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늙어가는 중국’ 고민은 깊어가고…

입력 2019.03.23 (07:14) 수정 2019.03.23 (11: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꺼져가는 불빛... "중국 도시 28% 조도(照度) 약해져"

한 홍콩 매체에 19일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중국 도시의 밤 '조도'가 약해졌다는 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칭화대 연구를 인용해, 조사 대상이 된 중국 도시 3,300여 곳 가운데 28%인 938개 도시가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밤 조도가 약해졌다고 보도했다.

도시의 밤 조도는 단위 면적당 단위 시간에 흘러나오는 불빛의 총량을 말하는 것으로, 조도가 약해졌다는 것은 해당 도시의 인구와 경제활동이 축소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자인 칭화대 도시계획 전문가 롱 윙은 "중국 도시의 거의 3분의 1이 인구와 경제활동에서 축소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말해주는 연구 결과"라며, 실제 이 결과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중국 인구 총조사가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 인구 증가율 하락, 나아가서 인구 감소는 10년마다 하는 2020년 인구 총조사까지 갈 것도 없이,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말 중국 인구는 13억 9,538만 명.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9년 14억 4,0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줄어들어, 2065년에는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가정에 아이 한 명만 출산하도록 한 '계획 생육정책'을 2016년 포기했지만, 출산을 꺼리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신생아 수도 중국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신생아는 1,523만 명으로 정부 예상 2,100만 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2017년보다도 200만 명이나 줄었다.


중국 인구 6명 중 1명 '60세 이상'

출생이 줄면서 발생하는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고령화를 초래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8년 나이별 인구 분포를 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 4,959만 명으로 전체의 17.9%다.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60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는 4명 중 1명, 2050년에는 3명 중 1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젊은 층은 줄고 있다. 2017년 5억 4,800만 명이던 중국의 18~44세 인구는 2022년 5억 1,80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은퇴 인구(65세 이상) 1명당 노동인구가 3.5명으로 줄고, 2050년에는 겨우 2명뿐이다.

1959~1962년 중국에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1958~59년 '대약진 운동' 때문이었다. 수많은 농민이 땅을 버리고 농촌 지역 공업생산에 무분별하게 투입됐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당시 기근으로 3~4,00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전쟁이나 기근 같은 대재앙이 지나면 출산율이 급증한다. 실제 중국도 1963~73년까지 10년간 엄청난 베이비 붐 기간을 거쳤다. 이 기간에 중국 인구는 6억 8,000만 명에서 8억 8,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1973년 '결혼을 더 늦게' '자녀 간 터울은 더 길게', 급기야 1980년에는 '한 자녀만 낳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저임금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 정책에서 충실한 노동력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일자리를 내놓고 은퇴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데 아뿔싸 이들을 뒷받침할 노동인구가 충분하지 않다. 인구가 많아서 고민이었던 중국에 사람이 없어 고민인 바야흐로 '인구 역성장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잘 살기도 전에 늙어버린 중국

"우리나라는 현재 60세 이상 인구가 2억 5,0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양로업 특히 지역사회 양로서비스업을 적극 발전시킬 것입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밝힌 올해 정부 업무 보고다. 중국 인구 6명 중 1명인 노인을 돌보는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중국 정부는 각 직장의 정년을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을까? 리커창 총리는 출산율 증가 대책도 쏟아냈다. "전면적인 1가구 2자녀 정책이 시행된 후의 새로운 상황에 비추어 다양한 형식의 영유아 보육 서비스를 서둘러 발전시키고, 사회역량이 보육서비스기구를 운영하는 것을 지원하며, 아동에 대한 안전보장을 강화할 것입니다."

눈앞에 닥친 인구 감소에 중국 정부가 바빠졌다. 개혁개방 4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넘어설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상을 뛰어넘는 빈부격차를 고려해 보면 인제야 14억 인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이려고 백약을 썼으나 모두 무효였던 한국 상황에 비추어 보면, 중국 정부가 인구 감소추세를 돌려세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이제 끝?..."중국은 다르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의 인구 감소가 중국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부양비용은 더 늘어나 재정에 부담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14억 대륙 "중국은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글로벌경제 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공동 창업자인 아서 크뢰버(Arthur Kroeber)가 대표적 학자다.

크뢰버는 〔중국경제 : CHINA'S ECONOMY:What everyone need to know〕에서 중국적 특성으로 볼 때 인구 감소가 곧 노동력 감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크뢰버는 중국 인구의 60%인 도시 사람들이 40대 중반까지는 8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50세 때에는 64%로 감소하고, 60세 이후로는 30%만 노동인구로 남는다고 말한다. 45~65세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만 높여도 얼마든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거다.

더구나 중국 인구의 40%, 5억 6,401만 명은 여전히 농촌에 있다. 밀물처럼 도시로 몰려 올 예비 노동자들이 차고 넘친다는 말이다.

크뢰버는 또 노동력의 경제적 영향력은 노동자 숫자로도 정해지지만, 노동 생산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미국의 3분의 2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노동생산성은 아직 미국 노동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거다.

