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얼려버린 ‘북극한파’…우리도 ‘롱패딩’ 준비해야 할까

입력 2019.11.15 (12:02) 수정 2019.11.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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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발 한파의 입김이 매섭습니다. 미국 북동부는 유례없는 11월 추위에 얼어붙었습니다. 시카고 등지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졌는데 이맘때 기온으로는 예년보다 15~20도나 낮습니다. 또 플로리다 등 일부 해안을 제외한 미국 전역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영상을 보면 그린란드에서 시작된 차가운 북극의 공기가 미국 북동부로 휘몰아쳐 내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기의 소용돌이가 미국 중서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동시에 한반도와 가까운 유라시아 대륙에도 본격적으로 찬 공기가 포착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다음 주 초 또 한차례의 추위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올해도 북극한파 매서울까?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북극한파에 대한 예측이 나옵니다. 매년 9월 중순이면 북극해의 얼음은 최대로 녹아 사라집니다. 이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북극을 도는 제트기류의 움직임이 결정됩니다. 온난화 속에 올해 역시 엄청난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선이 지난 30년간 해빙의 평균값인데요. 북극 얼음이 역대 최고로 많이 녹았던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북극 상공을 도는 극 제트기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북극진동'(AO)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수가 양(+)의 값이면 북극 상공의 제트가 강하다는 뜻이고 반대로 음(-)로 내려가면 제트가 느슨해지면서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로 밀려오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북극진동 지수(아래)는 11월 들어 잠시 양의 값을 회복했다가 최근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북미에 몰아친 한파도 북극진동 지수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앞으로 지수가 갑자기 양으로 치고 올라가지 않는 한 북극발 한파는 지속될 거라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한기의 축에 따라 한파 맞거나, 피하거나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는 출렁이는 제트기류에 실려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뻗어내려 옵니다. 그러나 한기의 중심축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는 한파를 맞거나 반대로 피해갈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 그러니까 올해 1월 미국은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중북부의 미네소타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44.4도까지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따뜻한 북극과 달리 미국에서 오히려 북극보다 심한 추위가 기록된 겁니다. 당시 시카고도 최저기온이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져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북미지역은 땅덩어리가 큽니다. 북극 한기가 이리로 오거나, 또는 저리로 가도 동부나 서부 중 한 곳은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좀 더 복잡합니다. 지난 겨울 미국과 달리 우리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왜일까요?

[연관기사] ‘감기지수’ 최고치…입동 추위는 기록적 한파 예고?


한반도 북극발 한파는 '우랄 블로킹' 영향

우리나라에 북극발 한파가 밀려오는 전형적인 구조는 '우랄 블로킹'입니다. 북극 카라해와 바렌츠 해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주변에 있는 시베리아의 우랄산맥 근처에 기류를 가로막는 고기압이 자리 잡게 됩니다.

고기압의 시계방향 순환은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로 끌어내리는데 여기에 동쪽 베링해와 척치해 부근에 또 다른 블로킹이 만들어지면 찬 공기가 갇히면서 기록적인 한파를 불러옵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찬 공기의 축이 간발의 차이로 우리나라 북쪽까지 밀려오는 데 그쳤습니다.

올겨울 '생존템', 롱패딩 vs.미세먼지 마스크


'삼한사미'가 일상이 되면서 우리나라 겨울철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딱 2가지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추운 사흘간은 롱패딩, 추위가 누그러지고 미세먼지가 몰려오는 나흘간은 마스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올 겨울은 과연 어떨까요?

아직 예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 상황이나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를 결정하는 눈 덮인 면적은 추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한반도 기후의 핫이슈로 등장한 인도양 서쪽 지역의 대류가 활발한 점은 따뜻한 겨울을 몰고 올 변수로 보입니다. 열대 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엘니뇨의 경우 중립 상태에 들겠지만 중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도 있습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기후 인자들을 분석한 결과 올겨울 한파가 강하고 그 결과로 미세먼지 농도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이 강하면 대기는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미국 등 외국 기후모델에서는 동아시아의 겨울을 따뜻한 방향으로 모의하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부경대 연구진과 기상청에서는 올 겨울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따뜻할 확률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2월은 온난화의 경향이 뚜렷한 만큼 이번 겨울에도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와 전쟁입니다.

최대 변수가 된 북극, 온난화의 역습

현재 진행 중인 첨예한 기후변화를 보여줄 IPCC 6차 보고서가 2021년 발간됩니다. 이에 앞서 기상청이 최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한 결과 5차 보고서 때보다 상승폭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은 21세기 말 1.9~5.2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5~10%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기온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북극입니다. 육지의 2배인 6.1~13.1도나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바다 얼음의 면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 2050년쯤이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극에서 더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온난화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검푸른 바다가 그대로 드러나면 햇볕을 더 흡수해 수온이 올라가고 얼음이 점점 많이 사라지는 피드백이 가속화됩니다. 다양한 식생으로 덮여있는 육지와 다른 점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린다면 전 세계 기후에는 어떤 변화가 몰아 닥칠까요? 한반도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까요? 북극이 더워지면 저위도와 기온 차이가 줄며 대기의 순환이 멈춰버리고 여름철에는 더 심한 폭염을,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심해질 겁니다.

