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일본, 외국인 노동자 ‘공생’ 모색…처우 논란도

입력 2019.05.23 (18:07) 수정 2019.05.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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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지난달부터 법을 바꿔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 처우 문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쿄 이승철 특파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특파원,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 건 역시 사람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의 노동 가능 인구 그러니까 15세부터 65세 사이의 인구는 1980년대 이후 1,200만 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곳곳에서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겁니다.

도쿄에 있는 한 음식점 체인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종업원의 40%가 외국인입니다.

외국 노동자가 없다면 경영을 할 수 없을 정돕니다.

회사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야마구치/음식점 체인 대표 : "최근 2년 간,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힘들어진 상황이어서 (외국인노동자여도) 일상 회화가 가능한 정도의 어학 실력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채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채용을 해도 교육이며, 일을 배우는 게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등장한게 동영상 교육입니다.

이 곳은 우동 체인점인데요.

이 외국인 노동자가 보고 있는 것. 튀김을 만드는 동영상입니다.

["(튀김 조리 동영상을 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우동이나 튀김 조리법부터 접객 방법, 돈을 받는 법까지 이 체인점에서는 1,000 종류 이상의 동영상을 만들어 전국의 점포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30초 정도만 보면 되는, 모르면 바로 찾아보면 됩니다.

도입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외국인 스탭들이 일을 배우는 게 빨라졌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튀김 어떠세요?) 자, 어떠신가요?"]

[하라다/동영상 제작 회사 :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방침 아래 영상을 만들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앵커]

이런 동영상이 채용에도 쓰인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이 구인사이트를 한번 보실까요?

외국인 전용 사이트인데요.

5개 국어로 대응하고 있고, 등록한 외국인만 9만 명 이상입니다.

이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면 기업에서 체류 자격 등을 보고 채용하는 건데요.

큰 역할을 하는 게 자기 소개 동영상입니다.

["저는 21살입니다. 2년 전 브라질에서 왔습니다."]

서류로만 채용을 결정하는 것보다 동영상을 통해 사전에 상대의 분위기나 일본어 능력을 살필 수 있다는 겁니다.

[채용 회사 관계자 : "안심하고 면접이 가능한 확인이랄까, 저희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안감을 없애는..."]

[앵커]

이렇게 채용에 적극적입니다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기자]

네, 아무래도 의사소통도 잘 안되는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외국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일본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베트남 노동자가 녹음한 한 회사 사장의 말 들어보시죠.

["사무실 언제 청소했어. 청소하라고 이 바보야.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

이 여성은 공작기계 조작을 배우는 계약 조건의 실습생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하지만 계약 업무 외에 회사가 운영하는 애완동물 가게에서도 일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한 임금은 주지도 않고 아침 일찍부터 별도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참기 힘든 욕설도 쏟아졌습니다.

[베트남 노동자/음성변조 : "말만 한 게 아니에요. 틀린 게 있으면 때리기도 하고, 무서워요."]

결국 이 노동자는 지난해 가을 회사에서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연애 금지라는 말도 있던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기자]

한마디로 말하면,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해고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보시는 게 해고통지서입니다.

결혼 때문에 해고한다고 쓰여 있는데요.

2년 전에 일본에 온 이 외국인 노동자는 일본에서 교제를 하게됐고, 결혼을 생각해 회사에 이를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날아온게 해고통집니다.

일본 정부는 법을 개정해 새롭게 34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일손 부족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제도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확실한 방안도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동 전문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이부스키/노동 전문 변호사 : "이번에 개정된 법은 새로운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제도만 만들었을 뿐, 그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가 일본 사회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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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일본, 외국인 노동자 ‘공생’ 모색…처우 논란도
    • 입력 2019-05-23 18:13:34
    • 수정2019-05-23 18:51:13
    통합뉴스룸ET
[앵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지난달부터 법을 바꿔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 처우 문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쿄 이승철 특파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특파원,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 건 역시 사람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의 노동 가능 인구 그러니까 15세부터 65세 사이의 인구는 1980년대 이후 1,200만 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곳곳에서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겁니다.

도쿄에 있는 한 음식점 체인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종업원의 40%가 외국인입니다.

외국 노동자가 없다면 경영을 할 수 없을 정돕니다.

회사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야마구치/음식점 체인 대표 : "최근 2년 간,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힘들어진 상황이어서 (외국인노동자여도) 일상 회화가 가능한 정도의 어학 실력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채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채용을 해도 교육이며, 일을 배우는 게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등장한게 동영상 교육입니다.

이 곳은 우동 체인점인데요.

이 외국인 노동자가 보고 있는 것. 튀김을 만드는 동영상입니다.

["(튀김 조리 동영상을 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우동이나 튀김 조리법부터 접객 방법, 돈을 받는 법까지 이 체인점에서는 1,000 종류 이상의 동영상을 만들어 전국의 점포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30초 정도만 보면 되는, 모르면 바로 찾아보면 됩니다.

도입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외국인 스탭들이 일을 배우는 게 빨라졌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튀김 어떠세요?) 자, 어떠신가요?"]

[하라다/동영상 제작 회사 :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방침 아래 영상을 만들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앵커]

이런 동영상이 채용에도 쓰인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이 구인사이트를 한번 보실까요?

외국인 전용 사이트인데요.

5개 국어로 대응하고 있고, 등록한 외국인만 9만 명 이상입니다.

이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면 기업에서 체류 자격 등을 보고 채용하는 건데요.

큰 역할을 하는 게 자기 소개 동영상입니다.

["저는 21살입니다. 2년 전 브라질에서 왔습니다."]

서류로만 채용을 결정하는 것보다 동영상을 통해 사전에 상대의 분위기나 일본어 능력을 살필 수 있다는 겁니다.

[채용 회사 관계자 : "안심하고 면접이 가능한 확인이랄까, 저희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안감을 없애는..."]

[앵커]

이렇게 채용에 적극적입니다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기자]

네, 아무래도 의사소통도 잘 안되는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외국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일본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베트남 노동자가 녹음한 한 회사 사장의 말 들어보시죠.

["사무실 언제 청소했어. 청소하라고 이 바보야.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

이 여성은 공작기계 조작을 배우는 계약 조건의 실습생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하지만 계약 업무 외에 회사가 운영하는 애완동물 가게에서도 일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한 임금은 주지도 않고 아침 일찍부터 별도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참기 힘든 욕설도 쏟아졌습니다.

[베트남 노동자/음성변조 : "말만 한 게 아니에요. 틀린 게 있으면 때리기도 하고, 무서워요."]

결국 이 노동자는 지난해 가을 회사에서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연애 금지라는 말도 있던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기자]

한마디로 말하면,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해고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보시는 게 해고통지서입니다.

결혼 때문에 해고한다고 쓰여 있는데요.

2년 전에 일본에 온 이 외국인 노동자는 일본에서 교제를 하게됐고, 결혼을 생각해 회사에 이를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날아온게 해고통집니다.

일본 정부는 법을 개정해 새롭게 34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일손 부족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제도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확실한 방안도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동 전문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이부스키/노동 전문 변호사 : "이번에 개정된 법은 새로운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제도만 만들었을 뿐, 그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가 일본 사회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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