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훈국제중에 무슨 일이?”…계속되는 사학비리

입력 2019.03.16 (19:17) 수정 2019.03.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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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국제중 교장, '안마의자·영어 개인교습' 공금 사용, 채용비리 등 비리 적발
■2013년 입시비리에 이어 또 일어난 영훈국제중 사학비리
■징계권은 그대로 사학에…사학비리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 높아


작은 방 안에 큰 안마의자가 있습니다. 영훈국제중학교 교장실에 있던 안마의자입니다. 교장실 안쪽 내실에 안마의자는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가까이 있었습니다.

교장의 복지 차원에서 마련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지출 내역은 달랐습니다. '교직원용'으로 안마의자를 빌렸고, 비용은 22개월 동안 300만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안마의자는 교장 단 한 명만 사용했습니다.

영훈국제중 교장인 황 모 씨는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혼자 사용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안마의자를) 놀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교장도 교원이니까 같이 쓸 수 있을까 싶어 구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채용 관련 제보를 받고 영훈국제중에 대해 감사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장의 다른 비리도 발견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안마의자에 살림까지…교장선생님의 ‘수상한 제한구역’

■안마기도 영어 수업도 '혼자'만…교비를 '목적 외 사용'

방송보도에 소개하지 않은 비리도 있습니다.

황 교장은 교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영어 연수도 혼자 받았습니다. 영훈국제중 일반 교사를 위한 영어 수업(ETT, English Training for Teachers)을 자기 혼자 들은 겁니다. 지자체가 일부 예산지원을 한 이 프로그램은 학교 수업이 끝난 이후에 교직원들과 같이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황 교장은 근무시간인 오전 1교시로 수업 시간을 바꿔 혼자 들었습니다. 2016년 2학기부터 지난해까지 2년 넘게 교사 영어 연수를 개인 과외처럼 받았습니다. 교장이 수업을 홀로 받은 만큼 일반 교사들의 영어 연수는 줄었습니다.

황 교장은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들었다. 이후 출장이 많아서 따로 받을 수 없느냐고 제안해서 따로 수업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오후에 업무가 있어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서 들었다. 부적절했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학교 교직원을 위한 예산을 교장이 자기 자신을 위해 썼습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직접 방문해 자료를 뒤적이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이 밖에도 황 교장은 손자를 학교 영어캠프에 참여시키고, 기간제 교사 채용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황 교장의 비리 사실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영훈국제중, 2013년에는 입시비리…이사진 교체

영훈국제중은 2013년 입학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학교입니다. 특정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8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입학 성적을 조작했습니다. 부정 입학한 학생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도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로 김하주 전 이사장은 구속되고 교육청에서 모든 이사를 파견하고 나서 정상화됐습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5년, 영훈국제중은 한 대형교회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교장 황 모 씨가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징계는 나의 권리’…사학이 비리 조사에 두렵지 않은 이유

왜 사학비리는 계속되는 것일까요? 사립학교는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잘못을 하고 교육 당국에 걸려도 그만입니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사립학교의 징계는 사립학교 재단에서 결정합니다. 교육 당국은 문제가 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해임이나 징계를 '요구'만 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도 방법이 있긴 합니다. 교육 당국은 사학비리가 심할 때, 사립학교의 이사 등 임원 승인을 취소하거나 학급 수 축소, 보조금 삭감과 중지 등의 조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다고 교육 당국 관계자는 말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임원 승인취소의 경우 사립학교가 소송하는데, 법원에서 임원 승인취소 등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해 승인 취소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라면서 "또한, 학급 수 축소와 지원금 중단 등의 불이익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 쉽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사학법 개정은 '엉금엉금'…사학들 반대 심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징계를 사립학교가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과태료 내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사립학교 관계자 사이에서 나옵니다.

