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험 중인데 수능샤프가 동났어요”

입력 2019.11.17 (13:38) 수정 2019.11.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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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수능샤프. 8년 만에 수능샤프가 교체됐다.

202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제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능샤프가 불량이라 곤혹스러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수능 시험 감독관이었습니다. 수능 감독관 교사 B 씨는 샤프 불량으로 교체가 많아 수능 3교시에 갖고 있던 여분의 수능샤프가 모두 동났다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올해 수능샤프의 경우 샤프심이 잘 안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몇 번을 눌러도 심이 안 나와 제대로 쓸 수 없거나, 심이 안에서 부러져 막힌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은 시험실에서 일괄 지급되는 수능샤프를 써야 합니다. 수험생 개인이 들고 온 샤프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8년 만에 수능샤프가 교체돼 시험 전부터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수능 감독관 B 씨. 고등학교 교사로 올해로 5번째 수능 감독에 참여수능 감독관 B 씨. 고등학교 교사로 올해로 5번째 수능 감독에 참여

수능 감독관 B 씨
"여분이 없으니 연필이 있으면 연필을 쓰라고 따로 안내했어요. '교체가 안 될 때는 어떡해요?'라는 수험생 질문이 있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만 진정시켰어요."
"옆 시험실 감독관도 수능샤프가 동났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고사장 시험관리본부에서도 수능샤프 여분이 없다고 들었어요."

다른 수능 감독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능 감독관 A 씨는 5년간 수능 감독을 하면서, 샤프를 바꿔 준 적은 처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누를 때 딸깍거리는 샤프 소리가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수능 감독관 A 씨 “샤프심이 분명히 있는데 샤프를 눌러도 심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좀 예민한 학생이라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수능 감독관 A 씨 “샤프심이 분명히 있는데 샤프를 눌러도 심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좀 예민한 학생이라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연관기사] “아무리 눌러도 심 안 나와”…논란의 ‘수능 샤프’ 끝내 말썽

수험생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수험생 김 모 씨는 2교시 수학 시간에 샤프심이 안 나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험 시간에 샤프가 고장 나 새 샤프를 받았고, 3교시부터는 아예 연필로 문제를 풀었다고 했습니다.

수험생 김○○
"샤프심이 걸렸어요. 샤프심 다 빼 보고 앞으로 (샤프심을) 넣어 봤는데 안 돼서 바꿨어요."
"수학 영역 시간에 3분 동안 샤프 때문에 고생했어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불편했어요."

취재진이 접촉한 다른 수험생들도 샤프 누르는 소리가 크고, 심이 제대로 안 나와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험생 오○○
"영어 듣기 시간에도 뒷자리에서 딸깍딸깍 소리랑 샤프심 흔드는 소리 때문에 거슬려서 못 듣는 경우도 있었어요."
수험생 C 씨
"1교시부터 샤프심이 계속 부러지고 눌러도 잘 안 나왔어요. 결국, 샤프 교체했어요."
수험생 D 씨
"샤프 이상하다고 바꿔 달라고 한 학생만 서너 명 있었어요."

수험생 커뮤니티에도 이틀 만에 수능샤프 불만 글이 200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올해 수험생 오OO. KBS 뉴스 9 “아무리 눌러도 심 안 나와”…논란의 ‘수능 샤프’ 끝내 말썽올해 수험생 오OO. KBS 뉴스 9 “아무리 눌러도 심 안 나와”…논란의 ‘수능 샤프’ 끝내 말썽

교육과정평가원 "수능샤프 민원은 없다…수능샤프,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

하지만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평가원은 시험 당시 상황실에 수능샤프 관련 공식 민원은 없었고, 다음 날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바뀐 수능샤프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험 전에 '수능샤프'라고 알려진 제품과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샤프 누를 때 나는 소리도 줄고 샤프심이 나오는 파이프 부분의 재질도 바꿔 내구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입니다.

평가원은 품질 평가 90%와 가격 평가 10%의 비율로 심사해 수능샤프를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도 예년처럼 평가를 거친 결과 제품을 바꿨다는 겁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보안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취재하면서 수능시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의 인식 차이가 꽤 크다고 느꼈습니다. 수능샤프와 관련해 '수능 전보다 관련 민원이 적다고 판단한다.'라는 평가원의 인식은 수능 문제를 푸는 데 적잖게 고생했다는 수험생들의 증언들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정시 확대' 등으로 앞으로 대입에서 수능의 중요성과 비중은 늘어날 예정입니다.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수험생들이 느끼는 불편은 줄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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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험 중인데 수능샤프가 동났어요”
    • 입력 2019-11-17 13:38:25
    • 수정2019-11-18 08:11:36
    취재후·사건후
2020학년도 수능샤프. 8년 만에 수능샤프가 교체됐다.

