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지휘자 장한나 ‘울컥’에 관객들 ‘뭉클’
입력 2019.11.15 (09:32) 수정 2019.11.15 (11:01) 취재K
지휘자 장한나 ‘울컥’에 관객들 ‘뭉클’
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북유럽 정취로 가득 찼다.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에서 찾아온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TSO)가 노르웨이의 대표 작곡가 그리그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한 것이다. 지휘는 우리에게 신동 첼리스트로 더 익숙한 장한나가 맡았고,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함께했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 작품번호 46과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작품번호 16에 이어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나단조, 작품번호 74 '비창'까지 이어진 북유럽 음악의 향연이 2부에 걸쳐 막을 내리자 마에스트라(마에스트로와 대비되는 말로서 교향악 따위의 여성 지휘자를 일컫는 말) 장한나는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관객석에서는 커튼콜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지휘자 포디엄에 오른 장한나가 침묵을 깨고 관객들에게 우리말로 감사 인사와 더불어 앙코르곡 소개를 하려던 순간, 장한나는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경은 음악과 언어로 가득 찼던 공연 내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사실 장한나는 밝고 잘 웃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7년 인터뷰 때도 볼 수 있듯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자유롭게 웃는 특유의 웃음소리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KBS 아침뉴스타임 [앵커가 만난 사람] 지휘봉 잡은 장한나의 변신(2007년 6월 14일 방송)

무대에 등장할 때도 밖으로 퇴장할 때도 언제나 밝게 웃으며 당당한 호기로움이 트레이드마크인 장한나가 잠시나마 '울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한나는 이번이 5년 만의 귀국이다. 그녀가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스스로도 만족스럽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힐 만한 둥지를 찾은 건 트론헤임 심포니가 처음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취임했고 오는 2023년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노르웨이 쇠르트뢰넬라그주의 도시 트론헤임(Trondheim). 12세기에는 노르웨이 정신(精神)의 중심지로 불렸다.노르웨이 쇠르트뢰넬라그주의 도시 트론헤임(Trondheim). 12세기에는 노르웨이 정신(精神)의 중심지로 불렸다.

트론헤임 심포니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로 트론헤임은 13세기까지 바이킹 시대의 수도였다. 그런 도시의 오케스트라를 '자기 오케스트라'로서 이끌고 방한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음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장한나 본인이 내한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던 바 대로 세계 탑5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가운데 여성 지휘자가 전혀 없고 객원 지휘자로조차도 거의 부르지 않는 상황에서, 지휘자의 고국 투어에 오케스트라 대표와 홍보팀 등이 총출동해 조력할 만큼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는 것은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위상이 그동안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년 전만 해도 한국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을 장한나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 오케스트라의 100명에 가까운 단원들을 데리고 무대에 서서 고국의 청중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을 선보일 때의 감회는, 아무리 당차고 씩씩한 장한나라고 해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장한나, 그리고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동혁(2019.11.13 서울 예술의 전당, 크레디아 사진)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장한나, 그리고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동혁(2019.11.13 서울 예술의 전당, 크레디아 사진)

