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척추 두 동강 난 유기견’ 귀동이와의 아쉬운 작별

입력 2019.09.10 (07:02) 수정 2019.09.10 (11: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슬픈 소식을 접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쯤 <척추 두 동강 난 채 발견된 강아지…그 후 일어난 기적> 이라는 동영상 기사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상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귀동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기사가 나간 후에도 귀동이를 데리고 있던 동물병원 측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안락사를 시켰나보다'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동물병원 측으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귀동이가 떠나던 날 아침까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는 것이었다.

<척추 두 동강 난 채 발견된 강아지…그 후 일어난 기적> - 2019년 7월 11일자 기사, 기사 링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39879

귀동이는 지난 3월 전라북도 익산에서 발견된 유기견이었다. 발견 당시 척추가 심하게 골절된 상태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상태였지만 지역 주민들과 전주올리몰스24시동물메디컬센터 등의 도움으로 두 차례에 걸친 척추 수술과 계속되는 재활 운동, 심장사상충 치료 등을 이겨내고 점차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척추 골절로 마비가 되어 아예 쓸 수 없게 되어버린 하반신 때문에 평생 뒷다리를 휠체어에 올린 채 움직여야 하고 소변 주머니를 찬 채 욕창과도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했지만, 귀동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삶에 대한 의지로 버텨내며 동물병원 식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귀한 존재'였다고 한다.

건강이 많이 회복돼 간식을 받아먹던 귀동이의 최근 모습(좌)과 욕창 패드에서 휴식을 취하던 귀동이(우)건강이 많이 회복돼 간식을 받아먹던 귀동이의 최근 모습(좌)과 욕창 패드에서 휴식을 취하던 귀동이(우)

그랬던 귀동이가 지난 금요일 오후 갑자기 쓰러졌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혈액검사 등을 진행하던 중 심정지가 온 것이다. 귀동이를 치료해온 곽규만 원장은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단정을 짓긴 어렵지만, 혈액검사 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척추 손상이 심할 경우 10% 정도의 확률로 찾아오는 '척수연화증'이라는 후유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특히 귀동이의 경우 심장사상충 치료를 최근까지 병행했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해 증상을 미리 감지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 원장은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씩씩하게 잘 먹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이 동물이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며 "가기 전에 병원 식구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며 애정을 표시했는데 마치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귀동이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고, 욕창이 심해지지 않도록 일정 시간마다 체위를 계속해서 바꿔줘야 했기 때문에 입양처를 찾기가 무척 어려운 경우였다. 따라서 귀동이가 평생 동물병원에서 지내야 할 경우를 감안해 몇몇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도 기획되던 중이었다.

혹자는 "비록 사람에 의해 다친 것 같다고는 하지만 주인도 없는 개 한 마리에 왜 그토록 많은 비용과 정성을 쏟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고 "안락사가 오히려 더 간단한 해법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귀동이 스스로가 워낙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병원 측은 안락사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장애를 안고서도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가는 귀동이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지난 2014년에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선물 The Present>에 보면 실제로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출신의 애니메이터 제이콥 프레이(Jacob Frey) 감독이 1년 동안 혼자서 그려서 완성했다는 이 영화는 수십 개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4분 20초 남짓한 이 짧은 영화가 깊고 진한 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었던 데는 주인공과 같은 처지의 외발 강아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 다리가 불편한 소년과 강아지의 교감이 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선물The Present>. 한 다리가 불편해 사회로부터 고립돼있던 소년이 한 다리가 불편한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jqiU5FgsYc)지난 2014년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선물The Present>. 한 다리가 불편해 사회로부터 고립돼있던 소년이 한 다리가 불편한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jqiU5FgsYc)

