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인건비 올리면 망한다? 편의점 수익 구조의 진실

입력 2018.07.17 (14:57) 수정 2018.07.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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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기자회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심야 동맹휴업', '심야할증', '카드 결제 거부'에 나서겠다는 편의점주들의 단체행동은 일단 유보됐습니다. 편의점주들은 정부와 편의점 가맹본부의 대책을 들어본 뒤 단체행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건데요. 우려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던 편의점 점주들에게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 편의점 수익 구조의 진실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33㎡ 남짓한 편의점의 지난달 매출 장부를 살펴봤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 특성상 평일과 주말 3교대로 점주가 평일 8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르바이트생 5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달 매출은 8천여만 원, 본사에 내는 제품 구입 비용 5천7백여만 원을 제외하면 2천3백만 원 정도가 남습니다. 여기에 또 한 달 임대료 550만 원과 35% 정도 차지하는 가맹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건 980만 원 정도입니다. 카드 수수료가 110만 원, 그리고 5명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450만 원이 인건비로 빠져나갑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각종 세금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점주 손에 들어가는 돈은 240만 원 정도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수익은 50만 원 정도 더 줄어들어 100만 원대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편의점 점주 신경옥 씨는 "매출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부분은 임대료와 인건비"라며, "많이 벌고 또 많이 주면 가장 아름다운 구조가 되는데 요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매출은 자꾸 떨어지는데 인건비 부분이 계속 상승해서 힘든 점이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신 씨는 "올해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의 근무를 2시간 줄였다"며, "점주들이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직접 근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편의점 수익구조를 보면 사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그리고 인건비, 또 카드수수료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등을 점주들 마음대로 낮추기 힘든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려면 결국은 점주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즉, 매출은 그대로인데 본사에 내는 각종 비용과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결국 점주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 대한민국은 '편의점 공화국'…진짜 문제는?

편의점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에 편의점들이 너무 많이 생겨 수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여의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요 4개 브랜드 편의점을 합해 66개의 편의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개별 점포의 수익 구조는 나빠지는 데도 편의점 본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역신장하는 동안에도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은 10% 넘는 성장을 했습니다. 문제는 본사와 편의점주 간 계약방식에 있는데요.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이익 배분은 계약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매출액의 30~40% 정도를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정률제인 셈인데, 이렇게 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많은 점포 수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됩니다. 또 점포가 많아지면 납품업체에서 일괄 구매하는 물량이 커지면서 가격 협상이 유리해지는 등 여러모로 점포가 많을수록 본사에게는 이익이 돌아갑니다. 결국, 본사는 개별 점주들의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는 이른바 '공격 출점'에 나서서 점포 수를 늘리게 되는 거죠.

이런 구조 속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타격은 개별 점주가 오롯이 부담하게 되는데요. 처음 계약 당시와는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고, 본사의 공격적인 출점 때문에 편의점들끼리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 매출을 악화시키는데도 본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을과 을의 싸움'밖에 될 수 없나...편의점 상생 방안은?

편의점주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건 '을과 을의 싸움'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편의점 매출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40% 가량을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들이 타격을 받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최저임금이 예전에도 계속 올라왔지만 지금과 같은 반발이 없었던 건 이전에는 그걸 부담할 만큼 장사가 됐다는 뜻일 텐데요. 결국, 편의점의 수익성 악화가 최저임금 문제로 번지면서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겁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집단행동을 유보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세금이 많이 포함된 담배 수입 등으로 인한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또 가맹 수수료 인하와 같은 브랜드만 250m 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근접 출점 금지를 전 브랜드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와 가맹 본사로 넘어간 셈입니다.