202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제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능샤프가 불량이라 곤혹스러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수능 시험 감독관이었습니다. 수능 감독관 교사 B 씨는 샤프 불량으로 교체가 많아 수능 3교시에 갖고 있던 여분의 수능샤프가 모두 동났다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올해 수능샤프의 경우 샤프심이 잘 안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몇 번을 눌러도 심이 안 나와 제대로 쓸 수 없거나, 심이 안에서 부러져 막힌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은 시험실에서 일괄 지급되는 수능샤프를 써야 합니다. 수험생 개인이 들고 온 샤프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8년 만에 수능샤프가 교체돼 시험 전부터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수능 감독관 B 씨. 고등학교 교사로 올해로 5번째 수능 감독에 참여
수능 감독관 B 씨
"여분이 없으니 연필이 있으면 연필을 쓰라고 따로 안내했어요. '교체가 안 될 때는 어떡해요?'라는 수험생 질문이 있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만 진정시켰어요."
"옆 시험실 감독관도 수능샤프가 동났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고사장 시험관리본부에서도 수능샤프 여분이 없다고 들었어요."

다른 수능 감독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능 감독관 A 씨는 5년간 수능 감독을 하면서, 샤프를 바꿔 준 적은 처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누를 때 딸깍거리는 샤프 소리가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수능 감독관 A 씨 “샤프심이 분명히 있는데 샤프를 눌러도 심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좀 예민한 학생이라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연관기사] “아무리 눌러도 심 안 나와”…논란의 ‘수능 샤프’ 끝내 말썽

수험생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수험생 김 모 씨는 2교시 수학 시간에 샤프심이 안 나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험 시간에 샤프가 고장 나 새 샤프를 받았고, 3교시부터는 아예 연필로 문제를 풀었다고 했습니다.

수험생 김○○
"샤프심이 걸렸어요. 샤프심 다 빼 보고 앞으로 (샤프심을) 넣어 봤는데 안 돼서 바꿨어요."
"수학 영역 시간에 3분 동안 샤프 때문에 고생했어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불편했어요."

취재진이 접촉한 다른 수험생들도 샤프 누르는 소리가 크고, 심이 제대로 안 나와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험생 오○○
"영어 듣기 시간에도 뒷자리에서 딸깍딸깍 소리랑 샤프심 흔드는 소리 때문에 거슬려서 못 듣는 경우도 있었어요."
수험생 C 씨
"1교시부터 샤프심이 계속 부러지고 눌러도 잘 안 나왔어요. 결국, 샤프 교체했어요."
수험생 D 씨
"샤프 이상하다고 바꿔 달라고 한 학생만 서너 명 있었어요."

수험생 커뮤니티에도 이틀 만에 수능샤프 불만 글이 200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올해 수험생 오OO. KBS 뉴스 9 “아무리 눌러도 심 안 나와”…논란의 ‘수능 샤프’ 끝내 말썽
교육과정평가원 "수능샤프 민원은 없다…수능샤프,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

하지만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평가원은 시험 당시 상황실에 수능샤프 관련 공식 민원은 없었고, 다음 날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바뀐 수능샤프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험 전에 '수능샤프'라고 알려진 제품과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샤프 누를 때 나는 소리도 줄고 샤프심이 나오는 파이프 부분의 재질도 바꿔 내구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입니다.

평가원은 품질 평가 90%와 가격 평가 10%의 비율로 심사해 수능샤프를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도 예년처럼 평가를 거친 결과 제품을 바꿨다는 겁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보안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취재하면서 수능시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의 인식 차이가 꽤 크다고 느꼈습니다. 수능샤프와 관련해 '수능 전보다 관련 민원이 적다고 판단한다.'라는 평가원의 인식은 수능 문제를 푸는 데 적잖게 고생했다는 수험생들의 증언들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정시 확대' 등으로 앞으로 대입에서 수능의 중요성과 비중은 늘어날 예정입니다.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수험생들이 느끼는 불편은 줄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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