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남반구의 여름을 지웠다’ 코로나 전후 한 바닷가 풍경

입력 2020.04.03 (07:00) 수정 2020.04.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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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페루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여름입니다.

페루 수도 리마 남쪽의 해수욕장 아과 둘세(Agua Dulce) 비치는 그 기간 하루 평균 4만 명이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발발은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모든 것을 바꿔놨습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난달 17일부터 육로와 항로 등 모든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또 페루 내 모든 사람을 증상 유무와 여행력과 무관하게 자가 격리하도록 했습니다.

AP통신이 이 아과 둘세 해변의 코로나 19 발발 전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도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아과 둘세 해수욕장은 한눈에 봐도 휴가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같은 바닷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들만 가득합니다. 태국에서 관광객이 사라지자 원숭이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인간이 자리를 비우면 동물이 원래 자신들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듯합니다.


2월 16일, 이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다리 모습입니다.

이 다리는 수도 리마의 하층민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아과 둘세 비치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도시 역사학자 후안 파세코 씨는 AP에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유로운 통행이 제한되면서 이 다리도 쓸쓸한 모습으로 남게 됐습니다.


2월 16일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모래찜질하며 밝게 웃고 있습니다.

3월 25일, 같은 해변에는 주인을 잃은 슬리퍼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2월 15일 아이들이 고무 튜브로 만든 작은 풀에서 놀고 있는데 손에 들고 먹고 있는 것은 사과에 설탕을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법 노점상이 파는 것이었고,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3월 24일, 여름 성수기도 끝나가는 이 해변에는 외출 금지령을 지키는지를 단속하는 경찰들만 가끔 오고 갈 뿐입니다.


2월 15일 수영을 마친 시민들이 모래와 소금기를 씻어 내고 있습니다.

3월 25일, 같은 자리, 거짓말처럼 텅 비어였습니다.


2월 16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리마의 상류층은 출입이 제한된 이른바 '프라이빗 비치'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노동자 계층은 아과 둘세와 같은 공공 해변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AP는 전했습니다.

3월 24일 찍힌 사진에는 죽은 새의 사체가 보입니다. 국가 비상사태 발표 열흘을 넘기면서, 갈매기와 펠리컨이 해변의 주인이 됐습니다.


2월 16일과 3월 25일의 사진입니다. 이제 남반구의 여름도 코로나19와 함께 끝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2월 23일, 아과 둘세 비치에서 시민들이 수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니다. 도시 중심으로부터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시민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3월 25일 사진에 담긴 올해 86살의 토마스 카브레라 씨.

카브레라 씨는 지금 모든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합니다.

"거리에 사람이 없습니다. 차도 운행하지 않아요. 공장들도 멈췄습니다."


인구 3천2백만 명 정도인 페루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한국시간 2일 저녁 기준 1천3백 명을 넘었습니다.

여름이라고 코로나 19가 확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구 반대편 남기 국가들은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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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07:00:18
    • 수정2020-04-03 14: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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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페루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여름입니다.

페루 수도 리마 남쪽의 해수욕장 아과 둘세(Agua Dulce) 비치는 그 기간 하루 평균 4만 명이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발발은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모든 것을 바꿔놨습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난달 17일부터 육로와 항로 등 모든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또 페루 내 모든 사람을 증상 유무와 여행력과 무관하게 자가 격리하도록 했습니다.

AP통신이 이 아과 둘세 해변의 코로나 19 발발 전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도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아과 둘세 해수욕장은 한눈에 봐도 휴가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같은 바닷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들만 가득합니다. 태국에서 관광객이 사라지자 원숭이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인간이 자리를 비우면 동물이 원래 자신들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듯합니다.


2월 16일, 이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다리 모습입니다.

이 다리는 수도 리마의 하층민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아과 둘세 비치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도시 역사학자 후안 파세코 씨는 AP에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유로운 통행이 제한되면서 이 다리도 쓸쓸한 모습으로 남게 됐습니다.


2월 16일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모래찜질하며 밝게 웃고 있습니다.

3월 25일, 같은 해변에는 주인을 잃은 슬리퍼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2월 15일 아이들이 고무 튜브로 만든 작은 풀에서 놀고 있는데 손에 들고 먹고 있는 것은 사과에 설탕을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법 노점상이 파는 것이었고,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3월 24일, 여름 성수기도 끝나가는 이 해변에는 외출 금지령을 지키는지를 단속하는 경찰들만 가끔 오고 갈 뿐입니다.


2월 15일 수영을 마친 시민들이 모래와 소금기를 씻어 내고 있습니다.

3월 25일, 같은 자리, 거짓말처럼 텅 비어였습니다.


2월 16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리마의 상류층은 출입이 제한된 이른바 '프라이빗 비치'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노동자 계층은 아과 둘세와 같은 공공 해변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AP는 전했습니다.

3월 24일 찍힌 사진에는 죽은 새의 사체가 보입니다. 국가 비상사태 발표 열흘을 넘기면서, 갈매기와 펠리컨이 해변의 주인이 됐습니다.


2월 16일과 3월 25일의 사진입니다. 이제 남반구의 여름도 코로나19와 함께 끝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2월 23일, 아과 둘세 비치에서 시민들이 수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니다. 도시 중심으로부터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시민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3월 25일 사진에 담긴 올해 86살의 토마스 카브레라 씨.

카브레라 씨는 지금 모든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합니다.

"거리에 사람이 없습니다. 차도 운행하지 않아요. 공장들도 멈췄습니다."


인구 3천2백만 명 정도인 페루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한국시간 2일 저녁 기준 1천3백 명을 넘었습니다.

여름이라고 코로나 19가 확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구 반대편 남기 국가들은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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