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동상이몽’ 급한 불은 껐는데…17일까지 마무리 될까?

입력 2019.12.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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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은 피했습니다. 오후에 예정됐던 본회의는 내일로 연기됐습니다.

오늘 본회의가 열렸다면,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준비해온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고,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이 상정될 예정이었습니다.

예고대로라면,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선거의 룰을 정하는데 제1당이 빠지는 셈인 거죠.

국회의장실에 모인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도시락을 앞에 두고, 한 시간 반 정도 머리를 맞댄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습니다. 예고된 본회의 시작 30분 전이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철회, 패스트트랙 상정 보류"

합의 내용은 지난주 금요일, 여야가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우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을 철회합니다.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넘겨진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상정하지 않습니다.

민생법안과 예산안은 내일 처리하되, 그 전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간사가 참여해 예산안을 논의한다고 했습니다.

4+1, 즉 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다른 야당과 어제까지 협의해 마련한 예산안이 있는데, 이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비당권파)와 다시 한 번 손본다는 뜻입니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 513.5조 원에서 1.3조 원을 순삭감해, 512.2조 원의 수정 예산안을 마련해둔 상태인데, 뒤늦게 한국당의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느라, 예산은 증액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심재철 선출…맞아 떨어진 셈법

여야 협상에 물꼬가 트인 표면적 계기는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이었습니다.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은 '악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투쟁하되, 협상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원내대표로 뽑히자마자 국회의장실로 달려가, 합의를 만들어냈습니다.

합의의 다른 배경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데서 찾아야 합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민주, 바른미래 당권파, 정의, 민주평화, 대안신당) 에서 선거법에 대한 단일안이 확실하게 정리돼야, 선거법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야당과의 이견이 여전합니다. 지역구 250석, 비례 50석, 연동률 50%는 대략 의견을 모았지만, 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 의석을 25석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며칠째 진도가 나가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법도 비슷합니다. 기소심의위의 권한, 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 기소권 행사 대상 등 4+1에서 무릎을 맞댄 5당이 생각이 다섯 가지 색깔입니다.

당장 오늘 본회의가 열린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그런 이견을 정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야당에 많은 것들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1야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었습니다.


패키지 딜?…김재원 "국회법 개정"

일단 민주당은 그간 다른 야당과 협의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한국당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한국당이 양대 악법으로 절대로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온 법들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내세웠던 이유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오늘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출마해 당선된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견발표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국회법의 형사처벌조항을 모두 삭제하자는 그런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은 국회법을 개정함으로써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 의원들의 큰 걱정은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입니다. 5백만 원의 벌금형만 나와도,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선거에 못 나갑니다. 국회법의 규정이 그렇습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그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법이 개정되면, 한국당 의원들의 수사나 재판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면 선거법, 공수처법과 함께 국회법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거법은 한국당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공수처는 다음 정권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동상이몽…마지노선은 17일

합의한 대로 내일 민생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고 나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됩니다.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소집돼 있으니,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본회의를 열어서 쟁점법안들을 처리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국당 내부는 여전히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대해서 강경합니다.

새 원내대표의 합의를 추인하는데, 한국당 의원총회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그런 당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민주당은 협상이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언제든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단일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이 선거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정해 마무리하고, 다음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깍두기 국회'라고 표현했다는 쪼개기 국회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12월 17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을 1차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1주일, 지난봄부터 내달려온 패스트트랙 열차의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지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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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동상이몽’ 급한 불은 껐는데…17일까지 마무리 될까?
    • 입력 2019-12-09 18:12:14
    여심야심
파국은 피했습니다. 오후에 예정됐던 본회의는 내일로 연기됐습니다.

오늘 본회의가 열렸다면,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준비해온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고,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이 상정될 예정이었습니다.

예고대로라면,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선거의 룰을 정하는데 제1당이 빠지는 셈인 거죠.

국회의장실에 모인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도시락을 앞에 두고, 한 시간 반 정도 머리를 맞댄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습니다. 예고된 본회의 시작 30분 전이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철회, 패스트트랙 상정 보류"

합의 내용은 지난주 금요일, 여야가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우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을 철회합니다.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넘겨진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상정하지 않습니다.

민생법안과 예산안은 내일 처리하되, 그 전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간사가 참여해 예산안을 논의한다고 했습니다.

4+1, 즉 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다른 야당과 어제까지 협의해 마련한 예산안이 있는데, 이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비당권파)와 다시 한 번 손본다는 뜻입니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 513.5조 원에서 1.3조 원을 순삭감해, 512.2조 원의 수정 예산안을 마련해둔 상태인데, 뒤늦게 한국당의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느라, 예산은 증액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심재철 선출…맞아 떨어진 셈법

여야 협상에 물꼬가 트인 표면적 계기는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이었습니다.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은 '악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투쟁하되, 협상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원내대표로 뽑히자마자 국회의장실로 달려가, 합의를 만들어냈습니다.

합의의 다른 배경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데서 찾아야 합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민주, 바른미래 당권파, 정의, 민주평화, 대안신당) 에서 선거법에 대한 단일안이 확실하게 정리돼야, 선거법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야당과의 이견이 여전합니다. 지역구 250석, 비례 50석, 연동률 50%는 대략 의견을 모았지만, 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 의석을 25석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며칠째 진도가 나가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법도 비슷합니다. 기소심의위의 권한, 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 기소권 행사 대상 등 4+1에서 무릎을 맞댄 5당이 생각이 다섯 가지 색깔입니다.

당장 오늘 본회의가 열린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그런 이견을 정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야당에 많은 것들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1야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었습니다.


패키지 딜?…김재원 "국회법 개정"

일단 민주당은 그간 다른 야당과 협의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한국당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한국당이 양대 악법으로 절대로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온 법들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내세웠던 이유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오늘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출마해 당선된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견발표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국회법의 형사처벌조항을 모두 삭제하자는 그런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은 국회법을 개정함으로써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 의원들의 큰 걱정은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입니다. 5백만 원의 벌금형만 나와도,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선거에 못 나갑니다. 국회법의 규정이 그렇습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그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법이 개정되면, 한국당 의원들의 수사나 재판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면 선거법, 공수처법과 함께 국회법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거법은 한국당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공수처는 다음 정권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동상이몽…마지노선은 17일

합의한 대로 내일 민생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고 나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됩니다.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소집돼 있으니,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본회의를 열어서 쟁점법안들을 처리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국당 내부는 여전히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대해서 강경합니다.

새 원내대표의 합의를 추인하는데, 한국당 의원총회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그런 당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민주당은 협상이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언제든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단일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이 선거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정해 마무리하고, 다음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깍두기 국회'라고 표현했다는 쪼개기 국회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12월 17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을 1차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1주일, 지난봄부터 내달려온 패스트트랙 열차의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지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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