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배달이나 포장으로”…그런데 일회용 쓰레기는 어쩌죠?

입력 2020.05.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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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식사는 포장이나 배달"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5월 1일 브리핑) “식사를 할 때는 대화를 자제하고 포장이나 배달주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5월 1일 브리핑) “식사를 할 때는 대화를 자제하고 포장이나 배달주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방역당국의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보면 음식점과 카페 등에선 가능하면 포장이나 배달주문을 이용하라고 돼 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밥을 먹다 보면 아무래도 침방울이 섞일 가능성이 크겠죠. 배달앱 등을 통해 미리 결제하고 음식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활황이던 음식 배달업계는 코로나 19로 더욱 날개를 달게 됐습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문 수는 1년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49%(1월), 66%(2월), 67%(3월), 60%(4월)씩 증가했습니다.

■한가득 남는 일회용 포장재...코로나19로 생활폐기물 발생량 늘어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남은 플라스틱 용기, 수저, 비닐봉투들을 처리하는게 걱정입니다. 대부분 일회용품이다 보니 한 번 쓰고 나면 다 쓰레기들이 됩니다. 배달음식뿐이 아니죠. 코로나 19 확산 이후로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조치도 한시적으로 풀어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코로나 19 발생 이후 국내에서 산업폐기물 발생량은 감소했는데, 생활폐기물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 통계는 없지만 일부 자치단체에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재활용으로 분리배출된 폐기물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활용이 되는 폐기물이니까 그나마 다행일까요?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 남은 음식과 영수증, 비닐 등이 들어있다.버려진 플라스틱 용기. 남은 음식과 영수증, 비닐 등이 들어있다.

■음식 묻어있고 재질 제각각...분리배출해도 재활용 안 돼

소비자들은 맛있게 먹고 남은 포장용기들을 플라스틱, 스티로품, 종이류로 잘 분리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재활용품들을 선별하는 곳에선 이 용기들이 골칫거리입니다.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하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이물질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물론 음식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꽁꽁 싸맸던 비닐랩, 업체마다 붙여놓은 광고 스티커, 손과 입을 닦았던 휴지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 눈에는 똑같아 보여도 PET, PP, PE 등 제각각인 플라스틱 재질과 색깔도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활용업체에서 반기지 않습니다.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 정부와 업계는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용기를 규격화하기로 했다.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 정부와 업계는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용기를 규격화하기로 했다.

■ 정부-업계, "배달용기 규격화·경량화하자"

환경부는 당장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할 수 없다면 용기 재질을 단일화하고, 두께도 줄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합니다. 오늘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등과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도 했습니다.

방향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가능한 줄이고, 써야 한다면 용기를 규격화해서 재활용하기 쉽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포장.배달에 쓰는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이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용기 제작업계에서는 일회용 용기 재질을 단일화해주고, 배달의민족에서는 다회용기나 일회용품 사용을 적게 하는 매장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선 일회용 수저나 포크 등의 제공 횟수를 줄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재활용이 쉬운 포장. 배달용기를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도 도입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담았던 용기를 배출할 땐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환경부는 배출방법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일회용품은 다회용품으로..."위생관리 기준, 회수·세척시스템 마련해야"

코로나 19 전파 우려가 큰데 다회용기를 어떻게 믿고 쓰냐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비닐장갑 등. 당분간은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회용품이 언제까지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위생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잡아먹어 버리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회용 범람이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환경파괴가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다회용 컵이나 용기의 위생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척이 어떻게 이뤄졌고 얼만큼 깨끗하게 닦였는지를 볼 수 있다면 소비자도 안심하고 다회용기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소장은 "다회용 식기 대여와 세척 비즈니스가 활성화돼야 일회용품 사용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서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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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은 배달이나 포장으로”…그런데 일회용 쓰레기는 어쩌죠?
    • 입력 2020-05-31 09:02:58
    취재K
■"생활 속 거리두기...식사는 포장이나 배달"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5월 1일 브리핑) “식사를 할 때는 대화를 자제하고 포장이나 배달주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방역당국의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보면 음식점과 카페 등에선 가능하면 포장이나 배달주문을 이용하라고 돼 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밥을 먹다 보면 아무래도 침방울이 섞일 가능성이 크겠죠. 배달앱 등을 통해 미리 결제하고 음식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활황이던 음식 배달업계는 코로나 19로 더욱 날개를 달게 됐습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문 수는 1년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49%(1월), 66%(2월), 67%(3월), 60%(4월)씩 증가했습니다.

■한가득 남는 일회용 포장재...코로나19로 생활폐기물 발생량 늘어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남은 플라스틱 용기, 수저, 비닐봉투들을 처리하는게 걱정입니다. 대부분 일회용품이다 보니 한 번 쓰고 나면 다 쓰레기들이 됩니다. 배달음식뿐이 아니죠. 코로나 19 확산 이후로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조치도 한시적으로 풀어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코로나 19 발생 이후 국내에서 산업폐기물 발생량은 감소했는데, 생활폐기물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 통계는 없지만 일부 자치단체에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재활용으로 분리배출된 폐기물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활용이 되는 폐기물이니까 그나마 다행일까요?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 남은 음식과 영수증, 비닐 등이 들어있다.
■음식 묻어있고 재질 제각각...분리배출해도 재활용 안 돼

소비자들은 맛있게 먹고 남은 포장용기들을 플라스틱, 스티로품, 종이류로 잘 분리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재활용품들을 선별하는 곳에선 이 용기들이 골칫거리입니다.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하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이물질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물론 음식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꽁꽁 싸맸던 비닐랩, 업체마다 붙여놓은 광고 스티커, 손과 입을 닦았던 휴지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 눈에는 똑같아 보여도 PET, PP, PE 등 제각각인 플라스틱 재질과 색깔도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활용업체에서 반기지 않습니다.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 정부와 업계는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용기를 규격화하기로 했다.
■ 정부-업계, "배달용기 규격화·경량화하자"

환경부는 당장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할 수 없다면 용기 재질을 단일화하고, 두께도 줄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합니다. 오늘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등과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도 했습니다.

방향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가능한 줄이고, 써야 한다면 용기를 규격화해서 재활용하기 쉽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포장.배달에 쓰는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이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용기 제작업계에서는 일회용 용기 재질을 단일화해주고, 배달의민족에서는 다회용기나 일회용품 사용을 적게 하는 매장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선 일회용 수저나 포크 등의 제공 횟수를 줄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재활용이 쉬운 포장. 배달용기를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도 도입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담았던 용기를 배출할 땐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환경부는 배출방법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일회용품은 다회용품으로..."위생관리 기준, 회수·세척시스템 마련해야"

코로나 19 전파 우려가 큰데 다회용기를 어떻게 믿고 쓰냐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비닐장갑 등. 당분간은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회용품이 언제까지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위생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잡아먹어 버리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회용 범람이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환경파괴가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다회용 컵이나 용기의 위생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척이 어떻게 이뤄졌고 얼만큼 깨끗하게 닦였는지를 볼 수 있다면 소비자도 안심하고 다회용기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소장은 "다회용 식기 대여와 세척 비즈니스가 활성화돼야 일회용품 사용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서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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