편의점주들의 수익 악화는 본사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본사에 내는 가맹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는데요. 수수료 인하 외에도 신규 점포 축소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상생지원금 등의 자체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대표적인 문제는 높은 임대료입니다. 하지만 해결 실마리가 될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벌써 몇 년 동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세 배 수준인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것도 대안이 되겠는데요. 1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본부에 대한 점검을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편의점 수익구조 어떻기에…인건비 올리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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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14:57:55
    • 수정2018-07-17 15:01:14
    취재후·사건후
▲7월 16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기자회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심야 동맹휴업', '심야할증', '카드 결제 거부'에 나서겠다는 편의점주들의 단체행동은 일단 유보됐습니다. 편의점주들은 정부와 편의점 가맹본부의 대책을 들어본 뒤 단체행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건데요. 우려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던 편의점 점주들에게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 편의점 수익 구조의 진실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33㎡ 남짓한 편의점의 지난달 매출 장부를 살펴봤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 특성상 평일과 주말 3교대로 점주가 평일 8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르바이트생 5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달 매출은 8천여만 원, 본사에 내는 제품 구입 비용 5천7백여만 원을 제외하면 2천3백만 원 정도가 남습니다. 여기에 또 한 달 임대료 550만 원과 35% 정도 차지하는 가맹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건 980만 원 정도입니다. 카드 수수료가 110만 원, 그리고 5명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450만 원이 인건비로 빠져나갑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각종 세금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점주 손에 들어가는 돈은 240만 원 정도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수익은 50만 원 정도 더 줄어들어 100만 원대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편의점 점주 신경옥 씨는 "매출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부분은 임대료와 인건비"라며, "많이 벌고 또 많이 주면 가장 아름다운 구조가 되는데 요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매출은 자꾸 떨어지는데 인건비 부분이 계속 상승해서 힘든 점이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신 씨는 "올해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의 근무를 2시간 줄였다"며, "점주들이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직접 근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편의점 수익구조를 보면 사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그리고 인건비, 또 카드수수료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등을 점주들 마음대로 낮추기 힘든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려면 결국은 점주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즉, 매출은 그대로인데 본사에 내는 각종 비용과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결국 점주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 대한민국은 '편의점 공화국'…진짜 문제는?

편의점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에 편의점들이 너무 많이 생겨 수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여의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요 4개 브랜드 편의점을 합해 66개의 편의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개별 점포의 수익 구조는 나빠지는 데도 편의점 본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역신장하는 동안에도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은 10% 넘는 성장을 했습니다. 문제는 본사와 편의점주 간 계약방식에 있는데요.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이익 배분은 계약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매출액의 30~40% 정도를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정률제인 셈인데, 이렇게 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많은 점포 수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됩니다. 또 점포가 많아지면 납품업체에서 일괄 구매하는 물량이 커지면서 가격 협상이 유리해지는 등 여러모로 점포가 많을수록 본사에게는 이익이 돌아갑니다. 결국, 본사는 개별 점주들의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는 이른바 '공격 출점'에 나서서 점포 수를 늘리게 되는 거죠.

이런 구조 속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타격은 개별 점주가 오롯이 부담하게 되는데요. 처음 계약 당시와는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고, 본사의 공격적인 출점 때문에 편의점들끼리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 매출을 악화시키는데도 본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을과 을의 싸움'밖에 될 수 없나...편의점 상생 방안은?

편의점주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건 '을과 을의 싸움'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편의점 매출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40% 가량을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들이 타격을 받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최저임금이 예전에도 계속 올라왔지만 지금과 같은 반발이 없었던 건 이전에는 그걸 부담할 만큼 장사가 됐다는 뜻일 텐데요. 결국, 편의점의 수익성 악화가 최저임금 문제로 번지면서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겁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집단행동을 유보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세금이 많이 포함된 담배 수입 등으로 인한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또 가맹 수수료 인하와 같은 브랜드만 250m 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근접 출점 금지를 전 브랜드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와 가맹 본사로 넘어간 셈입니다.

편의점주들의 수익 악화는 본사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본사에 내는 가맹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는데요. 수수료 인하 외에도 신규 점포 축소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상생지원금 등의 자체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대표적인 문제는 높은 임대료입니다. 하지만 해결 실마리가 될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벌써 몇 년 동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세 배 수준인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것도 대안이 되겠는데요. 1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본부에 대한 점검을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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