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의 가슴 아프게 하면 벌받아”…경찰청장도 수사팀 압박

입력 2019.03.23 (21:03) 수정 2019.03.2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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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새로 임명된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이 수사팀을 압박한 사실도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국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수사팀 지휘부는 모두 전보 조치를 받아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3년 3월 29일 이성한 경찰청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그런데 취임 직후 이 청장은 수사 진행 상황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사실상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수사팀 관계자가 털어놨습니다.

[당시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청장에게) 보고를 하는데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본인도 벌받을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 했어요."]

새로 취임한 청장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수사팀 관계자도 무척 당황했다고 전합니다.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 '남의 가슴'이 김학의여야 되겠습니까, 피해를 입은 여성이어야 되겠습니까?"]

수사팀 자리에서도 곧 쫓겨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심지어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서울에 남게 해주십쇼 이렇게까지 얘기했어요. 안 들어준 거죠, 전혀. 4개월 만에 인사 이동 시켰다는 거, 이거는 그분들이 부인을 할 수 없죠."]

결국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김 전 차관 수사팀 책임자들이 전원 교체됐습니다.

김학배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이세민 전 수사기획관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전보 조치된 겁니다.

경무관급 이상 경찰 간부 인사는 청와대의 재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 책임자 교체는 사실상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KBS는 이성한 전 경찰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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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남의 가슴 아프게 하면 벌받아”…경찰청장도 수사팀 압박
    • 입력 2019-03-23 21:06:50
    • 수정2019-03-23 22: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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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새로 임명된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이 수사팀을 압박한 사실도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국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수사팀 지휘부는 모두 전보 조치를 받아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3년 3월 29일 이성한 경찰청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그런데 취임 직후 이 청장은 수사 진행 상황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사실상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수사팀 관계자가 털어놨습니다.

[당시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청장에게) 보고를 하는데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본인도 벌받을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 했어요."]

새로 취임한 청장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수사팀 관계자도 무척 당황했다고 전합니다.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 '남의 가슴'이 김학의여야 되겠습니까, 피해를 입은 여성이어야 되겠습니까?"]

수사팀 자리에서도 곧 쫓겨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수사팀 실무 책임자/음성변조 : "심지어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서울에 남게 해주십쇼 이렇게까지 얘기했어요. 안 들어준 거죠, 전혀. 4개월 만에 인사 이동 시켰다는 거, 이거는 그분들이 부인을 할 수 없죠."]

결국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김 전 차관 수사팀 책임자들이 전원 교체됐습니다.

김학배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이세민 전 수사기획관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전보 조치된 겁니다.

경무관급 이상 경찰 간부 인사는 청와대의 재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 책임자 교체는 사실상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KBS는 이성한 전 경찰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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