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베를린 임대료 두배 ‘껑충’…왜?

입력 2019.04.10 (18:07) 수정 2019.04.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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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죠.

그런데 각종 악재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앵커]

어디죠?

[답변]

바로 독일인데요,

실물 경제는 안정적인 편인데 다, 지난달 실업률 또한 4.9%로 역대 최저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난 주말, 독일 수도 베를린의 모습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행진합니다.

팻말에는 "우리는 이곳에 살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겁니다.

[마리스 마리몬드/시위 참가자 : "돈벌이하는 악덕 임대 업체에 맞서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이날 베를린에만 6천여 명이 모였는데요,

뮌헨과 쾰른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앵커]

임대료가 어느 정도길래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진 건가요?

[답변]

베를린 임대료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10% 가까이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월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한 달에 천4백 유로, 우리 돈으로 180만 원입니다.

[니클라스 브루바흐/베를린 거주 : "친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혹시 소파라도 좀 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겠죠. 그리고 이런 생활을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도 생각해볼 겁니다."]

이 여성은 얼마 전,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는데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13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입니다.

[마르티나 하우스먼/세입자 : "절망적입니다. 저는 수입은 좋은 편이지만 거의 다 아파트 월세로 지출되고 있으니 다른 데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요."]

[앵커]

상당히 비싼데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답변]

베를린의 경우 지난 2017년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해 조사 대상 150개 도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독일 내 다른 도시들 집값도 치솟았습니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도 13% 넘게 올랐습니다.

참고로,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와 런던은 각각 74위, 101위를 차지했습니다.

치솟는 임대료는 수많은 세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BBC 보도를 보면 베를린 시민의 85%가 월세 생활을 하는데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득의 46%, 절반 가까이 집세를 내는데 쓰고 있습니다.

[디클린 슈미트/노숙인 : "베를린에서 노숙 생활을 한 지 10년째인데 이곳의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전역의 노숙인 수가 백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임대료가 폭등한 원인, 짚어보죠.

[답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공공 임대 주택 축소입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베를린 시 정부가 지난 2004년 6만 5천 채가 넘는 공공 아파트를 민간 업체에 매각하면서 임대료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싼값에 공공 아파트를 사들인 부동산 임대 업체들은 곧바로 건물을 수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이유로 임대료를 올려 받았습니다.

시민 단체들은 업체들이 불필요한 보수를 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맥가스/'도이체보넨 몰수' 캠페인 주도 : "업체들은 임대료 상승을 위해 각종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수백, 수천 단위의 임대료를 더 감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도이체보넨은 지난해 2조 4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공공 아파트를 보유한 곳은 도이체보넨으로 11만 5천 채입니다.

[앵커]

당국이 2015년에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았습니까?

효과가 전혀 없었던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역 평균의 최대 10%까지만 집세를 올릴 수 있게 했죠.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임대료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앵커]

공공 주택을 추가로 지어서 공급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답변]

그 역시 당장 여의치가 않습니다.

독일 정부가 그동안 공공 아파트를 추가로 짓는 안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3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매년 4만여 명씩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높은 집세에 떠밀려 베를린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현실과는 정반대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현재 수요를 맞추려면 2030년까지 주택 20만 채를 더 지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독일 정부도 현재로써는 뾰족한 수가 없는 건데, 시민들 입장에선 참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베를린에서는 공공 주택을 공영화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핵심은 부동산 임대 업체들이 소유하고 있는 공공 주택을 정부에서 사들이자는 겁니다.

이렇게 할 경우 25만 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2월까지 17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있습니다.

[앵커]

주택 공영화에 대한 여론은 어떻습니까?

[답변]

의견은 엇갈립니다.

최근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44%가 주택 공영화를 지지했고, 반대는 39%였습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채에 달하는 공공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해선 370억 유로, 47조 5천여억 원이 필요한데, 베를린 시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죠. 결국, 이 부담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주택 공영화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일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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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베를린 임대료 두배 ‘껑충’…왜?
    • 입력 2019-04-10 18:13:43
    • 수정2019-04-10 18:28:20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죠.