미래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올여름 우리는 7개의 태풍을 겪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또 얼마나 자주 기상이변을 겪게 될까요. 어쩌면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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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얼려버린 ‘북극한파’…우리도 ‘롱패딩’ 준비해야 할까
    • 입력 2019-11-15 12:02:11
    • 수정2019-11-15 13:33:34
    취재K
북극발 한파의 입김이 매섭습니다. 미국 북동부는 유례없는 11월 추위에 얼어붙었습니다. 시카고 등지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졌는데 이맘때 기온으로는 예년보다 15~20도나 낮습니다. 또 플로리다 등 일부 해안을 제외한 미국 전역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영상을 보면 그린란드에서 시작된 차가운 북극의 공기가 미국 북동부로 휘몰아쳐 내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기의 소용돌이가 미국 중서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동시에 한반도와 가까운 유라시아 대륙에도 본격적으로 찬 공기가 포착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다음 주 초 또 한차례의 추위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올해도 북극한파 매서울까?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북극한파에 대한 예측이 나옵니다. 매년 9월 중순이면 북극해의 얼음은 최대로 녹아 사라집니다. 이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북극을 도는 제트기류의 움직임이 결정됩니다. 온난화 속에 올해 역시 엄청난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선이 지난 30년간 해빙의 평균값인데요. 북극 얼음이 역대 최고로 많이 녹았던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북극 상공을 도는 극 제트기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북극진동'(AO)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수가 양(+)의 값이면 북극 상공의 제트가 강하다는 뜻이고 반대로 음(-)로 내려가면 제트가 느슨해지면서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로 밀려오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북극진동 지수(아래)는 11월 들어 잠시 양의 값을 회복했다가 최근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북미에 몰아친 한파도 북극진동 지수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앞으로 지수가 갑자기 양으로 치고 올라가지 않는 한 북극발 한파는 지속될 거라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한기의 축에 따라 한파 맞거나, 피하거나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는 출렁이는 제트기류에 실려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뻗어내려 옵니다. 그러나 한기의 중심축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는 한파를 맞거나 반대로 피해갈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 그러니까 올해 1월 미국은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중북부의 미네소타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44.4도까지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따뜻한 북극과 달리 미국에서 오히려 북극보다 심한 추위가 기록된 겁니다. 당시 시카고도 최저기온이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져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북미지역은 땅덩어리가 큽니다. 북극 한기가 이리로 오거나, 또는 저리로 가도 동부나 서부 중 한 곳은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좀 더 복잡합니다. 지난 겨울 미국과 달리 우리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왜일까요? [연관기사] ‘감기지수’ 최고치…입동 추위는 기록적 한파 예고? 한반도 북극발 한파는 '우랄 블로킹' 영향 우리나라에 북극발 한파가 밀려오는 전형적인 구조는 '우랄 블로킹'입니다. 북극 카라해와 바렌츠 해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주변에 있는 시베리아의 우랄산맥 근처에 기류를 가로막는 고기압이 자리 잡게 됩니다. 고기압의 시계방향 순환은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로 끌어내리는데 여기에 동쪽 베링해와 척치해 부근에 또 다른 블로킹이 만들어지면 찬 공기가 갇히면서 기록적인 한파를 불러옵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찬 공기의 축이 간발의 차이로 우리나라 북쪽까지 밀려오는 데 그쳤습니다. 올겨울 '생존템', 롱패딩 vs.미세먼지 마스크 '삼한사미'가 일상이 되면서 우리나라 겨울철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딱 2가지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추운 사흘간은 롱패딩, 추위가 누그러지고 미세먼지가 몰려오는 나흘간은 마스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올 겨울은 과연 어떨까요? 아직 예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 상황이나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를 결정하는 눈 덮인 면적은 추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한반도 기후의 핫이슈로 등장한 인도양 서쪽 지역의 대류가 활발한 점은 따뜻한 겨울을 몰고 올 변수로 보입니다. 열대 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엘니뇨의 경우 중립 상태에 들겠지만 중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도 있습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기후 인자들을 분석한 결과 올겨울 한파가 강하고 그 결과로 미세먼지 농도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이 강하면 대기는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미국 등 외국 기후모델에서는 동아시아의 겨울을 따뜻한 방향으로 모의하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부경대 연구진과 기상청에서는 올 겨울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따뜻할 확률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2월은 온난화의 경향이 뚜렷한 만큼 이번 겨울에도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와 전쟁입니다. 최대 변수가 된 북극, 온난화의 역습 현재 진행 중인 첨예한 기후변화를 보여줄 IPCC 6차 보고서가 2021년 발간됩니다. 이에 앞서 기상청이 최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한 결과 5차 보고서 때보다 상승폭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은 21세기 말 1.9~5.2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5~10%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기온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북극입니다. 육지의 2배인 6.1~13.1도나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바다 얼음의 면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 2050년쯤이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극에서 더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온난화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검푸른 바다가 그대로 드러나면 햇볕을 더 흡수해 수온이 올라가고 얼음이 점점 많이 사라지는 피드백이 가속화됩니다. 다양한 식생으로 덮여있는 육지와 다른 점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린다면 전 세계 기후에는 어떤 변화가 몰아 닥칠까요? 한반도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까요? 북극이 더워지면 저위도와 기온 차이가 줄며 대기의 순환이 멈춰버리고 여름철에는 더 심한 폭염을,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심해질 겁니다. 미래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올여름 우리는 7개의 태풍을 겪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또 얼마나 자주 기상이변을 겪게 될까요. 어쩌면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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