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본 뜬 ‘리얼돌’까지? “이것만은 막아주세요”

입력 2019.08.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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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 리얼, 진짜 논란입니다. '리얼돌'이 뭐냐고요?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성인용 인형을 지칭하는 건데, 지난 6월 대법원이 '개인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들어 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합법화한 지 두 달, 그간 찬반 논쟁이 무섭게 불붙으면서 이제는 '리얼돌'이 '뭔 아이돌 이름이겠거니'하는 우스갯소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 7월에 올라온 ‘리얼돌’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지난 7월에 올라온 ‘리얼돌’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며 지난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26만 3천여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그 사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과 되레 남성의 생식기를 본뜬 성기구를 금지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쯤 되면 어떤 부분이 논란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판결문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인간 존엄성 훼손 vs 개인의 자유 실현

시작은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부텁니다. 1심은 인천세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한 성적 부위의 모양과 색상 등이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수입 금지가 옳다는 겁니다.


하지만 2심에서 이 판결은 완전히 뒤집힙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게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성 소외자를 위한 대안" vs "여성의 성 상품화"


판결 이후, 리얼돌 구매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각종 구매대행 게시글들이 올라왔고, 연예인 얼굴을 본뜬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는 판매 글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성 혐오', '젠더 갈등'이란 단어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소송을 냈던 수입업체 대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성기구라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인데 법이, 국가가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과 이성 교제가 힘드신 분들, 장애인분들이나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실제 해외에서는 업체들이 장애인분들을 위한 혜택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반대쪽은 이 리얼돌을 이용해 결국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들의 성적 욕망은 자연스럽다'는 사고, 그리고 그것을 '여성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리얼돌이 성범죄에 증가 혹은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여성 신체 그대로 본 뜬 ‘리얼돌’ 수입 허가…논란 증폭

아동 성적 대상화만이라도 막아야…'아동 리얼돌 금지법' 발의

리얼돌에 대한 관심과 우려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옮겨 갔습니다. 아동, 청소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까지 나타나면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국회에서 그 비판을 받아들였습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지난 8일, 이른바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아동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전시, 광고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람 역시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 정 의원이 밝힌 발의 이유입니다.

실제,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아동 리얼돌'의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논란은 또 한동안 지속될 전망입니다. '아동 리얼돌'의 판매로 소아 성애에 대한 욕구가 해소돼 아동 성 범죄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입장과 오히려 '아동 리얼돌'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둔감하게 해 범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도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첨예한 '리얼돌' 찬반 논란에 더해 '아동 리얼돌'에 대한 기준은 다르게 두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또 다른 논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돌' 문제가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국회로 들어온 이 논의가 실제 리얼돌에 대한 법적 제재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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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본 뜬 ‘리얼돌’까지? “이것만은 막아주세요”
    • 입력 2019-08-14 06:06:39
    취재K
'리얼돌'이 리얼, 진짜 논란입니다. '리얼돌'이 뭐냐고요?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성인용 인형을 지칭하는 건데, 지난 6월 대법원이 '개인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들어 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합법화한 지 두 달, 그간 찬반 논쟁이 무섭게 불붙으면서 이제는 '리얼돌'이 '뭔 아이돌 이름이겠거니'하는 우스갯소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 7월에 올라온 ‘리얼돌’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며 지난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26만 3천여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그 사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과 되레 남성의 생식기를 본뜬 성기구를 금지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쯤 되면 어떤 부분이 논란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판결문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인간 존엄성 훼손 vs 개인의 자유 실현

시작은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부텁니다. 1심은 인천세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한 성적 부위의 모양과 색상 등이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수입 금지가 옳다는 겁니다.


하지만 2심에서 이 판결은 완전히 뒤집힙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게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성 소외자를 위한 대안" vs "여성의 성 상품화"


판결 이후, 리얼돌 구매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각종 구매대행 게시글들이 올라왔고, 연예인 얼굴을 본뜬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는 판매 글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성 혐오', '젠더 갈등'이란 단어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소송을 냈던 수입업체 대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성기구라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인데 법이, 국가가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과 이성 교제가 힘드신 분들, 장애인분들이나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실제 해외에서는 업체들이 장애인분들을 위한 혜택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반대쪽은 이 리얼돌을 이용해 결국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들의 성적 욕망은 자연스럽다'는 사고, 그리고 그것을 '여성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리얼돌이 성범죄에 증가 혹은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여성 신체 그대로 본 뜬 ‘리얼돌’ 수입 허가…논란 증폭

아동 성적 대상화만이라도 막아야…'아동 리얼돌 금지법' 발의

리얼돌에 대한 관심과 우려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옮겨 갔습니다. 아동, 청소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까지 나타나면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국회에서 그 비판을 받아들였습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지난 8일, 이른바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아동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전시, 광고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람 역시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 정 의원이 밝힌 발의 이유입니다.

실제,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아동 리얼돌'의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논란은 또 한동안 지속될 전망입니다. '아동 리얼돌'의 판매로 소아 성애에 대한 욕구가 해소돼 아동 성 범죄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입장과 오히려 '아동 리얼돌'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둔감하게 해 범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도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첨예한 '리얼돌' 찬반 논란에 더해 '아동 리얼돌'에 대한 기준은 다르게 두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또 다른 논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돌' 문제가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국회로 들어온 이 논의가 실제 리얼돌에 대한 법적 제재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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