들은 모두 8월 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 1·2관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티켓 가격은 성인 1만 5천 원, 청소년 1만 2천원, 어린이 1만 원이고 구매는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공연과 식사, 혹은 숙박을 함께 엮은 <한야광 패키지>를 이용하면 25%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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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주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인 에드가 드가(1834~1917)의 국내 전시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동으로 미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당초 내일(17일)로 예정됐던 <해외 명화를 만나다 '드가: 새로운 시각'> 전시전 개막을 다음달 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를 우려했던 해외 미술계 분위기 때문에 드가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절차가 늦어지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 상황 지켜보자"…깐깐한 작품 대여 기준

사정은 이렇습니다. 1년 가까이 별탈없이 드가 전시전을 추진하던 세종문화회관 측은 지난 5월 말 드가의 작품을 소유한 해외 예술 기관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한국의 국제정치적 협상(International political negotiations in Korea)에 대한 추이를 지켜본 뒤 작품 대여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레 북미 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직후였습니다.

해외 예술 기관 입장에선 만약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작품 관리나 반환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국보급 문화재인 드가 작품을 관리 중인 프랑스 당국에서도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전시전 준비 절차는 중단됐고 북미 정상회담이 별탈 없이 끝난 6월 중순 이후에야 작품 대여 논의가 재개됐습니다. 다행히 막판 협상 끝에 당초 기획했던 대로 드가의 작품들이 대규모로 국내에 들어오기로 결정됐지만, 전시전 개막은 예정보다 3주 정도 늦어지게 됐습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조금 유별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드가의 작품 한 점이 최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작품 대여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2016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던 ‘드가: 새로운 시각’ 전시의 홍보 포스터
■ 아시아 최초의 드가 단독 대형전시

다소 해프닝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는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 합니다. 드가의 예술 인생 30년에 걸친 주요 작품 10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16년 6월과 10월에 호주 멜버른과 미국 휴스턴에서 열렸던 같은 내용의 전시는 총 100만 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미술계에선 '흥행 보증수표'인 드가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열리게 된 배경엔 한국의 수준 높은 관람 문화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발레수업’
■ '무희의 화가' 에드가 드가… 그가 담아낸 19세기 '워라밸' 풍경은

에드가 드가는 '무희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발레리나를 모델로 한 대표작 중 하나인 <발레 수업>은 명확하면서도 간결한 선의 처리, 투명하고 세밀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연습을 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포착해 발레리나 소녀들의 천진난만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드가가 자주 가던 단골 카페를 배경으로 그린 <압생트 한 잔>도 대중들에겐 익숙한 작품입니다. 19세기 파리 도시인들의 무심한 표정과 고독한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말년에 지병인 눈병이 악화된 드가는 그림보다는 조각 작업에 몰두합니다. 청동 조각에 발레복 의상과 슈즈를 착용시킨 <14세의 어린 무용수>는 당대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던 '문제작'이었습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에드가 드가는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들이 발레나 독서·음악 등 다양한 문화 생활을 즐기는 모습에 주목했다"라면서 "요즘으로 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드가 드가의 작품들은 모두 8월 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 1·2관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티켓 가격은 성인 1만 5천 원, 청소년 1만 2천원, 어린이 1만 원이고 구매는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공연과 식사, 혹은 숙박을 함께 엮은 <한야광 패키지>를 이용하면 25%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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