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올림픽 가니 코로나 왔다…日 도쿄 “일주일만 빨랐더라면”

입력 2020.03.28 (07:00) 수정 2020.03.28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도쿄도는 그동안 올림픽 실현을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고, 마치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엄격한 요청을 피해왔다" (25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코이케 도지사가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이미 일주일 늦었다. 나 자신부터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된다" (25일, 마스조에 유이치 전 도쿄도지사)

고이케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도=연합)고이케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도=연합)

1천4백만 명이 다닥다닥 붙어사는 일본의 수도, 도쿄도(東京都)가 심상찮습니다. 좀처럼 늘지 않던 코로나19 확진자가 23일 16명, 24일 17명, 25일 41명, 26일 47명으로 급격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흘 연속 최고치였습니다. 27일에도 확진자가 40명이 나왔습니다.

시점 또한 우연찮습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꾹꾹 눌려왔던 압력밥솥이 폭발 직전처럼 조심스럽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도쿄도는 괜찮은 걸까요.

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현황(26일 기준). 왼쪽이 ‘일별 검사자 수’, 오른쪽이 ‘일별 확진자 수’이다. (도쿄도청)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현황(26일 기준). 왼쪽이 ‘일별 검사자 수’, 오른쪽이 ‘일별 확진자 수’이다. (도쿄도청)

도쿄도, 얼마나 심각하길래

도쿄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두 개의 그래프가 있습니다. 먼저 왼쪽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 수입니다. 주말은 보건소 등 정부 검사기관들이 대체로 쉽니다. 그래서 일주일 단위로 산이 여러 개 솟은 모양입니다. 가능한 검사를 억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일본이지만, 대체로 매주 엇비슷한 수치로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번엔 오른쪽 그래프,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람 수입니다. 얼핏 봐도 며칠 새 크게 늘었습니다.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검사건수를 '확' 늘려 확진자가 '훅' 늘어난 게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검사일과 확진일 사이의 시차는 감안해야겠죠. 다만 날짜별로 '검사 대비 확진율'을 단순 계산하면 16%(21일)에서 29%(23일)로, 다시 23%(24일)에서 43%(25일)로 급증합니다.

실제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5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들어 '감염 폭발'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지금이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도쿄도가 한국처럼 최대한 많은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해 검사를 크게 늘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도쿄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눈 축제장’을 방문한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교도=연합) 지난달 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눈 축제장’을 방문한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교도=연합)

도쿄 이전 홋카이도가 있었다

일본에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이 있습니다. 도쿄도는 25일에서야 처음으로 '확진자 수 지자체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일본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두 달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전에는 줄곧 홋카이도(北海道)가 1위였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즐겨 찾던 '삿포로(札幌) 눈 축제'(1월 31일~2월 11일)가 유력한 '감염 유입 경로'로 꼽히고 있습니다.

홋카이도는 결심을 했습니다. 최대 먹거리인 '관광 산업'을 포기했습니다.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지사는 지난달 28일 일본 지자체 중 처음으로 '긴급 사태'를 선언했습니다. 확진자 66명(*당시 도쿄는 36명으로 2위) 시점이었습니다. 법적 근거는 없었지만, '긴급 사태'는 3주 동안이나 유지됐습니다. 대다수 시설이 휴관하고, 시민들은 외출을 삼갔습니다. 안정은 서서히 찾아왔습니다.

도쿄도와 홋카이도, 두 지자체의 규모와 환경은 '하늘과 땅'입니다. 홋카이도에 견줘 도쿄도는 35분의 1 정도의 좁은 땅(2,194㎢)에 세 배 가까운 사람(1,390만 명)이 몰린 거대 도시입니다. 가나가와(神奈川)와 지바(千葉) 등 수도권 인구는 일본 전체의 30%이고, 수도권에서 만원 전철 등을 타고 도쿄로 통학·통근하는 사람도 하루 282만 명이나 됩니다.

