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고급 아파트 사는데…체납세금 받기 어려워

입력 2020.01.30 (21:50) 수정 2020.01.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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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액 세금 체납자 분석 보도, 어제(29일)에 이어 오늘(30일)도 집중적으로 전해드립니다.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들에 대해선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공개된 이후 밀린 세금을 얼마나 낼까요?

징수율을 봤더니 2018년 기준으로 3.4%에 불과했습니다.

쉽게 말해 100만 원 체납하면 3만 4천 원만 낸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이것도 높은 겁니다.

2017년엔 1.3%, 16년엔 0.9%에 불과했는데요.

일반 체납자들이 30% 정도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낮아도 너무 낮죠.

특히 세금 꼬박꼬박 내시분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분통터질 일이죠?

고액 체납자들은 왜 세금을 안 내는 건지 신지수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고액 체납자 정보는 왜 공개할까요.

창피주겠단 목적도 있지만, 호화생활하는 건 아닌지 감시하라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어디서 뭘하는지 알아야되겠죠 그래서 명단을 토대로 찾아가 봤습니다 우선 자기 이름 걸고 사업하는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부터 만나러 가봤습니다.

유명 병원을 운영하면서 고액 체납자로 등록된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말씀하세요."]

얼굴 내고 광고하고 TV 출연도 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 세금이 16억 원 입니다.

세금을 왜 안 내느냐고 물으니, 병원 말고 다른 사업이 망해서 양도세를 못냈다고 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경매 끝나는 것이 끝난 것이 아니고, 또 양도세가 남았더라고."]

또, 일부러 안낸건 아니라며 봐달라고 말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세금 떼먹고 싶어서 떼먹은 게 아니에요 자꾸 눈물이 나네 한번만 기자님 봐주세요. 사람을 살려주세요."]

밀린 세금 내겠다고 약속도 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갚겠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취재하러 오세요."]

그 다음 찾아간 사람은 세금 13억원 안 냈다고 국세청이 공개한 세무삽니다.

낼 거냐 물어도 말을 흐립니다.

[고액 체납자/세무사/음성변조 : "사연이 있는 그런 것들이라서 돈이 좀 여유가 생기면 내야 되고."]

또 눈물을 보입니다.

이 세무사가 사는 곳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

집을 파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아내 명의라 힘들다고 합니다

[고액 체납자/세무사/음성변조 : "아파트는 우리 마누라 앞으로 돼있는데 고가도 아니야 많이 나가야 15억 나갈 거예요."]

이렇게 찾아다닌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4년 넘게 17억 내지 않고 있는 치과의사도 있는데요,

명단에 나와있는 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와 달리 이 의사는 없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원장님이었다는 것만 알고 그분이 어디로 갔고 아무 연락처도 아무것도 몰라요."]

그 뒤에 일했다는 병원도 찾아내 가봤지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쨌든 제가 알던 분인데 (알려드리기는)좀 그러네요."]

무려 세금 321건을 체납한 악성 체납자도 있는데요,

30억 원 넘는 세금을 안낸 이 사람, 공개된 주소로는 찾지 못했습니다.

[주민/음성변조 : "(남**씨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이름은 전혀 들어본 적 없어요."]

[관리인/음성변조 : "그런 분 없는 것 같은데..우리 집은 보통 젊은 사람들만 사는데."]

찾는다 해도 세금 환수는 더 어렵습니다.

상당수 체납자들은 재산을 가족이나 친지, 친구 명의로 돌려놓기 때문입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 : "고급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고, 고급 차를 몰고 있는데. 그 명의는 자기 명의가 아니에요. 재산이 있는 체납자는 거의 대부분 타인 명의로 재산을 돌려놓죠."]

고액 체납자 공개가 실효성 있으려면 신상공개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훈/서울시립대 교수 : "평상시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어야 되는 거죠. 아주 제한적이나마 얼굴이라든지 집이라든가 그거까지 공개하는 그룹을 명확히라도."]

