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서 멧돼지 사냥개의 습격…40대 여성 속수무책 봉변

입력 2020.03.31 (16:50) 수정 2020.03.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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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도 물어 죽이는 사냥개를 산책로에서 맞닥뜨린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강원도 원주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 등산객이 크게 다쳤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개와 마주친 수준에서 끝난 게 아니라, 그 개에게 다리를 물린 채 비탈길 아래로 끌려 내려가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경찰과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사냥개에 다리를 물린 채 도망가다 쓰러졌고, 비탈길 아래로 끌어내려 갔다.사냥개에 다리를 물린 채 도망가다 쓰러졌고, 비탈길 아래로 끌어내려 갔다.

코로나 19 수영장 문 닫자 산책로 운동...주말 아침에 벌어진 사고

주말이었던 3월 21일. 강원도 원주에 사는 40대 여성 2명은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평소 즐겨 찼던 헬스장과 수영장 등이 한달째 문을 닫자, 대신 집 근처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로, 자주 이용하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산 정상 부근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눈 앞에 커다란 사냥개 4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목줄 해달라는 요청에, "우리 개는 물지 않습니다."...곧이어 여성에게 돌격

피해자와 함께 있던 목격자는 불안함에 개 주인을 향해 "목줄을 해달라"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견주의 대답은 "우리 개는 물지 않습니다"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러다 결국, 이 가운데 한 마리가 여성 한 명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개에 물려 산비탈 아래까지 끌려 내려갔습니다.

당시 견주는 목줄이 없는 나머지 3마리와 함께 근처에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수차례를 외친 이후에야 개를 제지했고, 이 개에게만 목줄을 채웠다고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결국 수술까지 받은 피해자...아직 움직일 수 없다결국 수술까지 받은 피해자...아직 움직일 수 없다

다리 봉합 수술...거동 못 해 입원 치료

피해자는 사고를 당한 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 수술은 사고가 난 지 6일이 지난 3월 27일에야 이뤄졌습니다. 다친 종아리 부위의 봉합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당장 스스로 침상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 수술 부위의 흉터는 피부가 회복되는 추이를 지켜보고 내년쯤 성형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조그만 반려 동물도 입마개 목줄 하는데"...경찰, 견주 입건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사냥개는 멧돼지를 사냥하는 맹견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과 농사철을 맞아 멧돼지 사냥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냥개들도 야산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소가 하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등산로였던 겁니다.

아파트나 산책길에서 이른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자 반려동물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하도록 하는 법도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자와 함께 있던 지인, 그리고 피해자 어머니도 "조그만 반려동물도 입마개, 목줄을 하도록 그렇게 홍보가 많이 돼 있는데, 대형견이 풀려서 다녀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는 반려동물도 입마개와 목줄을 하게 돼 있습니다. '맹견'의 경우는 당연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시 이 사냥개는 멧돼지 사냥을 나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사냥개로서 훈련 상태를 점검하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입마개·목줄없는 사냥개 산책로 습격…40대 여성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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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로에서 멧돼지 사냥개의 습격…40대 여성 속수무책 봉변
    • 입력 2020-03-31 16:50:56
    • 수정2020-03-31 16:56:59
    취재K
멧돼지도 물어 죽이는 사냥개를 산책로에서 맞닥뜨린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강원도 원주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 등산객이 크게 다쳤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개와 마주친 수준에서 끝난 게 아니라, 그 개에게 다리를 물린 채 비탈길 아래로 끌려 내려가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경찰과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사냥개에 다리를 물린 채 도망가다 쓰러졌고, 비탈길 아래로 끌어내려 갔다.
코로나 19 수영장 문 닫자 산책로 운동...주말 아침에 벌어진 사고

주말이었던 3월 21일. 강원도 원주에 사는 40대 여성 2명은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평소 즐겨 찼던 헬스장과 수영장 등이 한달째 문을 닫자, 대신 집 근처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로, 자주 이용하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산 정상 부근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눈 앞에 커다란 사냥개 4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목줄 해달라는 요청에, "우리 개는 물지 않습니다."...곧이어 여성에게 돌격

피해자와 함께 있던 목격자는 불안함에 개 주인을 향해 "목줄을 해달라"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견주의 대답은 "우리 개는 물지 않습니다"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러다 결국, 이 가운데 한 마리가 여성 한 명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개에 물려 산비탈 아래까지 끌려 내려갔습니다.

당시 견주는 목줄이 없는 나머지 3마리와 함께 근처에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수차례를 외친 이후에야 개를 제지했고, 이 개에게만 목줄을 채웠다고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결국 수술까지 받은 피해자...아직 움직일 수 없다
다리 봉합 수술...거동 못 해 입원 치료

피해자는 사고를 당한 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 수술은 사고가 난 지 6일이 지난 3월 27일에야 이뤄졌습니다. 다친 종아리 부위의 봉합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당장 스스로 침상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 수술 부위의 흉터는 피부가 회복되는 추이를 지켜보고 내년쯤 성형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조그만 반려 동물도 입마개 목줄 하는데"...경찰, 견주 입건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사냥개는 멧돼지를 사냥하는 맹견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과 농사철을 맞아 멧돼지 사냥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냥개들도 야산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소가 하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등산로였던 겁니다.

아파트나 산책길에서 이른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자 반려동물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하도록 하는 법도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자와 함께 있던 지인, 그리고 피해자 어머니도 "조그만 반려동물도 입마개, 목줄을 하도록 그렇게 홍보가 많이 돼 있는데, 대형견이 풀려서 다녀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는 반려동물도 입마개와 목줄을 하게 돼 있습니다. '맹견'의 경우는 당연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시 이 사냥개는 멧돼지 사냥을 나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사냥개로서 훈련 상태를 점검하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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