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확대]② 곳간만 쌓아둔 대기업, 나누지 않았다

입력 2019.03.31 (09:01) 수정 2019.05.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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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 그 출발점엔 기업들이 서 있었다. 무분별한 차입으로 사업을 이끌어오던 기업들은 외국자본이 동남아발 위기로 단기부채 기한 만료와 함께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단기간에 파산하고 부도가 났다. 그나마 믿었던 외환보유고도 바닥이 나 연쇄도산으로 이어졌다. 기업 파산의 고통은 대량 실직과 함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희생과 발 빠른 정부의 대처로 기업들의 경영상황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회복됐다.

■ 국민소득 늘어나는 와중에 기업소득 비율만 늘고 가계소득 비율은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들의 소득상황은 기업들과 달리 악화됐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비율을 살펴보자. 1990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의 비율을 살펴보면 1990년 70.1%에서 1997년을 기점으로 빠지기 시작해 2014년엔 61.9%로 총 8.2%포인트 감소했다.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1990년 17%였던 기업소득 비율이 1997년 16.7%(1998년에는 14%)까지 내려갔다가 외환위기 이후에 오히려 올라가 2005년 21.3%, 2010년 25.7%, 2014년 2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8.1%포인트 증가했는데 가계소득이 줄어든 만큼 기업소득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는 상황이 좋지 않았고 기업은 좋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정부의 분배비율은 큰 변동이 없다.

■ 기업소득 증가율은 고공행진…가계소득 증가율은 하락

국민총소득이 기업쪽으로 더 많이 넘어가고 가계는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비교표를 보자. 실질가치 기준으로 기업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을 봤더니 1990년대에는 6.6%였던 것이 2000년~2007년 사이에는 8.1%로 치솟았고, 2008년~2014년에도 5%에 달했다.

반면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5.5%에서 3.6%, 2.4%로 계속 줄어듦을 알 수 있다. 국민총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봐도 1990년대에는 기업소득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후에는 국민총소득 증가율보다 기업소득 증가율이 크게 높다. 기업은 상황이 계속 좋아지고, 가계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좋아지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에 큰 차이가 난다.


그럼 여기서 이해가 쉽게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가계도 소득이 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업이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을 이해당사자에게 배분하고 이 이해당사자들은 분배받은 이익이 곧 소득이 된다.

이해당사자란 생산과 판매를 통해서 기업의 이익을 만들어낸 주체를 말한다. 공급자, 주주, 채권자, 정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동자가 바로 이해당사자이다. 이익이 나면 기업은 노동자들에겐 대가로 임금을 더 주고, 주주에겐 배당을 주고, 정부에겐 세금을, 그리고 분배하지 않고 남은 돈은 기업에 유보금으로 남겨두게 된다.

■ 특히 대기업은 나누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았다

앞서 봤듯이 기업이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당연한 논리로 본다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좋아져서 가계소득도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노동자들에게 더 주거나 하청기업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데 더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NICE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2000년 189조 원이었던 기업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늘어나 2016년 1,590조 원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기업의 사내유보금 비율도 2000년 23.6%에서 2016년 58.1%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로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2000년 168조 원이었던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늘어 2016년엔 1,397조 원에 달했다. 2000년 기준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내유보금 비율도 24%였지만 2016년엔 61.9%까지 늘어났다.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것을 두고 기업가치와 투자여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정말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만큼 투자를 늘려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앞서 말했듯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하청기업에게 보다 적정한 이윤이 날 수 있도록 대금을 지급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돌려주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돈을 쌓아두는 만큼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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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격차 확대]② 곳간만 쌓아둔 대기업, 나누지 않았다
    • 입력 2019-03-31 09:01:26
    • 수정2019-05-29 17:52:26
    취재K
1997년 IMF 외환위기, 그 출발점엔 기업들이 서 있었다. 무분별한 차입으로 사업을 이끌어오던 기업들은 외국자본이 동남아발 위기로 단기부채 기한 만료와 함께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단기간에 파산하고 부도가 났다. 그나마 믿었던 외환보유고도 바닥이 나 연쇄도산으로 이어졌다. 기업 파산의 고통은 대량 실직과 함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희생과 발 빠른 정부의 대처로 기업들의 경영상황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회복됐다.

■ 국민소득 늘어나는 와중에 기업소득 비율만 늘고 가계소득 비율은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들의 소득상황은 기업들과 달리 악화됐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비율을 살펴보자. 1990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의 비율을 살펴보면 1990년 70.1%에서 1997년을 기점으로 빠지기 시작해 2014년엔 61.9%로 총 8.2%포인트 감소했다.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1990년 17%였던 기업소득 비율이 1997년 16.7%(1998년에는 14%)까지 내려갔다가 외환위기 이후에 오히려 올라가 2005년 21.3%, 2010년 25.7%, 2014년 2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8.1%포인트 증가했는데 가계소득이 줄어든 만큼 기업소득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는 상황이 좋지 않았고 기업은 좋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정부의 분배비율은 큰 변동이 없다.

■ 기업소득 증가율은 고공행진…가계소득 증가율은 하락

국민총소득이 기업쪽으로 더 많이 넘어가고 가계는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비교표를 보자. 실질가치 기준으로 기업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을 봤더니 1990년대에는 6.6%였던 것이 2000년~2007년 사이에는 8.1%로 치솟았고, 2008년~2014년에도 5%에 달했다.

반면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5.5%에서 3.6%, 2.4%로 계속 줄어듦을 알 수 있다. 국민총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봐도 1990년대에는 기업소득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후에는 국민총소득 증가율보다 기업소득 증가율이 크게 높다. 기업은 상황이 계속 좋아지고, 가계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좋아지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에 큰 차이가 난다.


그럼 여기서 이해가 쉽게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가계도 소득이 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업이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을 이해당사자에게 배분하고 이 이해당사자들은 분배받은 이익이 곧 소득이 된다.

이해당사자란 생산과 판매를 통해서 기업의 이익을 만들어낸 주체를 말한다. 공급자, 주주, 채권자, 정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동자가 바로 이해당사자이다. 이익이 나면 기업은 노동자들에겐 대가로 임금을 더 주고, 주주에겐 배당을 주고, 정부에겐 세금을, 그리고 분배하지 않고 남은 돈은 기업에 유보금으로 남겨두게 된다.

■ 특히 대기업은 나누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았다

앞서 봤듯이 기업이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당연한 논리로 본다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좋아져서 가계소득도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노동자들에게 더 주거나 하청기업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데 더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NICE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2000년 189조 원이었던 기업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늘어나 2016년 1,590조 원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기업의 사내유보금 비율도 2000년 23.6%에서 2016년 58.1%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로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2000년 168조 원이었던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늘어 2016년엔 1,397조 원에 달했다. 2000년 기준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내유보금 비율도 24%였지만 2016년엔 61.9%까지 늘어났다.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것을 두고 기업가치와 투자여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정말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만큼 투자를 늘려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앞서 말했듯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하청기업에게 보다 적정한 이윤이 날 수 있도록 대금을 지급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돌려주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돈을 쌓아두는 만큼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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