중국이 인구 감소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얼마든지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크뢰버의 이런 분석 역시도 최선의 경우의 수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분명한 건 중국이 지금껏 경제성장 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건 '세계 최다, 14억 인구'라는 상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상수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지는 불확실하다. 더구나 중국은 미·중무역 전쟁에서 얼마나 경제 체력이 부실한지도 확연히 드러났다. '잘살기도 전에 늙어버린 중국'. 중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늙어가는 중국’ 고민은 깊어가고…
    • 입력 2019-03-23 07:14:04
    • 수정2019-03-23 11:09:56
    특파원 리포트
꺼져가는 불빛... "중국 도시 28% 조도(照度) 약해져"

한 홍콩 매체에 19일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중국 도시의 밤 '조도'가 약해졌다는 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칭화대 연구를 인용해, 조사 대상이 된 중국 도시 3,300여 곳 가운데 28%인 938개 도시가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밤 조도가 약해졌다고 보도했다.

도시의 밤 조도는 단위 면적당 단위 시간에 흘러나오는 불빛의 총량을 말하는 것으로, 조도가 약해졌다는 것은 해당 도시의 인구와 경제활동이 축소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자인 칭화대 도시계획 전문가 롱 윙은 "중국 도시의 거의 3분의 1이 인구와 경제활동에서 축소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말해주는 연구 결과"라며, 실제 이 결과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중국 인구 총조사가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 인구 증가율 하락, 나아가서 인구 감소는 10년마다 하는 2020년 인구 총조사까지 갈 것도 없이,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말 중국 인구는 13억 9,538만 명.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9년 14억 4,0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줄어들어, 2065년에는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가정에 아이 한 명만 출산하도록 한 '계획 생육정책'을 2016년 포기했지만, 출산을 꺼리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신생아 수도 중국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신생아는 1,523만 명으로 정부 예상 2,100만 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2017년보다도 200만 명이나 줄었다.


중국 인구 6명 중 1명 '60세 이상'

출생이 줄면서 발생하는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고령화를 초래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8년 나이별 인구 분포를 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 4,959만 명으로 전체의 17.9%다.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60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는 4명 중 1명, 2050년에는 3명 중 1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젊은 층은 줄고 있다. 2017년 5억 4,800만 명이던 중국의 18~44세 인구는 2022년 5억 1,80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은퇴 인구(65세 이상) 1명당 노동인구가 3.5명으로 줄고, 2050년에는 겨우 2명뿐이다.

1959~1962년 중국에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1958~59년 '대약진 운동' 때문이었다. 수많은 농민이 땅을 버리고 농촌 지역 공업생산에 무분별하게 투입됐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당시 기근으로 3~4,00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전쟁이나 기근 같은 대재앙이 지나면 출산율이 급증한다. 실제 중국도 1963~73년까지 10년간 엄청난 베이비 붐 기간을 거쳤다. 이 기간에 중국 인구는 6억 8,000만 명에서 8억 8,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1973년 '결혼을 더 늦게' '자녀 간 터울은 더 길게', 급기야 1980년에는 '한 자녀만 낳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저임금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 정책에서 충실한 노동력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일자리를 내놓고 은퇴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데 아뿔싸 이들을 뒷받침할 노동인구가 충분하지 않다. 인구가 많아서 고민이었던 중국에 사람이 없어 고민인 바야흐로 '인구 역성장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잘 살기도 전에 늙어버린 중국

"우리나라는 현재 60세 이상 인구가 2억 5,0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양로업 특히 지역사회 양로서비스업을 적극 발전시킬 것입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밝힌 올해 정부 업무 보고다. 중국 인구 6명 중 1명인 노인을 돌보는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중국 정부는 각 직장의 정년을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을까? 리커창 총리는 출산율 증가 대책도 쏟아냈다. "전면적인 1가구 2자녀 정책이 시행된 후의 새로운 상황에 비추어 다양한 형식의 영유아 보육 서비스를 서둘러 발전시키고, 사회역량이 보육서비스기구를 운영하는 것을 지원하며, 아동에 대한 안전보장을 강화할 것입니다."

눈앞에 닥친 인구 감소에 중국 정부가 바빠졌다. 개혁개방 4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넘어설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상을 뛰어넘는 빈부격차를 고려해 보면 인제야 14억 인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이려고 백약을 썼으나 모두 무효였던 한국 상황에 비추어 보면, 중국 정부가 인구 감소추세를 돌려세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이제 끝?..."중국은 다르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의 인구 감소가 중국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부양비용은 더 늘어나 재정에 부담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14억 대륙 "중국은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글로벌경제 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공동 창업자인 아서 크뢰버(Arthur Kroeber)가 대표적 학자다.

크뢰버는 〔중국경제 : CHINA'S ECONOMY:What everyone need to know〕에서 중국적 특성으로 볼 때 인구 감소가 곧 노동력 감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크뢰버는 중국 인구의 60%인 도시 사람들이 40대 중반까지는 8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50세 때에는 64%로 감소하고, 60세 이후로는 30%만 노동인구로 남는다고 말한다. 45~65세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만 높여도 얼마든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거다.

더구나 중국 인구의 40%, 5억 6,401만 명은 여전히 농촌에 있다. 밀물처럼 도시로 몰려 올 예비 노동자들이 차고 넘친다는 말이다.

크뢰버는 또 노동력의 경제적 영향력은 노동자 숫자로도 정해지지만, 노동 생산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미국의 3분의 2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노동생산성은 아직 미국 노동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거다.

중국이 인구 감소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얼마든지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크뢰버의 이런 분석 역시도 최선의 경우의 수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분명한 건 중국이 지금껏 경제성장 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건 '세계 최다, 14억 인구'라는 상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상수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지는 불확실하다. 더구나 중국은 미·중무역 전쟁에서 얼마나 경제 체력이 부실한지도 확연히 드러났다. '잘살기도 전에 늙어버린 중국'. 중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