장애가 있는 동물을 통해 인간이 삶에 대한 의지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 사례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어미로부터도 버림받은 기형 원숭이를 기르며 그 꿋꿋한 모습에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비롯해 인간에게 학대받아 장애가 있는 채로 쓰레기장에 버려졌지만 안락사 직전 구조돼 13년 동안 치료견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살린 <치로리 이야기>, 네 다리를 모두 잃었지만 온몸으로 세상을 품은 <장애견 타로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해외의 사례들이 이렇게 외국에서까지 번역돼 출판되고 읽힐 정도라면 '귀동이'의 삶도 이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희망을 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순간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다 갔지만, 그리고 지금은 고통 없는 곳에서 훨씬 편안하겠지만 귀동이와의 작별이 아쉬운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인간으로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척추 두 동강 난 유기견’ 귀동이와의 아쉬운 작별
    • 입력 2019-09-10 07:02:37
    • 수정2019-09-10 11:45:04
    취재후·사건후
지난 주말 슬픈 소식을 접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쯤 <척추 두 동강 난 채 발견된 강아지…그 후 일어난 기적> 이라는 동영상 기사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상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귀동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기사가 나간 후에도 귀동이를 데리고 있던 동물병원 측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안락사를 시켰나보다'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동물병원 측으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귀동이가 떠나던 날 아침까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는 것이었다.

<척추 두 동강 난 채 발견된 강아지…그 후 일어난 기적> - 2019년 7월 11일자 기사, 기사 링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39879

귀동이는 지난 3월 전라북도 익산에서 발견된 유기견이었다. 발견 당시 척추가 심하게 골절된 상태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상태였지만 지역 주민들과 전주올리몰스24시동물메디컬센터 등의 도움으로 두 차례에 걸친 척추 수술과 계속되는 재활 운동, 심장사상충 치료 등을 이겨내고 점차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척추 골절로 마비가 되어 아예 쓸 수 없게 되어버린 하반신 때문에 평생 뒷다리를 휠체어에 올린 채 움직여야 하고 소변 주머니를 찬 채 욕창과도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했지만, 귀동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삶에 대한 의지로 버텨내며 동물병원 식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귀한 존재'였다고 한다.

건강이 많이 회복돼 간식을 받아먹던 귀동이의 최근 모습(좌)과 욕창 패드에서 휴식을 취하던 귀동이(우)
그랬던 귀동이가 지난 금요일 오후 갑자기 쓰러졌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혈액검사 등을 진행하던 중 심정지가 온 것이다. 귀동이를 치료해온 곽규만 원장은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단정을 짓긴 어렵지만, 혈액검사 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척추 손상이 심할 경우 10% 정도의 확률로 찾아오는 '척수연화증'이라는 후유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특히 귀동이의 경우 심장사상충 치료를 최근까지 병행했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해 증상을 미리 감지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 원장은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씩씩하게 잘 먹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이 동물이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며 "가기 전에 병원 식구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며 애정을 표시했는데 마치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귀동이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고, 욕창이 심해지지 않도록 일정 시간마다 체위를 계속해서 바꿔줘야 했기 때문에 입양처를 찾기가 무척 어려운 경우였다. 따라서 귀동이가 평생 동물병원에서 지내야 할 경우를 감안해 몇몇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도 기획되던 중이었다.

혹자는 "비록 사람에 의해 다친 것 같다고는 하지만 주인도 없는 개 한 마리에 왜 그토록 많은 비용과 정성을 쏟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고 "안락사가 오히려 더 간단한 해법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귀동이 스스로가 워낙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병원 측은 안락사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장애를 안고서도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가는 귀동이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지난 2014년에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선물 The Present>에 보면 실제로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출신의 애니메이터 제이콥 프레이(Jacob Frey) 감독이 1년 동안 혼자서 그려서 완성했다는 이 영화는 수십 개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4분 20초 남짓한 이 짧은 영화가 깊고 진한 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었던 데는 주인공과 같은 처지의 외발 강아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 다리가 불편한 소년과 강아지의 교감이 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선물The Present>. 한 다리가 불편해 사회로부터 고립돼있던 소년이 한 다리가 불편한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jqiU5FgsYc)
장애가 있는 동물을 통해 인간이 삶에 대한 의지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 사례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어미로부터도 버림받은 기형 원숭이를 기르며 그 꿋꿋한 모습에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비롯해 인간에게 학대받아 장애가 있는 채로 쓰레기장에 버려졌지만 안락사 직전 구조돼 13년 동안 치료견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살린 <치로리 이야기>, 네 다리를 모두 잃었지만 온몸으로 세상을 품은 <장애견 타로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해외의 사례들이 이렇게 외국에서까지 번역돼 출판되고 읽힐 정도라면 '귀동이'의 삶도 이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희망을 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순간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다 갔지만, 그리고 지금은 고통 없는 곳에서 훨씬 편안하겠지만 귀동이와의 작별이 아쉬운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인간으로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