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에게 6천 4백만 원 썼다더니… 실제 지출은 ‘0원’

입력 2020.06.05 (07:00) 수정 2020.06.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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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천 4백만 원을 할머니들에게 사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지난달, 이곳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서 쓰이지 않는다는 내부 직원들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25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나눔의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으로 들어왔는데, 이 법인에서 할머니들이 있는 시설로 들어간 돈은 6천 4백만 원에 그쳤습니다.

이 6천4백만 원에 대해, 안신권 당시 나눔의집 소장은 "지난해 6천 4백만 원의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교육·건강 프로그램에 사용됐는데, 할머니 6명 가운데 4명의 거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할머니에게 직접 들어간 돈, 후원금 중 단 76만 원.

하지만 나눔의집 직원들이 정리한 2015~2018년 지출 결의서를 보면 이 같은 해명이 궁색해집니다. 안신권 당시 소장 등 운영진들의 해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내부 직원들은 4년 치 지출 결의서를 모두 정리해 할머니에게 직접 쓰인 돈을 계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볼까요.

4월에는 할머니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장구의 가죽을 교체하는 데 10만 원, 5월에는 나들이가 있어서 점심 비용 10만 3천 원, 막걸리 1통 6천 원, 버스 대여료 40만 원이 들었습니다. 또 7월에는 할머니들과 직원들이 저녁 식사로 6만 6천 원을 썼고, 또 할머니의 옷걸이를 사는 데 8만 9천 원을 썼습니다.

총 76만 4천 원. 직원들 계산에 따르면 이 한 해 동안에 할머니 10명에게 직접 들어간 돈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 기간 나눔의집 법인으로 들어온 후원금은 9억 6천만 원인데, 이 중에 나눔의집 시설로 들어간 돈은 2천 435만 원이고, 할머니와 관련한 지출은 76만 원인 겁니다. 전체 후원금의 0.08%입니다.

■ 할머니에 지원은 0원, 신문 구독료 83만 원·개 사료 26만 원

그런데 76만 원은 다음 해보다는 그나마 많은 편입니다.

2016년에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지원된 돈이 아예 없어, '0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간접적으로라도 할머니들을 위한 지출을 꼽아 보면, 할머니들을 위해 미용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갖춰 둔 1년 치 파마 약 24만 원이나 수요집회 특별부식값 13만 5천 원 정도입니다.

대체 어디에 돈이 많이 들어갔는가를 살펴보면, 같은 해 불교신문과 법보신문 등 신문 구독료로 모두 83만 원을 썼습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운영진은 늘 모든 종류의 신문을 구독하면서 학생 봉사자에게 나눔의집과 관련한 내용을 스크랩하게 시켰다"고 했습니다. 또 나눔의집에 있는 강아지 3마리를 위한 사료와 간식에도 26만 6천 원, 안약에 2만 7천 5백 원을 썼습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도 나들이 식대 등 8만 8천 원이 전부였습니다. 2018년부터는 병원에 갈 때의 식사비가 나오도록 규정이 바뀌어 모두 156만 원, 2019년에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나들이와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모두 518만 원이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지원 비용으로 쓰였습니다.

해가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가장 나아졌다는 2019년에도 후원금 26억 원에 비하면 0.2%밖에 되지 않는 비율입니다.

■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이라면 할머니들을 위해 써야!"

허정아 나눔의집 사회복지사는 "시설 운영이 아니라 온전히 할머니들의 개인 만족, 개인 행복을 위해 쓴 돈을 따로 추산한 것"이라며, "2019년에 나들이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사는 "안신권 전 소장이 할머니들에게 6천 4백만 원을 썼다고 말했는데, 그 돈이라도 썼다면 내부 고발은 안 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들어 외출과 물리 치료 등을 계속 요구해 반영됐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할머니들을 일선에서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언제까지 이분들의 헌신에만 기댈 수는 없는 만큼 인건비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대책 모임'은 어제(4일) 오후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이라면 생전에 할머니들의 노후와 복지 등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개인 재산이나 법인 재산을 늘리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대책 1모임’은 어제(4일) 오후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습니다.‘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대책 1모임’은 어제(4일) 오후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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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들에게 6천 4백만 원 썼다더니… 실제 지출은 ‘0원’
    • 입력 2020-06-05 07:00:04
    • 수정2020-06-05 16:25:48
    취재K
■ "6천 4백만 원을 할머니들에게 사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지난달, 이곳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서 쓰이지 않는다는 내부 직원들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25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나눔의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으로 들어왔는데, 이 법인에서 할머니들이 있는 시설로 들어간 돈은 6천 4백만 원에 그쳤습니다.

