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앵커의 눈] “전 재산 담보”…임정의 비밀 자금줄 ‘최부잣집’

입력 2019.06.21 (21:30) 수정 2019.06.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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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지난 3.1절에는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이른바 '3.1운동 계보도'를 최초 공개했고, 4월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에는 2백여 명이 등장하는 임정 초기 사진을 단독 발굴해 그 의미를 전한 바 있습니다.

오늘(21일) 또 다른 사료를 처음 소개합니다.

해방을 맞은 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자금의 6할은 백산에게서 나왔다"고 회상했습니다.

여기서 '백산'이란, 1919년에 설립된 '백산무역 주식회사'를 말하는데 백산 안희제 선생과 경주 '최부잣집'의 종손 최준 선생이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그동안 '백산'이 임시정부의 자금줄이라는 사실이 입으로만 전해져 왔는데, 이를 입증할 다량의 사료들이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부잣집의 고택,

창고에 있는 오래된 함에서 다량의 옛 문서가 발견됐습니다.

[최창호/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이사 : "한 번 열어볼 기회가 있어서 보니까 종이가 꽉꽉 첩첩이 쌓여있어서... 집안으로서는 제일 보물 같은 걸 끄집어내서 찾은 거죠."]

문서가 닳고 헤진데다 흘림체가 많아 내용을 파악하긴 쉽지 않은 상태,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해 보니 최부잣집이 독립운동자금을 댔다는 것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사료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근저당계약서'로 백산무역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문서들인데, 금액이 당시 35만 원, 현재가치로 2백억 원에 달합니다.

뒷부분에는 수십 쪽에 걸쳐 저당 잡힌 최부잣집 재산 내역이 나옵니다.

경주와 울산 지역의 논과 밭이 785필지로 2백2십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최부잣집 재산의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세열/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 : "(최준 선생은) 백산무역주식회사의 그 자금이 전부 독립운동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전 재산을 담보로..."]

최부잣집은 자금을 임정에 직접 전달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해에서 활동하던 일제 밀정이 보고한 문서입니다.

임시정부 수립 직후인 1919년 5월 작성됐습니다.

"독립을 믿고 모여든 자가 천 명에 달한다"며, "최준의 남동생인 최완은 현금 2만 원을 갖고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김광만/사료 발굴가 : "최완 선생이 2만원이라는 거액을 가지고 갔을 때는 모든 것이 노출됐을 것이고,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샅샅이 밀정들에 의해서 보고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제의 감시와 핍박 속에서 백산무역회사는 결국 파산했고, 최부잣집의 재산도 모두 압류됐습니다.

[최염/故 최준 선생 손자 : "할아버지가 개인적으로 보증한 것 때문에 우리 할아버지 재산 9,500석이 전부 압류됩니다. 완전히 망한 거죠. (백산무역회사를) 살려야만 계속 (임시정부에) 돈을 보낼 수 있는 루트가 있으니까..."]

100년 전 보여준 최부잣집의 희생 정신, 정의로운 부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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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21:34:16
    • 수정2019-06-21 2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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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3.1절에는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이른바 '3.1운동 계보도'를 최초 공개했고, 4월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에는 2백여 명이 등장하는 임정 초기 사진을 단독 발굴해 그 의미를 전한 바 있습니다.

오늘(21일) 또 다른 사료를 처음 소개합니다.

해방을 맞은 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자금의 6할은 백산에게서 나왔다"고 회상했습니다.

여기서 '백산'이란, 1919년에 설립된 '백산무역 주식회사'를 말하는데 백산 안희제 선생과 경주 '최부잣집'의 종손 최준 선생이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그동안 '백산'이 임시정부의 자금줄이라는 사실이 입으로만 전해져 왔는데, 이를 입증할 다량의 사료들이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부잣집의 고택,

창고에 있는 오래된 함에서 다량의 옛 문서가 발견됐습니다.

[최창호/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이사 : "한 번 열어볼 기회가 있어서 보니까 종이가 꽉꽉 첩첩이 쌓여있어서... 집안으로서는 제일 보물 같은 걸 끄집어내서 찾은 거죠."]

문서가 닳고 헤진데다 흘림체가 많아 내용을 파악하긴 쉽지 않은 상태,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해 보니 최부잣집이 독립운동자금을 댔다는 것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사료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근저당계약서'로 백산무역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문서들인데, 금액이 당시 35만 원, 현재가치로 2백억 원에 달합니다.

뒷부분에는 수십 쪽에 걸쳐 저당 잡힌 최부잣집 재산 내역이 나옵니다.

경주와 울산 지역의 논과 밭이 785필지로 2백2십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최부잣집 재산의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세열/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 : "(최준 선생은) 백산무역주식회사의 그 자금이 전부 독립운동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전 재산을 담보로..."]

최부잣집은 자금을 임정에 직접 전달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해에서 활동하던 일제 밀정이 보고한 문서입니다.

임시정부 수립 직후인 1919년 5월 작성됐습니다.

"독립을 믿고 모여든 자가 천 명에 달한다"며, "최준의 남동생인 최완은 현금 2만 원을 갖고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김광만/사료 발굴가 : "최완 선생이 2만원이라는 거액을 가지고 갔을 때는 모든 것이 노출됐을 것이고,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샅샅이 밀정들에 의해서 보고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제의 감시와 핍박 속에서 백산무역회사는 결국 파산했고, 최부잣집의 재산도 모두 압류됐습니다.

[최염/故 최준 선생 손자 : "할아버지가 개인적으로 보증한 것 때문에 우리 할아버지 재산 9,500석이 전부 압류됩니다. 완전히 망한 거죠. (백산무역회사를) 살려야만 계속 (임시정부에) 돈을 보낼 수 있는 루트가 있으니까..."]

100년 전 보여준 최부잣집의 희생 정신, 정의로운 부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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