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생산량 반토막 ‘드론테러’ 현실화

입력 2019.09.16 (08:13) 수정 2019.09.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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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시설이 반군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우디와 오랜 적대 관계에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4일 새벽 4시쯤 사우디 최대 석유 회사 아람코의 시설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사우디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 같다"는 외신의 보도처럼 이번에 공격을 받은 석유 시설 두 곳은 사우디 원유 체계의 심장부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에 많은 분들이 가슴 철렁한 건 당장 기름값에 미칠 영향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를 생산하며 전 세계 기름통의 젖줄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석유를 사 오는 나라 역시 사우디인데,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이 많게는 절반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생산량이 줄면 당연히 가격은 오를 텐데요, 예상대로 조금 전 열린 국제 시장의 유가가 급등세로 출발했고요.

배럴당 1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우려 섞인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보신 것처럼 사우디 석유 시설의 심장부를 정밀 타격한 건 미사일이 아닌, 공중에 띄운 무인기, 드론이었습니다.

예멘으로부터 사우디 동쪽에 치우친 두 곳의 시설까지 과연 1,000㎞를 드론이 날아갈 수 있겠느냐 설왕설래도 이어지지만,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체 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10대의 드론으로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른바 '드론 테러'를 공식화했습니다.

[사레아/친이란 예멘 반군 대변인 : "무인기 10대를 투입해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지역을 광범위하게 공습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1,000㎞ 가까이 되는 사우디 영공이 예멘 반군의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셈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는 원유 시장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드론,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비행체를 뜻하죠 비행할 때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drone)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첫 선을 보인 드론은 우리 생활 전 영역으로 활용도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는 물론 지진 현장에서 인명 구조와 수색 화재 진압에도 드론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프라임 에어’ 같은 드론 택배 서비스는 유통업의 지도를 바꿀 전망이고, 얼마 전 개봉된 영화 <엑시트>에서는 대규모 드론이 고립된 주인공들을 세상과 이어 주는 유일한 끈으로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착한 드론’의 무궁무진한 활약상에 대한 전망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 보듯, 테러나 범죄 등에 악용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공개 연설 도중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드론에는 'C4'로 불리는 폭발물 1kg이 실려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미국 백악관 건물에 드론이 충돌해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었고, 일본 총리 관저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드론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론에 매달려 낚시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등 국제 뉴스의 가십 정도로 소개되던 드론이 테러 소식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스틴 브롱크/방어 전문 분석가 : "드론이 자율적으로 날아다니고 누군가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후 적대 행위를 목적으로 한 드론이 대량 출시될 경우 더는 통제가 어려울 것입니다."]

드론이 테러의 무기로 종종 활용되는 건 레이더 추격이 어렵고 가격이 싸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우디 정유 시설 공격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돈이 없는 후티 반군이 한 대에 만오천 달러 (약 1,800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무기로 세계 군사비 지출 3위인 사우디에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스커드 미사일을 쐈던 1991년 걸프전 후 가장 심각한 피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 역시 드론 공격의 무풍지대가 아닙니다.

북한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서해 백령도, 경기 파주 상공에 드론을 띄운 북한은 2017년에는 드론을 이용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드론을 통한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화되는 형국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게임체인저’는 핵무기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앞으로는 드론에 이 말이 돌아갈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친철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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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원유 생산량 반토막 ‘드론테러’ 현실화
    • 입력 2019-09-16 08: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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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시설이 반군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우디와 오랜 적대 관계에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4일 새벽 4시쯤 사우디 최대 석유 회사 아람코의 시설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사우디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 같다"는 외신의 보도처럼 이번에 공격을 받은 석유 시설 두 곳은 사우디 원유 체계의 심장부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에 많은 분들이 가슴 철렁한 건 당장 기름값에 미칠 영향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를 생산하며 전 세계 기름통의 젖줄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석유를 사 오는 나라 역시 사우디인데,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이 많게는 절반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생산량이 줄면 당연히 가격은 오를 텐데요, 예상대로 조금 전 열린 국제 시장의 유가가 급등세로 출발했고요.

배럴당 1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우려 섞인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보신 것처럼 사우디 석유 시설의 심장부를 정밀 타격한 건 미사일이 아닌, 공중에 띄운 무인기, 드론이었습니다.

예멘으로부터 사우디 동쪽에 치우친 두 곳의 시설까지 과연 1,000㎞를 드론이 날아갈 수 있겠느냐 설왕설래도 이어지지만,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체 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10대의 드론으로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른바 '드론 테러'를 공식화했습니다.

[사레아/친이란 예멘 반군 대변인 : "무인기 10대를 투입해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지역을 광범위하게 공습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1,000㎞ 가까이 되는 사우디 영공이 예멘 반군의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셈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는 원유 시장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드론,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비행체를 뜻하죠 비행할 때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drone)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첫 선을 보인 드론은 우리 생활 전 영역으로 활용도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는 물론 지진 현장에서 인명 구조와 수색 화재 진압에도 드론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프라임 에어’ 같은 드론 택배 서비스는 유통업의 지도를 바꿀 전망이고, 얼마 전 개봉된 영화 <엑시트>에서는 대규모 드론이 고립된 주인공들을 세상과 이어 주는 유일한 끈으로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착한 드론’의 무궁무진한 활약상에 대한 전망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 보듯, 테러나 범죄 등에 악용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공개 연설 도중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드론에는 'C4'로 불리는 폭발물 1kg이 실려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미국 백악관 건물에 드론이 충돌해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었고, 일본 총리 관저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드론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론에 매달려 낚시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등 국제 뉴스의 가십 정도로 소개되던 드론이 테러 소식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스틴 브롱크/방어 전문 분석가 : "드론이 자율적으로 날아다니고 누군가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후 적대 행위를 목적으로 한 드론이 대량 출시될 경우 더는 통제가 어려울 것입니다."]

드론이 테러의 무기로 종종 활용되는 건 레이더 추격이 어렵고 가격이 싸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우디 정유 시설 공격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돈이 없는 후티 반군이 한 대에 만오천 달러 (약 1,800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무기로 세계 군사비 지출 3위인 사우디에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스커드 미사일을 쐈던 1991년 걸프전 후 가장 심각한 피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 역시 드론 공격의 무풍지대가 아닙니다.

북한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서해 백령도, 경기 파주 상공에 드론을 띄운 북한은 2017년에는 드론을 이용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드론을 통한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화되는 형국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게임체인저’는 핵무기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앞으로는 드론에 이 말이 돌아갈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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