이 6천4백만 원에 대해, 안신권 당시 나눔의집 소장은 "지난해 6천 4백만 원의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교육·건강 프로그램에 사용됐는데, 할머니 6명 가운데 4명의 거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할머니에게 직접 들어간 돈, 후원금 중 단 76만 원.

하지만 나눔의집 직원들이 정리한 2015~2018년 지출 결의서를 보면 이 같은 해명이 궁색해집니다. 안신권 당시 소장 등 운영진들의 해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내부 직원들은 4년 치 지출 결의서를 모두 정리해 할머니에게 직접 쓰인 돈을 계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볼까요.

4월에는 할머니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장구의 가죽을 교체하는 데 10만 원, 5월에는 나들이가 있어서 점심 비용 10만 3천 원, 막걸리 1통 6천 원, 버스 대여료 40만 원이 들었습니다. 또 7월에는 할머니들과 직원들이 저녁 식사로 6만 6천 원을 썼고, 또 할머니의 옷걸이를 사는 데 8만 9천 원을 썼습니다.

총 76만 4천 원. 직원들 계산에 따르면 이 한 해 동안에 할머니 10명에게 직접 들어간 돈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 기간 나눔의집 법인으로 들어온 후원금은 9억 6천만 원인데, 이 중에 나눔의집 시설로 들어간 돈은 2천 435만 원이고, 할머니와 관련한 지출은 76만 원인 겁니다. 전체 후원금의 0.08%입니다.

■ 할머니에 지원은 0원, 신문 구독료 83만 원·개 사료 26만 원

그런데 76만 원은 다음 해보다는 그나마 많은 편입니다.

2016년에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지원된 돈이 아예 없어, '0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간접적으로라도 할머니들을 위한 지출을 꼽아 보면, 할머니들을 위해 미용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갖춰 둔 1년 치 파마 약 24만 원이나 수요집회 특별부식값 13만 5천 원 정도입니다.

대체 어디에 돈이 많이 들어갔는가를 살펴보면, 같은 해 불교신문과 법보신문 등 신문 구독료로 모두 83만 원을 썼습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운영진은 늘 모든 종류의 신문을 구독하면서 학생 봉사자에게 나눔의집과 관련한 내용을 스크랩하게 시켰다"고 했습니다. 또 나눔의집에 있는 강아지 3마리를 위한 사료와 간식에도 26만 6천 원, 안약에 2만 7천 5백 원을 썼습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도 나들이 식대 등 8만 8천 원이 전부였습니다. 2018년부터는 병원에 갈 때의 식사비가 나오도록 규정이 바뀌어 모두 156만 원, 2019년에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나들이와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모두 518만 원이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지원 비용으로 쓰였습니다.

해가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가장 나아졌다는 2019년에도 후원금 26억 원에 비하면 0.2%밖에 되지 않는 비율입니다.

■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이라면 할머니들을 위해 써야!"

허정아 나눔의집 사회복지사는 "시설 운영이 아니라 온전히 할머니들의 개인 만족, 개인 행복을 위해 쓴 돈을 따로 추산한 것"이라며, "2019년에 나들이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사는 "안신권 전 소장이 할머니들에게 6천 4백만 원을 썼다고 말했는데, 그 돈이라도 썼다면 내부 고발은 안 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들어 외출과 물리 치료 등을 계속 요구해 반영됐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할머니들을 일선에서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언제까지 이분들의 헌신에만 기댈 수는 없는 만큼 인건비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대책 모임'은 어제(4일) 오후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이라면 생전에 할머니들의 노후와 복지 등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개인 재산이나 법인 재산을 늘리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대책 1모임’은 어제(4일) 오후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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