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을 ‘검증’해보니…‘내맘대로’ 검증도 가능

입력 2019.04.19 (21:05) 수정 2019.04.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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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 기준을 만들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 사례처럼 검증 단계에서 결격 사유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직자 인사 검증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인사검증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통 후보자가 3배수로 압축되면, 검증이 시작됩니다.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 인사검증팀이 전담하는데, 자료와 평판검증, 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국토위원 :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제출하셨습니까?"]

자료검증의 시작은 사전질문서입니다.

65쪽 분량, 186개항에 대해 후보자가 답해야 하는데, 검증팀이 이 답변자료를 국세청, 금감원, 감사원 등 10여개 기관에 확인해 진위 여부를 조회합니다.

평판검증은 서류로는 알 수 없는 이른바 '세평'을 수집합니다.

과거 경찰과 국정원이 비위 사례 등을 수집해 왔는데 국정원이 빠지면서 정보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노영민/청와대 비서실장/4일 : "과거처럼 국정원등 정보기관의 존안 자료를 활용한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는 절대할 수 없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최종 보고서가 작성됩니다.

정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문제없음'부터 '문제있음'까지 단계별로 적격 여부를 명시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검증 업무에 대한 명확한 근거 법률이 없다는 점, 청와대의 비공개 내규가 전부이다보니, 검증 기간이나 강도가 오락가락하기도 합니다.

한 전직 검증팀장은 2~3일 안에 검증을 끝내라는 경우도 있고, 검증 자체를 생략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했던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입니다.

[신동화/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인사권자의 의중이 더 인사검증과정에 많이 반영될 수 있고, 자의적이거나 온정주의적인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게 되겠죠."]

부실 검증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검증을 공식화하자는 논의가 반복됐지만,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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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검증을 ‘검증’해보니…‘내맘대로’ 검증도 가능
    • 입력 2019-04-19 21:08:18
    • 수정2019-04-19 22:22:01
    뉴스 9
[앵커]

여러 기준을 만들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 사례처럼 검증 단계에서 결격 사유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직자 인사 검증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인사검증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통 후보자가 3배수로 압축되면, 검증이 시작됩니다.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 인사검증팀이 전담하는데, 자료와 평판검증, 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국토위원 :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제출하셨습니까?"]

자료검증의 시작은 사전질문서입니다.

65쪽 분량, 186개항에 대해 후보자가 답해야 하는데, 검증팀이 이 답변자료를 국세청, 금감원, 감사원 등 10여개 기관에 확인해 진위 여부를 조회합니다.

평판검증은 서류로는 알 수 없는 이른바 '세평'을 수집합니다.

과거 경찰과 국정원이 비위 사례 등을 수집해 왔는데 국정원이 빠지면서 정보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노영민/청와대 비서실장/4일 : "과거처럼 국정원등 정보기관의 존안 자료를 활용한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는 절대할 수 없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최종 보고서가 작성됩니다.

정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문제없음'부터 '문제있음'까지 단계별로 적격 여부를 명시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검증 업무에 대한 명확한 근거 법률이 없다는 점, 청와대의 비공개 내규가 전부이다보니, 검증 기간이나 강도가 오락가락하기도 합니다.

한 전직 검증팀장은 2~3일 안에 검증을 끝내라는 경우도 있고, 검증 자체를 생략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했던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입니다.

[신동화/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인사권자의 의중이 더 인사검증과정에 많이 반영될 수 있고, 자의적이거나 온정주의적인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게 되겠죠."]

부실 검증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검증을 공식화하자는 논의가 반복됐지만,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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