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말 묶어 도로 내달려…처벌 될까?

입력 2020.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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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한 운전자가 트럭에 말을 묶어 도로를 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31일) 오전 10시 40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능사거리 인근에서 트럭 운전자 A 씨가 말 목에 밧줄을 매달아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영상이 촬영됐습니다.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인근 목장에 목초가 자라 말을 이동시키려 했던 것"이라며 "실제 이동한 건 1km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달려야 훈련이 되고 교육이 된다"며 "학대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이 트럭과 말을 본 한 운전자는 "2차 선에서 트럭과 말이 천천히 달리고 있어 주변 차들이 1차 선을 이용했다"며 "학대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에 부딪힐까 걱정이 됐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동물지원팀장은 "말이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이 도로라는 점, 그리고 다른 차량 등과 사고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적절한 행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훈련이라는 주장도 조금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노철 대한말산업진흥협회 회장은 "20~30년 전에 간혹 말을 타지 못하거나 운동을 못 시킬 때 차에 끌고 다니며 훈련한 사례가 있지만, 지금은 승용마나 경주마에 맞춘 프로그램이 있고, 트레이닝센터도 있다"며 "훈련이라 해도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노 회장은 또 "말발굽을 보호하는 편자가 없었다면 말발에 손상이 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럭에 매단 행위가 학대가 아니라는 건 고통을 느끼는 말이 아니라면 누구도 확정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차에 묶어 도로 달려도 도로교통법으론 처벌 못 해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도로에서 말을 묶어 달린 행위에 대해 "학대(동물보호법 위반) 쪽으로 검토할 수는 있지만, 도로교통법상의 처벌 조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때문에 차량 흐름이 방해된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말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운송하는 자는 운송 중인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급격한 출발ㆍ제동 등으로 충격과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급격한 체온 변화나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에서 운송을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동물보호법상 운송 규정 위반에 해당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운송의 정의는 차량 이용에서 동물을 이동시키는 상·하차 등의 과정을 말하는데, 줄을 묶어 이동한 건 상차(차에 싣다)로 보기 어렵다"며 "동물보호법상의 학대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 운송 세부규정에 자세히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에는 동물 운송과 관련한 자세한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동물운송 세부규정에 따르면, 동물 운송 차량과 운송용 우리는 청소와 소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동물의 종류와 크기, 여건 등에 따라 면적과 높이가 적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재된 동물의 외부노출을 최소화해 외부환경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도록 설계·운영돼야 합니다.

특히 포유류를 운송하는 경우 측면부 가림막을 동물이 머리를 든 상태의 눈높이보다 높게 설치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변 등 기타 물질의 외부 유출 또한 금지되며, 복층 차량의 경우 상층에 적재된 동물의 분변에 의해 하층의 동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10kg 이하의 돼지 또는 생후 6개월 이하의 송아지, 기타 젖떼기 이전의 어린 동물을 운송할 때엔 반드시 바닥에 깔짚 또는 이와 유사한 재료를 깔아주어야 합니다.

이 밖에 동물운송일지 작성과 상·하차 규정 등도 상세히 명시돼 있습니다.

동물 학대 논란과 주변 차량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주의 책임 있는 모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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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럭에 말 묶어 도로 내달려…처벌 될까?
    • 입력 2020-04-01 08:00:31
    취재K
제주에서 한 운전자가 트럭에 말을 묶어 도로를 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31일) 오전 10시 40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능사거리 인근에서 트럭 운전자 A 씨가 말 목에 밧줄을 매달아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영상이 촬영됐습니다.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인근 목장에 목초가 자라 말을 이동시키려 했던 것"이라며 "실제 이동한 건 1km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달려야 훈련이 되고 교육이 된다"며 "학대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이 트럭과 말을 본 한 운전자는 "2차 선에서 트럭과 말이 천천히 달리고 있어 주변 차들이 1차 선을 이용했다"며 "학대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에 부딪힐까 걱정이 됐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동물지원팀장은 "말이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이 도로라는 점, 그리고 다른 차량 등과 사고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적절한 행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훈련이라는 주장도 조금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노철 대한말산업진흥협회 회장은 "20~30년 전에 간혹 말을 타지 못하거나 운동을 못 시킬 때 차에 끌고 다니며 훈련한 사례가 있지만, 지금은 승용마나 경주마에 맞춘 프로그램이 있고, 트레이닝센터도 있다"며 "훈련이라 해도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노 회장은 또 "말발굽을 보호하는 편자가 없었다면 말발에 손상이 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럭에 매단 행위가 학대가 아니라는 건 고통을 느끼는 말이 아니라면 누구도 확정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차에 묶어 도로 달려도 도로교통법으론 처벌 못 해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도로에서 말을 묶어 달린 행위에 대해 "학대(동물보호법 위반) 쪽으로 검토할 수는 있지만, 도로교통법상의 처벌 조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때문에 차량 흐름이 방해된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말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운송하는 자는 운송 중인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급격한 출발ㆍ제동 등으로 충격과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급격한 체온 변화나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에서 운송을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동물보호법상 운송 규정 위반에 해당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운송의 정의는 차량 이용에서 동물을 이동시키는 상·하차 등의 과정을 말하는데, 줄을 묶어 이동한 건 상차(차에 싣다)로 보기 어렵다"며 "동물보호법상의 학대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 운송 세부규정에 자세히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에는 동물 운송과 관련한 자세한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동물운송 세부규정에 따르면, 동물 운송 차량과 운송용 우리는 청소와 소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동물의 종류와 크기, 여건 등에 따라 면적과 높이가 적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재된 동물의 외부노출을 최소화해 외부환경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도록 설계·운영돼야 합니다.

특히 포유류를 운송하는 경우 측면부 가림막을 동물이 머리를 든 상태의 눈높이보다 높게 설치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변 등 기타 물질의 외부 유출 또한 금지되며, 복층 차량의 경우 상층에 적재된 동물의 분변에 의해 하층의 동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10kg 이하의 돼지 또는 생후 6개월 이하의 송아지, 기타 젖떼기 이전의 어린 동물을 운송할 때엔 반드시 바닥에 깔짚 또는 이와 유사한 재료를 깔아주어야 합니다.

이 밖에 동물운송일지 작성과 상·하차 규정 등도 상세히 명시돼 있습니다.

동물 학대 논란과 주변 차량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주의 책임 있는 모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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