어린 시절부터 장한나를 죽 지켜봐 온 워너뮤직코리아 이상민 이사는 "지휘자는 음악가로서 생명이 긴데 장한나는 이번에 지휘자로서의 역량이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며 "트론헤임 심포니가 장한나로 인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부상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마저 들게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25살 때 무명의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아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워내면서 주목받았고,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가 오슬로 필이나 피츠버그 심포니를 최상의 상태로 가꿔낸 것처럼 말이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는 그 악단의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어떤 연주자를 기용할지, 어떤 협연자를 초대할지 등등 인사권과 통솔권을 다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자기가 생각한 대로 모든 걸 끌고 나갈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상민 이사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축구도 보면 국가 대표 선수들이 다 뛰어나지만 어떤 감독이 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처럼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지휘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통솔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원들에게 영감을 부여하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으로,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가 있는데 장한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장한나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히딩크 감독이나 박항서 감독처럼 '신화를 만들어내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 지휘자 장한나 ‘울컥’에 관객들 ‘뭉클’
    • 입력 2019.11.15 (09:32)
    • 수정 2019.11.15 (11:01)
    취재K
지휘자 장한나 ‘울컥’에 관객들 ‘뭉클’
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북유럽 정취로 가득 찼다.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에서 찾아온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TSO)가 노르웨이의 대표 작곡가 그리그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한 것이다. 지휘는 우리에게 신동 첼리스트로 더 익숙한 장한나가 맡았고,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함께했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 작품번호 46과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작품번호 16에 이어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나단조, 작품번호 74 '비창'까지 이어진 북유럽 음악의 향연이 2부에 걸쳐 막을 내리자 마에스트라(마에스트로와 대비되는 말로서 교향악 따위의 여성 지휘자를 일컫는 말) 장한나는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관객석에서는 커튼콜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지휘자 포디엄에 오른 장한나가 침묵을 깨고 관객들에게 우리말로 감사 인사와 더불어 앙코르곡 소개를 하려던 순간, 장한나는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경은 음악과 언어로 가득 찼던 공연 내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사실 장한나는 밝고 잘 웃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7년 인터뷰 때도 볼 수 있듯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자유롭게 웃는 특유의 웃음소리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KBS 아침뉴스타임 [앵커가 만난 사람] 지휘봉 잡은 장한나의 변신(2007년 6월 14일 방송)

무대에 등장할 때도 밖으로 퇴장할 때도 언제나 밝게 웃으며 당당한 호기로움이 트레이드마크인 장한나가 잠시나마 '울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한나는 이번이 5년 만의 귀국이다. 그녀가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스스로도 만족스럽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힐 만한 둥지를 찾은 건 트론헤임 심포니가 처음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취임했고 오는 2023년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노르웨이 쇠르트뢰넬라그주의 도시 트론헤임(Trondheim). 12세기에는 노르웨이 정신(精神)의 중심지로 불렸다.노르웨이 쇠르트뢰넬라그주의 도시 트론헤임(Trondheim). 12세기에는 노르웨이 정신(精神)의 중심지로 불렸다.

트론헤임 심포니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로 트론헤임은 13세기까지 바이킹 시대의 수도였다. 그런 도시의 오케스트라를 '자기 오케스트라'로서 이끌고 방한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음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장한나 본인이 내한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던 바 대로 세계 탑5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가운데 여성 지휘자가 전혀 없고 객원 지휘자로조차도 거의 부르지 않는 상황에서, 지휘자의 고국 투어에 오케스트라 대표와 홍보팀 등이 총출동해 조력할 만큼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는 것은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위상이 그동안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년 전만 해도 한국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을 장한나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 오케스트라의 100명에 가까운 단원들을 데리고 무대에 서서 고국의 청중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을 선보일 때의 감회는, 아무리 당차고 씩씩한 장한나라고 해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장한나, 그리고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동혁(2019.11.13 서울 예술의 전당, 크레디아 사진)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장한나, 그리고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동혁(2019.11.13 서울 예술의 전당, 크레디아 사진)

어린 시절부터 장한나를 죽 지켜봐 온 워너뮤직코리아 이상민 이사는 "지휘자는 음악가로서 생명이 긴데 장한나는 이번에 지휘자로서의 역량이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며 "트론헤임 심포니가 장한나로 인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부상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마저 들게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25살 때 무명의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아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워내면서 주목받았고,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가 오슬로 필이나 피츠버그 심포니를 최상의 상태로 가꿔낸 것처럼 말이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는 그 악단의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어떤 연주자를 기용할지, 어떤 협연자를 초대할지 등등 인사권과 통솔권을 다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자기가 생각한 대로 모든 걸 끌고 나갈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상민 이사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축구도 보면 국가 대표 선수들이 다 뛰어나지만 어떤 감독이 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처럼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지휘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통솔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원들에게 영감을 부여하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으로,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가 있는데 장한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장한나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히딩크 감독이나 박항서 감독처럼 '신화를 만들어내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