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보육교사 죽음 부른 ‘신상털이’…논란의 ‘맘 카페’

입력 2018.10.18 (08:34) 수정 2018.10.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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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원생을 학대했다는 온라인 '맘카페' 글이 올라온 뒤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사실 관계도 드러나기 전에 해당 어린이집과 교사의 신상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제의 맘카페가 다시 여론몰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사건이 벌어진 뒤 닷새가 지났지만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동 학대 이거 때문에 인터넷 댓글이 너무 심하게 올라와서 그거 못 이겨서……."]

[마을주민/음성변조 : "심적 부담감이 있어서 우는 아이 방치했다고 여기저기서 뭐라 하니까 괴로워하다가……."]

예비 신부였던 30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지난 13일 새벽이었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귀가를 하던 한 주민이 A씨를 발견한 건 새벽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입구에 어떤 시커먼 물체가 있더라고요. 술 드신 분이 쓰러졌나 가서 봤어요. 사람이 숨을 안 쉬는 것 같더라고요."]

다급하게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원의 지시대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A씨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 상태를 확인해보니까 사후강직이 발견돼서요. 이미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단계여서……."]

주머니에선 유서가 나왔고, CCTV 확인 결과 A씨는 아파트 고층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맘 카페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만의 일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안아달라고 달려온 원생 한 명을 밀치고 학대했다는 내용.

글은 순식간에 다른 맘 카페로 퍼졌고, 그 아래엔 어김없이 교사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 글 속에 등장한 어린이집 교사는 바로 A씨 였고, 글을 올린 사람은 어린이의 친척이었습니다.

글쓴이는 이 사실을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당일 경찰서엔 아동 학대를 목격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 됐습니다.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아동 학대 아니냐고 하면서 112에 신고를 한 거예요. 요사이 언론에 그런 게 많이 나오니까 그분도 그런 의심이 들었나 봐요."]

그렇다면 실제로 학대 행위는 있었던 걸까요?

어린이집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힘든) 애로사항이 뭐냐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일단 올려요. 그리고 아니면 말고."]

유치원 안에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있는 야외에서 아동을 학대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A씨는 직접 해당 원생의 어머니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게 어린이집 관계자 설명입니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맘 카페에서는 달랐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물론 A씨의 신상이 노출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어린이집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원생의 친척이 찾아와 항의했고, 원장과 원감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지만 A씨에겐 물을 뿌리기까지 했다는 게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A씨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건 바로 그 날 밤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해당 교사가)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힘들어했다는 말은 (동료들이)해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맘 카페를 통해 신상이 공개되고, 급속도로 확산되는 속에서 A씨가 느끼는 압박감이 컸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제가 알기로는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해온 사람들이 꽤 많이 있고 아마도 그들의 격앙된 반응으로부터 굉장히 큰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여요."]

A씨는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일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 속에서 정말 필요하신 분."]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빨리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일단은 경찰이 빠른 시간 안에 수사를 했어야만 했고요. 정말 학대의 혐의가 있었으면 있는 대로 없었으면 없는 대로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어야만 했는데……."]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그 어린이집 어디 있는지 해당 교사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요."]

A씨의 소식이 전해지자 맘카페에는 A씨를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비난의 화살은 신상털이를 시작한 맘카페를 향했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엔 맘 카페를 폐쇄하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청원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지혜/경기도 시흥시 : "교사분이 그런 일을 당했듯이 맘카페 폐지 청원도 같은 현상이라고 봐요.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이른바 '신상털이'는 비단 맘 카페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닌만큼 온라인상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직장인 : "집단적으로 한 사람을 매도하거나 자신들의 감정에 치우쳐서 무언가 일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쪽입니다. 강력한 규제를 따로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장인 :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일에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이 모인 맘 카페의 역할과 기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커져가는 영향력 속에 이른바 '찍히면 끝난다'는 웃지못할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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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08:43:05
    • 수정2018-10-18 08: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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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원생을 학대했다는 온라인 '맘카페' 글이 올라온 뒤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사실 관계도 드러나기 전에 해당 어린이집과 교사의 신상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제의 맘카페가 다시 여론몰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사건이 벌어진 뒤 닷새가 지났지만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동 학대 이거 때문에 인터넷 댓글이 너무 심하게 올라와서 그거 못 이겨서……."]

[마을주민/음성변조 : "심적 부담감이 있어서 우는 아이 방치했다고 여기저기서 뭐라 하니까 괴로워하다가……."]

예비 신부였던 30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지난 13일 새벽이었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귀가를 하던 한 주민이 A씨를 발견한 건 새벽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입구에 어떤 시커먼 물체가 있더라고요. 술 드신 분이 쓰러졌나 가서 봤어요. 사람이 숨을 안 쉬는 것 같더라고요."]

다급하게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원의 지시대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A씨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 상태를 확인해보니까 사후강직이 발견돼서요. 이미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단계여서……."]

주머니에선 유서가 나왔고, CCTV 확인 결과 A씨는 아파트 고층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맘 카페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만의 일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안아달라고 달려온 원생 한 명을 밀치고 학대했다는 내용.

글은 순식간에 다른 맘 카페로 퍼졌고, 그 아래엔 어김없이 교사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 글 속에 등장한 어린이집 교사는 바로 A씨 였고, 글을 올린 사람은 어린이의 친척이었습니다.

글쓴이는 이 사실을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당일 경찰서엔 아동 학대를 목격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 됐습니다.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아동 학대 아니냐고 하면서 112에 신고를 한 거예요. 요사이 언론에 그런 게 많이 나오니까 그분도 그런 의심이 들었나 봐요."]

그렇다면 실제로 학대 행위는 있었던 걸까요?

어린이집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힘든) 애로사항이 뭐냐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일단 올려요. 그리고 아니면 말고."]

유치원 안에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있는 야외에서 아동을 학대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A씨는 직접 해당 원생의 어머니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게 어린이집 관계자 설명입니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맘 카페에서는 달랐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물론 A씨의 신상이 노출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어린이집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원생의 친척이 찾아와 항의했고, 원장과 원감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지만 A씨에겐 물을 뿌리기까지 했다는 게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A씨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건 바로 그 날 밤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해당 교사가)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힘들어했다는 말은 (동료들이)해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맘 카페를 통해 신상이 공개되고, 급속도로 확산되는 속에서 A씨가 느끼는 압박감이 컸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제가 알기로는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해온 사람들이 꽤 많이 있고 아마도 그들의 격앙된 반응으로부터 굉장히 큰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여요."]

A씨는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일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 속에서 정말 필요하신 분."]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빨리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일단은 경찰이 빠른 시간 안에 수사를 했어야만 했고요. 정말 학대의 혐의가 있었으면 있는 대로 없었으면 없는 대로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어야만 했는데……."]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그 어린이집 어디 있는지 해당 교사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요."]

A씨의 소식이 전해지자 맘카페에는 A씨를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비난의 화살은 신상털이를 시작한 맘카페를 향했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엔 맘 카페를 폐쇄하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청원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지혜/경기도 시흥시 : "교사분이 그런 일을 당했듯이 맘카페 폐지 청원도 같은 현상이라고 봐요.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이른바 '신상털이'는 비단 맘 카페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닌만큼 온라인상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직장인 : "집단적으로 한 사람을 매도하거나 자신들의 감정에 치우쳐서 무언가 일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쪽입니다. 강력한 규제를 따로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장인 :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일에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이 모인 맘 카페의 역할과 기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커져가는 영향력 속에 이른바 '찍히면 끝난다'는 웃지못할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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