그런데 각종 악재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앵커]

어디죠?

[답변]

바로 독일인데요,

실물 경제는 안정적인 편인데 다, 지난달 실업률 또한 4.9%로 역대 최저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난 주말, 독일 수도 베를린의 모습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행진합니다.

팻말에는 "우리는 이곳에 살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겁니다.

[마리스 마리몬드/시위 참가자 : "돈벌이하는 악덕 임대 업체에 맞서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이날 베를린에만 6천여 명이 모였는데요,

뮌헨과 쾰른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앵커]

임대료가 어느 정도길래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진 건가요?

[답변]

베를린 임대료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10% 가까이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월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한 달에 천4백 유로, 우리 돈으로 180만 원입니다.

[니클라스 브루바흐/베를린 거주 : "친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혹시 소파라도 좀 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겠죠. 그리고 이런 생활을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도 생각해볼 겁니다."]

이 여성은 얼마 전,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는데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13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입니다.

[마르티나 하우스먼/세입자 : "절망적입니다. 저는 수입은 좋은 편이지만 거의 다 아파트 월세로 지출되고 있으니 다른 데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요."]

[앵커]

상당히 비싼데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답변]

베를린의 경우 지난 2017년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해 조사 대상 150개 도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독일 내 다른 도시들 집값도 치솟았습니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도 13% 넘게 올랐습니다.

참고로,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와 런던은 각각 74위, 101위를 차지했습니다.

치솟는 임대료는 수많은 세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BBC 보도를 보면 베를린 시민의 85%가 월세 생활을 하는데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득의 46%, 절반 가까이 집세를 내는데 쓰고 있습니다.

[디클린 슈미트/노숙인 : "베를린에서 노숙 생활을 한 지 10년째인데 이곳의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전역의 노숙인 수가 백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임대료가 폭등한 원인, 짚어보죠.

[답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공공 임대 주택 축소입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베를린 시 정부가 지난 2004년 6만 5천 채가 넘는 공공 아파트를 민간 업체에 매각하면서 임대료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싼값에 공공 아파트를 사들인 부동산 임대 업체들은 곧바로 건물을 수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이유로 임대료를 올려 받았습니다.

시민 단체들은 업체들이 불필요한 보수를 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맥가스/'도이체보넨 몰수' 캠페인 주도 : "업체들은 임대료 상승을 위해 각종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수백, 수천 단위의 임대료를 더 감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도이체보넨은 지난해 2조 4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공공 아파트를 보유한 곳은 도이체보넨으로 11만 5천 채입니다.

[앵커]

당국이 2015년에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았습니까?

효과가 전혀 없었던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역 평균의 최대 10%까지만 집세를 올릴 수 있게 했죠.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임대료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앵커]

공공 주택을 추가로 지어서 공급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답변]

그 역시 당장 여의치가 않습니다.

독일 정부가 그동안 공공 아파트를 추가로 짓는 안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3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매년 4만여 명씩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높은 집세에 떠밀려 베를린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현실과는 정반대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현재 수요를 맞추려면 2030년까지 주택 20만 채를 더 지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독일 정부도 현재로써는 뾰족한 수가 없는 건데, 시민들 입장에선 참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베를린에서는 공공 주택을 공영화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핵심은 부동산 임대 업체들이 소유하고 있는 공공 주택을 정부에서 사들이자는 겁니다.

이렇게 할 경우 25만 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2월까지 17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있습니다.

[앵커]

주택 공영화에 대한 여론은 어떻습니까?

[답변]

의견은 엇갈립니다.

최근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44%가 주택 공영화를 지지했고, 반대는 39%였습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채에 달하는 공공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해선 370억 유로, 47조 5천여억 원이 필요한데, 베를린 시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죠. 결국, 이 부담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주택 공영화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일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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