주말을 맞은 지난 21일, 많은 시민이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교도=연합)주말을 맞은 지난 21일, 많은 시민이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교도=연합)

도쿄올림픽 미련 때문에

도쿄도는 그러나 홋카이도가 '매'를 먼저 맞은 두 달 내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습니다. 위 사진이 상징적입니다. 지난 주말(21일),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의 모습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죠. 일본은 '춘분의 날'(20일)부터 사흘 연휴였습니다. 벚꽃이 제법 피면 상춘객이 몰렸습니다. 이때까지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경고음이 도쿄도로부터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붙인 성화가 일본에 안착한 건 20일. 사흘 연휴 내내 관심은 온통 '도쿄올림픽이 7월에 정상 개막하느냐, 마느냐'에 쏠려 있었습니다. 고이케 지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올림픽 취소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7월 5일 도쿄도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총리 임기가 끝납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올림픽에 대한 '집착'은 코로나19에 대한 '둔감'으로 반영됐습니다. 도쿄올림픽은 결국 23일 '1년 정도 연기'가 확정됐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직후 회견에서 "개최 도시의 수장으로서 지금까지 계속 '취소는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IOC가) 나와 같은 생각임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좋았다', 이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긴 듯 보입니다.

고이케 지사가 ‘재택근무’를 촉구한 다음 날인 26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교도=연합)고이케 지사가 ‘재택근무’를 촉구한 다음 날인 26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교도=연합)

올림픽 가고 코로나 왔다

'올림픽 연기'를 자신의 '공'(功)으로 돌린 고이케 지사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엽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틀 뒤 회견에선 "평일엔 재택근무를 하고, 야간과 이번 주말에는 자택에서 지내 달라"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내렸습니다.

두 달 동안 없던 위기의식이 갑자기 생긴 걸까요. 도쿄 시민들은 고이케 지사 입에서 쏟아져 나온 '오버슈트'(overshoot·감염 폭발), '록다운'(lockdown·도시 봉쇄) 같은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도쿄 등 수도권에선 '식료품 사재기'가 시작됐습니다. '서로 빼앗을수록 부족해 진다'는 말처럼 생활용품 구매 행렬은 점차 길어지고 있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27일 도쿄도 직원 1만 명의 재택 근무를 결정했습니다. 또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임시 치료시설로 도쿄 주오(中央)구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을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이번 주말, 우에노 공원 등 벚꽃 명소로 알려진 도쿄 시내 82개 공원에서의 꽃구경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번 주말, 도쿄에는 상당한 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일본 내 방역 전문가들은 지난 사흘 연휴 이전에 최소한의 '경고 메시지'가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주일만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일부 언론은 "'수도 기능 마비'까지 경고하는 고이케 지사의 대응에는 '타이밍'을 놓쳐 실제 감염 폭발 사태로 이어졌을 때 '책임'을 추궁당하고, 결국 재선에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초조함이 묻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올림픽 가니 코로나 왔다…日 도쿄 “일주일만 빨랐더라면”
    • 입력 2020-03-28 07:00:27
    • 수정2020-03-28 07:00:48
    특파원 리포트
"도쿄도는 그동안 올림픽 실현을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고, 마치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엄격한 요청을 피해왔다" (25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코이케 도지사가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이미 일주일 늦었다. 나 자신부터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된다" (25일, 마스조에 유이치 전 도쿄도지사)

고이케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도=연합)
1천4백만 명이 다닥다닥 붙어사는 일본의 수도, 도쿄도(東京都)가 심상찮습니다. 좀처럼 늘지 않던 코로나19 확진자가 23일 16명, 24일 17명, 25일 41명, 26일 47명으로 급격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흘 연속 최고치였습니다. 27일에도 확진자가 40명이 나왔습니다.

시점 또한 우연찮습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꾹꾹 눌려왔던 압력밥솥이 폭발 직전처럼 조심스럽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도쿄도는 괜찮은 걸까요.

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현황(26일 기준). 왼쪽이 ‘일별 검사자 수’, 오른쪽이 ‘일별 확진자 수’이다. (도쿄도청)
도쿄도, 얼마나 심각하길래

도쿄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두 개의 그래프가 있습니다. 먼저 왼쪽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 수입니다. 주말은 보건소 등 정부 검사기관들이 대체로 쉽니다. 그래서 일주일 단위로 산이 여러 개 솟은 모양입니다. 가능한 검사를 억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일본이지만, 대체로 매주 엇비슷한 수치로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번엔 오른쪽 그래프,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람 수입니다. 얼핏 봐도 며칠 새 크게 늘었습니다.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검사건수를 '확' 늘려 확진자가 '훅' 늘어난 게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검사일과 확진일 사이의 시차는 감안해야겠죠. 다만 날짜별로 '검사 대비 확진율'을 단순 계산하면 16%(21일)에서 29%(23일)로, 다시 23%(24일)에서 43%(25일)로 급증합니다.

