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발길질에 목줄 납치에…일본 길고양이 수난

입력 2019.03.20 (07:00) 수정 2019.03.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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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길고양이는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중간 어디쯤 존재한다. 연민의 대상인 동시에 배척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가뜩이나 수명이 짧은 데,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 탓에 강제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어느 곳에 살든 길고양이의 삶은 고달프다. 동물보호 선진국에 가깝다는 일본이라도 다르지 않다.

▶ 길고양이 피난처를 만드는 사람 vs. 부수는 사람
▶ 발길질, 그리고 목줄로 질질 … 길고양이 납치 사건
▶ 964만 마리… 고양이 친화적 사회의 그늘

[ 고양이 쉼터를 만드는 사람 vs. 부수는 사람 ]

일본 미에 현 스즈카 시에서 벌어진 고양이 학대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스즈카 시내의 한 건물에서 신원 불명의 남성이 고양이를 마구 폭행하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찰은 '동물 애호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스즈카 시내의 낡은 건물이다. 버려지거나 집을 잃어버려 오갈 데 없는 고양이들의 쉼터 겸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료와 물 등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관리했다. 흔히 '캣맘' 혹은 '캣팜'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스티로폼으로 오두막집도 지어 새벽 한기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고양이 오두막이 부서지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졌다. 길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였다.

지난달, 쉼터 주변에 방범 카메라가 설치됐다. 길고양이를 10년 이상 돌봐온 주민이 보다못해 부담을 지고 나섰다.

[ 발길질, 목줄…길고양이 납치 사건 ]

문제의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8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한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갑자기 고양이를 걷어차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6일, 남자가 끈으로 보이는 것을 고양이 목에 감은 뒤, 발버둥 치는 고양이를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종의 '고양이 납치 사건'이다.


이튿날,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던 주민이 동물 보호 비영리 단체(NPO)를 통해 경찰에 관련 내용을 상담하면서 '고양이 납치 사건'이 알려졌다. 신고한 주민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끌려간 고양이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의심스러운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있다. 남자의 행동이 동물 애호에 관한 법률이나 조례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 964만 마리… 고양이 친화적 사회의 그늘 ]

일본은 고양이 친화적 사회이다. 일본 펫푸드 협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 견묘 사육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고양이 사육 두수는 964만여 마리로 분석됐다. 총무성 통계 기준 전체 가구 수 5천 660여만 가구에 '평균 사육률' 9.78%, 가구당 평균 사육 숫자 1.74마리를 반영해 산정한 수치이다.

고양이 숫자는 2014년 949만여 마리에서 이듬해 922만여 마리로 감소했다가 2016년부터 다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개 사육 숫자는 2014년 971만여 마리에서 계속 감소해 2018년 890만여 마리까지 줄었다. '반려묘' 숫자는 2017년부터 '반려견' 숫자를 앞질렀다.

이 가운데, 버려지거나 길을 잃거나 해서 구조되는 고양이는 약 4만 마리. 1% 미만이지만, 적다고 무시할 수 있을까.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고양이 상당수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실제로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 숫자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상당수 고양이가 거리에서 태어나 위험 속에서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어느 지역사회에나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길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불호의 취향은 자유이지만, 구태여 생명을 위협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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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07:00:10
    • 수정2019-03-20 10:19:01
    특파원 리포트

도시의 길고양이는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중간 어디쯤 존재한다. 연민의 대상인 동시에 배척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가뜩이나 수명이 짧은 데,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 탓에 강제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어느 곳에 살든 길고양이의 삶은 고달프다. 동물보호 선진국에 가깝다는 일본이라도 다르지 않다.

▶ 길고양이 피난처를 만드는 사람 vs. 부수는 사람
▶ 발길질, 그리고 목줄로 질질 … 길고양이 납치 사건
▶ 964만 마리… 고양이 친화적 사회의 그늘

[ 고양이 쉼터를 만드는 사람 vs. 부수는 사람 ]

일본 미에 현 스즈카 시에서 벌어진 고양이 학대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스즈카 시내의 한 건물에서 신원 불명의 남성이 고양이를 마구 폭행하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찰은 '동물 애호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스즈카 시내의 낡은 건물이다. 버려지거나 집을 잃어버려 오갈 데 없는 고양이들의 쉼터 겸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료와 물 등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관리했다. 흔히 '캣맘' 혹은 '캣팜'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스티로폼으로 오두막집도 지어 새벽 한기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고양이 오두막이 부서지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졌다. 길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였다.

지난달, 쉼터 주변에 방범 카메라가 설치됐다. 길고양이를 10년 이상 돌봐온 주민이 보다못해 부담을 지고 나섰다.

[ 발길질, 목줄…길고양이 납치 사건 ]

문제의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8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한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갑자기 고양이를 걷어차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6일, 남자가 끈으로 보이는 것을 고양이 목에 감은 뒤, 발버둥 치는 고양이를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종의 '고양이 납치 사건'이다.


이튿날,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던 주민이 동물 보호 비영리 단체(NPO)를 통해 경찰에 관련 내용을 상담하면서 '고양이 납치 사건'이 알려졌다. 신고한 주민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끌려간 고양이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의심스러운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있다. 남자의 행동이 동물 애호에 관한 법률이나 조례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 964만 마리… 고양이 친화적 사회의 그늘 ]

일본은 고양이 친화적 사회이다. 일본 펫푸드 협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 견묘 사육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고양이 사육 두수는 964만여 마리로 분석됐다. 총무성 통계 기준 전체 가구 수 5천 660여만 가구에 '평균 사육률' 9.78%, 가구당 평균 사육 숫자 1.74마리를 반영해 산정한 수치이다.

고양이 숫자는 2014년 949만여 마리에서 이듬해 922만여 마리로 감소했다가 2016년부터 다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개 사육 숫자는 2014년 971만여 마리에서 계속 감소해 2018년 890만여 마리까지 줄었다. '반려묘' 숫자는 2017년부터 '반려견' 숫자를 앞질렀다.

이 가운데, 버려지거나 길을 잃거나 해서 구조되는 고양이는 약 4만 마리. 1% 미만이지만, 적다고 무시할 수 있을까.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고양이 상당수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실제로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 숫자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상당수 고양이가 거리에서 태어나 위험 속에서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어느 지역사회에나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길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불호의 취향은 자유이지만, 구태여 생명을 위협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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