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같이 아팠다…참사 당시 심혈관질환 최대 21%↑

입력 2019.04.17 (16:05) 수정 2019.04.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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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전국 응급실을 찾은 심장병 환자가 최대 21%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이 국민 건강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것을 보여준 최초 연구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일주일새 전국 응급실 심혈관질환자 9%↑

서울의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은 세월호 참사 4월 16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인 2014년 3월 15일부터 참사 이후 6월 17일까지 3달 동안 전국 응급실에 내원한 급성 심혈관질환자 20,531명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전후 일주일 단위로 나눠 해당 주의 심혈관질환(심장병) 발생률을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세월호 참사 이전과 비교해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응급실을 방문한 심장병 환자가 9% 증가했고, 넷째 주에 다시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있던 일주일, 가슴 두근거리는 '부정맥' 환자 21%↑

질환별로 보면, 가슴이 쓰리듯 아픈 '협심증'과 쥐어짜듯 아픈 '심근경색'으로 내원한 환자는 세월호 1주차에 각각 7%, 8%씩 증가했습니다. 특히 심근경색 환자는 참사 3주 뒤 4주차에 10% 증가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환자는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전국적으로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도의 정서적 슬픔과 울분, 고스란히 심장에 전달돼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이 TV를 통해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꽃 같은 나이의 청소년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는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울분을 느꼈을 겁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심장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 앞에 온 국민이 같이 아팠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 겁니다.

김학령 서울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교감신경이 작동해 심박동 수가 빨라지고 심장수축이 증가하는데, 이를 초월한 아주 극도의 심리적 또는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장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심부전이 오거나 부정맥, 심근경색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성·65세 미만은 참사 1주차에 발생↑, 여성·65세 이상은 참사 4주차에 발생↑

또 이번 연구에서 남성과 65세 미만에선 세월호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심장병 발생이 각각 11%, 15%씩 증가했습니다. 반면, 여성과 65세 이상에선 참사 4주차에 각각 12%, 11%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3주 뒤인 4주차에 다시 심장병 환자가 증가한 점과 성별 나이에 따라 건강영향 시기가 다르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날마다 세월호 뉴스가 업데이트되고 실시간으로 구조상황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참사 이십여 일을 전후로 보도된 세월호 수습 상황과 정부 대응 관련 속보가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송경준 서울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해당 시기에 있었던 일이 국민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하에 세월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예를 들어 실종자를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대응이나 발표와 관련해 생겼던 일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기에 있었던 사건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서 추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송 교수는 "성별과 나이를 구분했을 때 남성과 65세 미만에서 건강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 건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뉴스나 현상에 대해 조금 더 노출이 많은 탓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것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인 재난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병원 전과 재난의학'(Prehospital & Disaster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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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국민 같이 아팠다…참사 당시 심혈관질환 최대 21%↑
    • 입력 2019-04-17 16:05:45
    • 수정2019-04-17 16:29:14
    취재K
세월호 참사 직후 전국 응급실을 찾은 심장병 환자가 최대 21%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이 국민 건강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것을 보여준 최초 연구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일주일새 전국 응급실 심혈관질환자 9%↑

서울의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은 세월호 참사 4월 16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인 2014년 3월 15일부터 참사 이후 6월 17일까지 3달 동안 전국 응급실에 내원한 급성 심혈관질환자 20,531명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전후 일주일 단위로 나눠 해당 주의 심혈관질환(심장병) 발생률을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세월호 참사 이전과 비교해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응급실을 방문한 심장병 환자가 9% 증가했고, 넷째 주에 다시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있던 일주일, 가슴 두근거리는 '부정맥' 환자 21%↑

질환별로 보면, 가슴이 쓰리듯 아픈 '협심증'과 쥐어짜듯 아픈 '심근경색'으로 내원한 환자는 세월호 1주차에 각각 7%, 8%씩 증가했습니다. 특히 심근경색 환자는 참사 3주 뒤 4주차에 10% 증가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환자는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전국적으로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도의 정서적 슬픔과 울분, 고스란히 심장에 전달돼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이 TV를 통해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꽃 같은 나이의 청소년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는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울분을 느꼈을 겁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심장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 앞에 온 국민이 같이 아팠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 겁니다.

김학령 서울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교감신경이 작동해 심박동 수가 빨라지고 심장수축이 증가하는데, 이를 초월한 아주 극도의 심리적 또는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장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심부전이 오거나 부정맥, 심근경색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성·65세 미만은 참사 1주차에 발생↑, 여성·65세 이상은 참사 4주차에 발생↑

또 이번 연구에서 남성과 65세 미만에선 세월호 참사가 있던 첫 주에 심장병 발생이 각각 11%, 15%씩 증가했습니다. 반면, 여성과 65세 이상에선 참사 4주차에 각각 12%, 11%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3주 뒤인 4주차에 다시 심장병 환자가 증가한 점과 성별 나이에 따라 건강영향 시기가 다르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날마다 세월호 뉴스가 업데이트되고 실시간으로 구조상황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참사 이십여 일을 전후로 보도된 세월호 수습 상황과 정부 대응 관련 속보가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송경준 서울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해당 시기에 있었던 일이 국민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하에 세월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예를 들어 실종자를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대응이나 발표와 관련해 생겼던 일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기에 있었던 사건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서 추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송 교수는 "성별과 나이를 구분했을 때 남성과 65세 미만에서 건강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 건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뉴스나 현상에 대해 조금 더 노출이 많은 탓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것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인 재난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병원 전과 재난의학'(Prehospital & Disaster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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