실제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5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들어 '감염 폭발'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지금이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도쿄도가 한국처럼 최대한 많은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해 검사를 크게 늘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도쿄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눈 축제장’을 방문한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교도=연합)
도쿄 이전 홋카이도가 있었다

일본에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이 있습니다. 도쿄도는 25일에서야 처음으로 '확진자 수 지자체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일본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두 달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전에는 줄곧 홋카이도(北海道)가 1위였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즐겨 찾던 '삿포로(札幌) 눈 축제'(1월 31일~2월 11일)가 유력한 '감염 유입 경로'로 꼽히고 있습니다.

홋카이도는 결심을 했습니다. 최대 먹거리인 '관광 산업'을 포기했습니다.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지사는 지난달 28일 일본 지자체 중 처음으로 '긴급 사태'를 선언했습니다. 확진자 66명(*당시 도쿄는 36명으로 2위) 시점이었습니다. 법적 근거는 없었지만, '긴급 사태'는 3주 동안이나 유지됐습니다. 대다수 시설이 휴관하고, 시민들은 외출을 삼갔습니다. 안정은 서서히 찾아왔습니다.

도쿄도와 홋카이도, 두 지자체의 규모와 환경은 '하늘과 땅'입니다. 홋카이도에 견줘 도쿄도는 35분의 1 정도의 좁은 땅(2,194㎢)에 세 배 가까운 사람(1,390만 명)이 몰린 거대 도시입니다. 가나가와(神奈川)와 지바(千葉) 등 수도권 인구는 일본 전체의 30%이고, 수도권에서 만원 전철 등을 타고 도쿄로 통학·통근하는 사람도 하루 282만 명이나 됩니다.

주말을 맞은 지난 21일, 많은 시민이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교도=연합)
도쿄올림픽 미련 때문에

도쿄도는 그러나 홋카이도가 '매'를 먼저 맞은 두 달 내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습니다. 위 사진이 상징적입니다. 지난 주말(21일),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의 모습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죠. 일본은 '춘분의 날'(20일)부터 사흘 연휴였습니다. 벚꽃이 제법 피면 상춘객이 몰렸습니다. 이때까지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경고음이 도쿄도로부터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붙인 성화가 일본에 안착한 건 20일. 사흘 연휴 내내 관심은 온통 '도쿄올림픽이 7월에 정상 개막하느냐, 마느냐'에 쏠려 있었습니다. 고이케 지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올림픽 취소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7월 5일 도쿄도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총리 임기가 끝납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올림픽에 대한 '집착'은 코로나19에 대한 '둔감'으로 반영됐습니다. 도쿄올림픽은 결국 23일 '1년 정도 연기'가 확정됐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직후 회견에서 "개최 도시의 수장으로서 지금까지 계속 '취소는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IOC가) 나와 같은 생각임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좋았다', 이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긴 듯 보입니다.

고이케 지사가 ‘재택근무’를 촉구한 다음 날인 26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교도=연합)
올림픽 가고 코로나 왔다

'올림픽 연기'를 자신의 '공'(功)으로 돌린 고이케 지사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엽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틀 뒤 회견에선 "평일엔 재택근무를 하고, 야간과 이번 주말에는 자택에서 지내 달라"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내렸습니다.

두 달 동안 없던 위기의식이 갑자기 생긴 걸까요. 도쿄 시민들은 고이케 지사 입에서 쏟아져 나온 '오버슈트'(overshoot·감염 폭발), '록다운'(lockdown·도시 봉쇄) 같은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도쿄 등 수도권에선 '식료품 사재기'가 시작됐습니다. '서로 빼앗을수록 부족해 진다'는 말처럼 생활용품 구매 행렬은 점차 길어지고 있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27일 도쿄도 직원 1만 명의 재택 근무를 결정했습니다. 또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임시 치료시설로 도쿄 주오(中央)구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을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이번 주말, 우에노 공원 등 벚꽃 명소로 알려진 도쿄 시내 82개 공원에서의 꽃구경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번 주말, 도쿄에는 상당한 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일본 내 방역 전문가들은 지난 사흘 연휴 이전에 최소한의 '경고 메시지'가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주일만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일부 언론은 "'수도 기능 마비'까지 경고하는 고이케 지사의 대응에는 '타이밍'을 놓쳐 실제 감염 폭발 사태로 이어졌을 때 '책임'을 추궁당하고, 결국 재선에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초조함이 묻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