세금 꼬박꼬박 내는 성실납세자가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3만 8천여 명의 고액 체납, 끝까지 추적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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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고급 아파트 사는데…체납세금 받기 어려워
    • 입력 2020-01-30 21:53:49
    • 수정2020-01-30 23: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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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액 세금 체납자 분석 보도, 어제(29일)에 이어 오늘(30일)도 집중적으로 전해드립니다.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들에 대해선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공개된 이후 밀린 세금을 얼마나 낼까요?

징수율을 봤더니 2018년 기준으로 3.4%에 불과했습니다.

쉽게 말해 100만 원 체납하면 3만 4천 원만 낸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이것도 높은 겁니다.

2017년엔 1.3%, 16년엔 0.9%에 불과했는데요.

일반 체납자들이 30% 정도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낮아도 너무 낮죠.

특히 세금 꼬박꼬박 내시분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분통터질 일이죠?

고액 체납자들은 왜 세금을 안 내는 건지 신지수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고액 체납자 정보는 왜 공개할까요.

창피주겠단 목적도 있지만, 호화생활하는 건 아닌지 감시하라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어디서 뭘하는지 알아야되겠죠 그래서 명단을 토대로 찾아가 봤습니다 우선 자기 이름 걸고 사업하는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부터 만나러 가봤습니다.

유명 병원을 운영하면서 고액 체납자로 등록된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말씀하세요."]

얼굴 내고 광고하고 TV 출연도 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 세금이 16억 원 입니다.

세금을 왜 안 내느냐고 물으니, 병원 말고 다른 사업이 망해서 양도세를 못냈다고 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경매 끝나는 것이 끝난 것이 아니고, 또 양도세가 남았더라고."]

또, 일부러 안낸건 아니라며 봐달라고 말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세금 떼먹고 싶어서 떼먹은 게 아니에요 자꾸 눈물이 나네 한번만 기자님 봐주세요. 사람을 살려주세요."]

밀린 세금 내겠다고 약속도 합니다.

[고액 체납자/OO의원 원장/음성변조 :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갚겠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취재하러 오세요."]

그 다음 찾아간 사람은 세금 13억원 안 냈다고 국세청이 공개한 세무삽니다.

낼 거냐 물어도 말을 흐립니다.

[고액 체납자/세무사/음성변조 : "사연이 있는 그런 것들이라서 돈이 좀 여유가 생기면 내야 되고."]

또 눈물을 보입니다.

이 세무사가 사는 곳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

집을 파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아내 명의라 힘들다고 합니다

[고액 체납자/세무사/음성변조 : "아파트는 우리 마누라 앞으로 돼있는데 고가도 아니야 많이 나가야 15억 나갈 거예요."]

이렇게 찾아다닌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4년 넘게 17억 내지 않고 있는 치과의사도 있는데요,

명단에 나와있는 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와 달리 이 의사는 없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원장님이었다는 것만 알고 그분이 어디로 갔고 아무 연락처도 아무것도 몰라요."]

그 뒤에 일했다는 병원도 찾아내 가봤지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쨌든 제가 알던 분인데 (알려드리기는)좀 그러네요."]

무려 세금 321건을 체납한 악성 체납자도 있는데요,

30억 원 넘는 세금을 안낸 이 사람, 공개된 주소로는 찾지 못했습니다.

[주민/음성변조 : "(남**씨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이름은 전혀 들어본 적 없어요."]

[관리인/음성변조 : "그런 분 없는 것 같은데..우리 집은 보통 젊은 사람들만 사는데."]

찾는다 해도 세금 환수는 더 어렵습니다.

상당수 체납자들은 재산을 가족이나 친지, 친구 명의로 돌려놓기 때문입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 : "고급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고, 고급 차를 몰고 있는데. 그 명의는 자기 명의가 아니에요. 재산이 있는 체납자는 거의 대부분 타인 명의로 재산을 돌려놓죠."]

고액 체납자 공개가 실효성 있으려면 신상공개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훈/서울시립대 교수 : "평상시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어야 되는 거죠. 아주 제한적이나마 얼굴이라든지 집이라든가 그거까지 공개하는 그룹을 명확히라도."]

세금 꼬박꼬박 내는 성실납세자가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3만 8천여 명의 고액 체납, 끝까지 추적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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