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거짓말하고 말바꾸고…아베의 일본 ‘신뢰’가 흔들린다

입력 2019.07.14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NHK, "한국 측, 철회 요구 발언 없어" 경제산업성 기자회견 관련 보도(13일)

NHK 뉴스 홈페이지의 13일 오후 탑뉴스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 소식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12일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내 허름한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에서 한국 측이 규제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틀째 계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HK가 일본 측 주장을 탑뉴스로 계속 내보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회의록을 확인했지만, 철회를 요구했다는 명확한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날 회의에 참석한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와마쓰 과장은 한국 측의 발언은 회의 뒤 양측이 합의한 발표 내용을 넘어선 것이라며 경제산업성이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와마쓰 준 과장은 "(한국 측 발표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양국의 신뢰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도 경제산업성의 담당자가 "(한국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이날 거듭 주장했다고 전했다.

1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한일 양자협의 한국 측 대표단1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한일 양자협의 한국 측 대표단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회의에 참석한 우리 측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이날 오전 하네다공항에서 서울로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측의 전날 발표 내용을 부인하며 조목조목 반박하자 긴급히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철희 과장은 하네다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응조치) 철회 요청은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전찬수 과장은 회의의 성격에 대해 "일본 측은 어제 회의가 단순한 설명이라는 입장에 한국 정부가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어제 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므로 협의로 보는 게 더 적당하다는 주장을 관철했다"며 "일본 측의 어제 설명은 30분에 그쳤고 4시간 이상 한국 측 입장과 쟁점에 대한 추가 반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제산업성은 전날 회의 내용에 대해 수출규제를 엄격히 한 이유와 '징용 문제'의 대항 조치가 아니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며 한국 측으로부터 철회 요청은 없었다면서 "설명한 내용은 이해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NHK는 경제산업성이 이와 관련한 한국 측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이례적 기자회견을 긴급히 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설명에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히자 일본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앞서 경제산업성 간부는 전날 한일 실무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도 "한국 측으로부터 (규제강화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일본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발표를 전후해 황당한 궤변과 말 바꾸기, 거짓말까지 반복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그의 측근, 극우 언론이 주고받으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은 당초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양국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내외부의 비판이 잇따르고 우리나라가 국제무역기구, WTO 이사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고 WTO에 중재를 요구할 방침임을 밝히자 말을 바꾸었다. 갑자기 부적절한 수출 관리를 언급하며 북한을 끌어들였다.

일본의 북한 부정수출 주요 품목, 출처: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일본의 북한 부정수출 주요 품목, 출처: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최종 행선지가 북한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가 강한 유감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무역관리 타당성을 국제기구가 판단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측의 검증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은 다시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관리는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사안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측의 이번 제안과 관련해 한미 간에는 대북제재 이행을 포함한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이행을 포함해 한국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요구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라고 우리나라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과 대응은 정상적인 것일까?


이런 가운데 이번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연일 우려 가득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로 반도체 국제 공급망에 혼란이 우려된다며 일본의 존재감도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고객이 일본을 떠나는 이른바 '일본 이탈'을 부를 것이라며 과거 사례까지 언급하며 한국과의 마찰을 경계하고 있다.

아베 정권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수출규제 이후 일본 기업의 혼란과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수출규제로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전하며 사태가 장기화되는게 한·일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된 아베 내각의 대응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아베의 일본, 일본이 그토록 강조해 온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거짓말하고 말바꾸고…아베의 일본 ‘신뢰’가 흔들린다
    • 입력 2019-07-14 07:00:43
    글로벌 돋보기
NHK, "한국 측, 철회 요구 발언 없어" 경제산업성 기자회견 관련 보도(13일)

NHK 뉴스 홈페이지의 13일 오후 탑뉴스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 소식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12일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내 허름한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에서 한국 측이 규제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틀째 계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HK가 일본 측 주장을 탑뉴스로 계속 내보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회의록을 확인했지만, 철회를 요구했다는 명확한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날 회의에 참석한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와마쓰 과장은 한국 측의 발언은 회의 뒤 양측이 합의한 발표 내용을 넘어선 것이라며 경제산업성이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와마쓰 준 과장은 "(한국 측 발표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양국의 신뢰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도 경제산업성의 담당자가 "(한국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이날 거듭 주장했다고 전했다.

1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한일 양자협의 한국 측 대표단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회의에 참석한 우리 측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이날 오전 하네다공항에서 서울로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측의 전날 발표 내용을 부인하며 조목조목 반박하자 긴급히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철희 과장은 하네다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응조치) 철회 요청은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전찬수 과장은 회의의 성격에 대해 "일본 측은 어제 회의가 단순한 설명이라는 입장에 한국 정부가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어제 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므로 협의로 보는 게 더 적당하다는 주장을 관철했다"며 "일본 측의 어제 설명은 30분에 그쳤고 4시간 이상 한국 측 입장과 쟁점에 대한 추가 반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제산업성은 전날 회의 내용에 대해 수출규제를 엄격히 한 이유와 '징용 문제'의 대항 조치가 아니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며 한국 측으로부터 철회 요청은 없었다면서 "설명한 내용은 이해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NHK는 경제산업성이 이와 관련한 한국 측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이례적 기자회견을 긴급히 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설명에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히자 일본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앞서 경제산업성 간부는 전날 한일 실무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도 "한국 측으로부터 (규제강화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일본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발표를 전후해 황당한 궤변과 말 바꾸기, 거짓말까지 반복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그의 측근, 극우 언론이 주고받으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은 당초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양국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내외부의 비판이 잇따르고 우리나라가 국제무역기구, WTO 이사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고 WTO에 중재를 요구할 방침임을 밝히자 말을 바꾸었다. 갑자기 부적절한 수출 관리를 언급하며 북한을 끌어들였다.

일본의 북한 부정수출 주요 품목, 출처: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최종 행선지가 북한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가 강한 유감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무역관리 타당성을 국제기구가 판단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측의 검증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은 다시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관리는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사안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측의 이번 제안과 관련해 한미 간에는 대북제재 이행을 포함한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이행을 포함해 한국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요구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라고 우리나라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과 대응은 정상적인 것일까?


이런 가운데 이번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연일 우려 가득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로 반도체 국제 공급망에 혼란이 우려된다며 일본의 존재감도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고객이 일본을 떠나는 이른바 '일본 이탈'을 부를 것이라며 과거 사례까지 언급하며 한국과의 마찰을 경계하고 있다.

아베 정권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수출규제 이후 일본 기업의 혼란과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수출규제로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전하며 사태가 장기화되는게 한·일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된 아베 내각의 대응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아베의 일본, 일본이 그토록 강조해 온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