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기름값 내릴 땐 ‘굼벵이’, 알고 봤더니…

입력 2019.03.20 (08:41) 수정 2019.03.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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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국제 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석유값은 더디게 내려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유사가 석유 공급 가격을 한참 뒤에야 알려주기 때문에 주유소는 원가를 모른 채 팔다 보니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박대기 기자와 함께, 석유 가격의 비밀을 풀어봅니다.

박 기자, 주유소에서 원가를 모르고 판다니, 참 당황스럽네요.

[기자]

네, 쉽게 믿기 어려운 내용인데요.

석유업계의 독특한 관행으로 사후 정산 제도가 있습니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받아서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게 파는 공급원가를 알아야 여기에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 판매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원가를 업계는 확정가격이라고 부르는데요.

정유사는 이 공급 원가를 주유소에 공급하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려줍니다.

제가 취재한 광주광역시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A 사장의 거래내역을 보시죠.

주유소 사장이 오늘 정유사에서 휘발유를 받으면 일단 정유사에 '입금가격'을 기준으로 돈을 냅니다.

하지만 입금가격이 진짜 가격은 아닙니다.

진짜 가격인 '확정가격'은 4월 중순에야 알려줍니다.

그리고 휘발유를 팔 때는 확정가격을 모른 채로 확정가격을 추정해서 여기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합니다.

결국 주유소 사장들은 적당한 판매가격을 알기 위해서 한 달 뒤의 판매가격을 잘 연구해서 추정해야 합니다.

[앵커]

말씀대로라면 주유소 사장들은 지금 파는 기름의 원가를 모르니까 추정하는 것이 큰 일이겠네요.

[기자]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제가 취재한 주유소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과 싱가포르 현물가격을 확인합니다.

이 분이 국제 석유거래를 하는 큰 손도 아니고 주유소를 경영할 뿐인데 국제 시세를 알아야 주유소를 경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원가를 추정해서 정하다 보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소비자 피해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확정가격이 처음부터 공개된다면 이 원가를 토대로 소비자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가도 모르고 마진도 모른 채 가격을 정하다 보니 주유소 가격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더 문제인데요.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얼마나 하락할지는 다음달 확정가격이 나와봐야 알기 때문에 주유소 입장에서는 요금을 쉽게 크게 내리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유가 하락을 믿고 크게 내렸는데 실제 확정가격은 별로 안내린다면 결국 이번 달에는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사실을 다음 달에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석유가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서혜/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연구실장 : "그날그날 판매되는 가격을 점유사가 주유소한테 공표를 하고 또 주유소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마진을 붙여서 판매를 한다면 시장이 훨씬 더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유소 유가가 더디게 내리는 이유 중에는 탱크에 저장된 재고를 소진해야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주유소 사장들은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안심하고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당국과 정유사 노력 필요해보이고요.

소비자들이 관심있는 주유소 기름 값 앞으로 어찌될까요?

[기자]

네,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이 머지 않았습니다.

올해 5월 6일까지입니다.

그때까지는 서서히 오르다가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100원 이상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초 유류세 인하 이후 국제 유가도 하락하면서 올해 2월 말까지 휘발유 판매가는 넉 달 연속으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2월 말이 저점이었고 이달 들어서는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아직 오름 폭은 크지 않습니다.

유류세 인하로 100원 이상 점프는 하겠지만 그 이후로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국제 유가가 큰 오름세는 아니기 때문인데요.

산유국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데 큰 효과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기 둔화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석유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석유가격 변동 그래프인데요,

지난해 말 저점을 지났지만 급격히 오르지는 않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도 국제 유가가 내년까지는 올해와 비슷한 배럴당 6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사재기 열풍이 불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당국의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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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08:48:19
    • 수정2019-03-20 0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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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국제 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석유값은 더디게 내려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유사가 석유 공급 가격을 한참 뒤에야 알려주기 때문에 주유소는 원가를 모른 채 팔다 보니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박대기 기자와 함께, 석유 가격의 비밀을 풀어봅니다.

박 기자, 주유소에서 원가를 모르고 판다니, 참 당황스럽네요.

[기자]

네, 쉽게 믿기 어려운 내용인데요.

석유업계의 독특한 관행으로 사후 정산 제도가 있습니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받아서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게 파는 공급원가를 알아야 여기에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 판매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원가를 업계는 확정가격이라고 부르는데요.

정유사는 이 공급 원가를 주유소에 공급하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려줍니다.

제가 취재한 광주광역시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A 사장의 거래내역을 보시죠.

주유소 사장이 오늘 정유사에서 휘발유를 받으면 일단 정유사에 '입금가격'을 기준으로 돈을 냅니다.

하지만 입금가격이 진짜 가격은 아닙니다.

진짜 가격인 '확정가격'은 4월 중순에야 알려줍니다.

그리고 휘발유를 팔 때는 확정가격을 모른 채로 확정가격을 추정해서 여기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합니다.

결국 주유소 사장들은 적당한 판매가격을 알기 위해서 한 달 뒤의 판매가격을 잘 연구해서 추정해야 합니다.

[앵커]

말씀대로라면 주유소 사장들은 지금 파는 기름의 원가를 모르니까 추정하는 것이 큰 일이겠네요.

[기자]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제가 취재한 주유소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과 싱가포르 현물가격을 확인합니다.

이 분이 국제 석유거래를 하는 큰 손도 아니고 주유소를 경영할 뿐인데 국제 시세를 알아야 주유소를 경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원가를 추정해서 정하다 보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소비자 피해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확정가격이 처음부터 공개된다면 이 원가를 토대로 소비자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가도 모르고 마진도 모른 채 가격을 정하다 보니 주유소 가격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더 문제인데요.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얼마나 하락할지는 다음달 확정가격이 나와봐야 알기 때문에 주유소 입장에서는 요금을 쉽게 크게 내리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유가 하락을 믿고 크게 내렸는데 실제 확정가격은 별로 안내린다면 결국 이번 달에는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사실을 다음 달에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석유가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서혜/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연구실장 : "그날그날 판매되는 가격을 점유사가 주유소한테 공표를 하고 또 주유소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마진을 붙여서 판매를 한다면 시장이 훨씬 더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유소 유가가 더디게 내리는 이유 중에는 탱크에 저장된 재고를 소진해야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주유소 사장들은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안심하고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당국과 정유사 노력 필요해보이고요.

소비자들이 관심있는 주유소 기름 값 앞으로 어찌될까요?

[기자]

네,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이 머지 않았습니다.

올해 5월 6일까지입니다.

그때까지는 서서히 오르다가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100원 이상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초 유류세 인하 이후 국제 유가도 하락하면서 올해 2월 말까지 휘발유 판매가는 넉 달 연속으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2월 말이 저점이었고 이달 들어서는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아직 오름 폭은 크지 않습니다.

유류세 인하로 100원 이상 점프는 하겠지만 그 이후로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국제 유가가 큰 오름세는 아니기 때문인데요.

산유국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데 큰 효과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기 둔화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석유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석유가격 변동 그래프인데요,

지난해 말 저점을 지났지만 급격히 오르지는 않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도 국제 유가가 내년까지는 올해와 비슷한 배럴당 6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사재기 열풍이 불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당국의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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