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에 지방선거 후보자 5억8천 기부 이유는?

입력 2020.05.27 (07:02) 수정 2020.05.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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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이틀 뒤인 29일 마무리됩니다.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해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은 동시에 여야가 끝없이 충돌하며 '동물국회'라는 오명도 얻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국회의원의 후원금 내역(2016년~2019년)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4년간 우리 동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누구에게 얼마나 고액후원금을 받았을까요?


20대 국회의원들이 2016년부터 4년간 후원회를 통해 모집한 전체 후원금 액수는 1,925억여 원.

이 가운데 300만 원 이상 고액후원금은 385억여 원이었습니다.

전체 후원금 모금액 1위는 서울 강서병을 지역구로 하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2위는 서울 영등포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3위는 대구 수성을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923억여 원, 당시 자유한국당 671억여 원, 당시 바른미래당 120억여 원, 정의당 40억여 원으로, 정치 후원이 거대 양당 의원들에게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금액 상위 50위 이내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29명, 당시 자유한국당 12명, 정의당 3명, 무소속 3명 등이었습니다.

상위권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이 다수였습니다.

여당의 압승, 야당의 대구 경북지역 싹쓸이가 21대 총선 결과와 유사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전체 후원금 내역에서 연 300만 원 이상의 고액후원금 모금액을 따로 떼어 분석해봤습니다.

고액후원금 순위는 전체 후원금 순위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정애, 김영주, 주호영 의원은 고액후원금 순위에서 각각 160, 197, 175위로 내려앉았습니다.

한편 윤상현, 박지원, 정진석 등 지역 기반을 다진 다선 의원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전자의 의원들은 10만 원 정도의 소액을 중심으로 후원금 모금이 이뤄졌고, 후자의 의원들은 후원금 가운데 고액 후원의 비중이 크다는 뜻입니다.

한정애 의원은 고액후원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 전제로 "지나친 고액의 후원금은 부담스러워 돌려준다"며 "30만 원 이상 후원자 가운데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추려내 돌려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의원 측도 "아무리 법 테두리 내지만 고액 후원금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5백만 원 정도의 후원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후원자에 돌려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액후원금 최하위권에는 모두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포진해, 지역구 의원인지 아닌지에 따라 고액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큰 격차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회의원에게 개인이 선뜻 300만 원 이상 큰돈을 기부하기는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일지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KBS탐사보도부는 고액후원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뜻밖에도 2018년 실시됐던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모두 합쳐 101명이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5,611명과 7대 지방선거 후보자 9,363명을 하나하나 교차 분석해 나온 결과입니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자를 정하는 정당 공천을 앞둔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 사이에 이들 후보자들은 고액후원금 기부가 몰려 있었습니다. 공천을 염두에 둔 후원이 의심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진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대다수는 지역·당협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역·당협 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후보자들이 고액후원금을 지역 국회의원에게 기부한 일이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대가성', '이해충돌'이 의심되는 이유입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 민주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의 공천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액의 후원금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지방 선거 출마자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후원한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20대 국회는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오늘(27일) 밤 KBS 뉴스 9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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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국회의원에 지방선거 후보자 5억8천 기부 이유는?
    • 입력 2020-05-27 07:02:58
    • 수정2020-05-28 18:38:07
    탐사K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이틀 뒤인 29일 마무리됩니다.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해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은 동시에 여야가 끝없이 충돌하며 '동물국회'라는 오명도 얻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국회의원의 후원금 내역(2016년~2019년)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4년간 우리 동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누구에게 얼마나 고액후원금을 받았을까요? 20대 국회의원들이 2016년부터 4년간 후원회를 통해 모집한 전체 후원금 액수는 1,925억여 원. 이 가운데 300만 원 이상 고액후원금은 385억여 원이었습니다. 전체 후원금 모금액 1위는 서울 강서병을 지역구로 하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2위는 서울 영등포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3위는 대구 수성을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923억여 원, 당시 자유한국당 671억여 원, 당시 바른미래당 120억여 원, 정의당 40억여 원으로, 정치 후원이 거대 양당 의원들에게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금액 상위 50위 이내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29명, 당시 자유한국당 12명, 정의당 3명, 무소속 3명 등이었습니다. 상위권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이 다수였습니다. 여당의 압승, 야당의 대구 경북지역 싹쓸이가 21대 총선 결과와 유사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전체 후원금 내역에서 연 300만 원 이상의 고액후원금 모금액을 따로 떼어 분석해봤습니다. 고액후원금 순위는 전체 후원금 순위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정애, 김영주, 주호영 의원은 고액후원금 순위에서 각각 160, 197, 175위로 내려앉았습니다. 한편 윤상현, 박지원, 정진석 등 지역 기반을 다진 다선 의원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전자의 의원들은 10만 원 정도의 소액을 중심으로 후원금 모금이 이뤄졌고, 후자의 의원들은 후원금 가운데 고액 후원의 비중이 크다는 뜻입니다. 한정애 의원은 고액후원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 전제로 "지나친 고액의 후원금은 부담스러워 돌려준다"며 "30만 원 이상 후원자 가운데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추려내 돌려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의원 측도 "아무리 법 테두리 내지만 고액 후원금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5백만 원 정도의 후원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후원자에 돌려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액후원금 최하위권에는 모두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포진해, 지역구 의원인지 아닌지에 따라 고액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큰 격차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회의원에게 개인이 선뜻 300만 원 이상 큰돈을 기부하기는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일지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KBS탐사보도부는 고액후원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뜻밖에도 2018년 실시됐던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모두 합쳐 101명이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5,611명과 7대 지방선거 후보자 9,363명을 하나하나 교차 분석해 나온 결과입니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자를 정하는 정당 공천을 앞둔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 사이에 이들 후보자들은 고액후원금 기부가 몰려 있었습니다. 공천을 염두에 둔 후원이 의심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진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대다수는 지역·당협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역·당협 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후보자들이 고액후원금을 지역 국회의원에게 기부한 일이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대가성', '이해충돌'이 의심되는 이유입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 민주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의 공천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액의 후원금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지방 선거 출마자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후원한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20대 국회는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오늘(27일) 밤 KBS 뉴스 9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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