교육부도 개정된 사학법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예 징계권을 사립학교가 아닌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사립학교가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징계권을 사학에서 가져오는 것은 무리다. 사학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학비리는 계속 이어지고 문제 원인과 해결책도 나와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돈과 인사에 대한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횡포와 갑질을 그대로 지켜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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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영훈국제중에 무슨 일이?”…계속되는 사학비리
    • 입력 2019-03-16 19:17:56
    • 수정2019-03-17 07:19:31
    취재후·사건후
■영훈국제중 교장, '안마의자·영어 개인교습' 공금 사용, 채용비리 등 비리 적발
■2013년 입시비리에 이어 또 일어난 영훈국제중 사학비리
■징계권은 그대로 사학에…사학비리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 높아


작은 방 안에 큰 안마의자가 있습니다. 영훈국제중학교 교장실에 있던 안마의자입니다. 교장실 안쪽 내실에 안마의자는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가까이 있었습니다.

교장의 복지 차원에서 마련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지출 내역은 달랐습니다. '교직원용'으로 안마의자를 빌렸고, 비용은 22개월 동안 300만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안마의자는 교장 단 한 명만 사용했습니다.

영훈국제중 교장인 황 모 씨는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혼자 사용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안마의자를) 놀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교장도 교원이니까 같이 쓸 수 있을까 싶어 구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채용 관련 제보를 받고 영훈국제중에 대해 감사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장의 다른 비리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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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기도 영어 수업도 '혼자'만…교비를 '목적 외 사용'

방송보도에 소개하지 않은 비리도 있습니다.

황 교장은 교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영어 연수도 혼자 받았습니다. 영훈국제중 일반 교사를 위한 영어 수업(ETT, English Training for Teachers)을 자기 혼자 들은 겁니다. 지자체가 일부 예산지원을 한 이 프로그램은 학교 수업이 끝난 이후에 교직원들과 같이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황 교장은 근무시간인 오전 1교시로 수업 시간을 바꿔 혼자 들었습니다. 2016년 2학기부터 지난해까지 2년 넘게 교사 영어 연수를 개인 과외처럼 받았습니다. 교장이 수업을 홀로 받은 만큼 일반 교사들의 영어 연수는 줄었습니다.

황 교장은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들었다. 이후 출장이 많아서 따로 받을 수 없느냐고 제안해서 따로 수업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오후에 업무가 있어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서 들었다. 부적절했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학교 교직원을 위한 예산을 교장이 자기 자신을 위해 썼습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직접 방문해 자료를 뒤적이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이 밖에도 황 교장은 손자를 학교 영어캠프에 참여시키고, 기간제 교사 채용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황 교장의 비리 사실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영훈국제중, 2013년에는 입시비리…이사진 교체

영훈국제중은 2013년 입학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학교입니다. 특정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8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입학 성적을 조작했습니다. 부정 입학한 학생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도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로 김하주 전 이사장은 구속되고 교육청에서 모든 이사를 파견하고 나서 정상화됐습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5년, 영훈국제중은 한 대형교회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교장 황 모 씨가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징계는 나의 권리’…사학이 비리 조사에 두렵지 않은 이유

왜 사학비리는 계속되는 것일까요? 사립학교는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잘못을 하고 교육 당국에 걸려도 그만입니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사립학교의 징계는 사립학교 재단에서 결정합니다. 교육 당국은 문제가 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해임이나 징계를 '요구'만 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도 방법이 있긴 합니다. 교육 당국은 사학비리가 심할 때, 사립학교의 이사 등 임원 승인을 취소하거나 학급 수 축소, 보조금 삭감과 중지 등의 조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다고 교육 당국 관계자는 말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임원 승인취소의 경우 사립학교가 소송하는데, 법원에서 임원 승인취소 등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해 승인 취소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라면서 "또한, 학급 수 축소와 지원금 중단 등의 불이익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 쉽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사학법 개정은 '엉금엉금'…사학들 반대 심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징계를 사립학교가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과태료 내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사립학교 관계자 사이에서 나옵니다.

교육부도 개정된 사학법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예 징계권을 사립학교가 아닌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사립학교가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징계권을 사학에서 가져오는 것은 무리다. 사학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학비리는 계속 이어지고 문제 원인과 해결책도 나와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돈과 인사에 대한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횡포와 갑질을 그대로 지켜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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