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포의 7시간’ 가방에 감금됐던 9살 끝내 숨져…8개월 전부터 학대 시작

입력 2020.06.05 (08:24) 수정 2020.06.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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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있다 심정지가 왔던 9살 아이가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이는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7시간 넘게 가방 안에 갇혀있던 걸로 드러났는데요.

그런데 아이가 받은 학대,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이에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천안 아동학대 사건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천안의 한 아파트 앞.

같은 단지 안에 살던 9살 A군의 학대 사건이 알려지자 동네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웃 주민 : "너무 끔찍하고 너무 황당한 사건이라서 요즘 세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경악스러웠죠."]

[이웃 주민 : "어떻게 부모가 아이를 가방 속에다 7시간 놔둘 수가 있겠어요? 그건 정말 잘못된 거죠."]

특히 A군이 의식을 잃은 채 119에 실려 가는 모습을 봤던 주민들.

그제 A군이 끝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목격 주민 : "심폐소생술 하고 있는 걸 봐서 그냥 쓰러진 건줄 알았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너무 충격이었어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녁 7시 25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에 119가 출동했는데요.

신고자는 43살 B씨. 바로 A군 아버지의 동거녀였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군은 심정지상태였는데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B씨의 행동은 상당히 이상했다고 합니다.

[목격 주민 : "왜 저렇게 태연하게 걸어가서 구급차를 타지? 이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B씨의 수상쩍은 언행은 계속됐는데요,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머니가 많이 슬퍼하거나 당황하거나 그래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께서는 30분간 아이가 가방에 있었던 거 같다. 장난으로 들어간 거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30분 들어간 것 치고는 혈액검사 (결과)가 굉장히 좋지 않아서 더 오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었습니다."]

A군을 살펴본 의료진은 동거녀의 설명과 달리 상습적인 아동학대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하고 발 이런데 포함해서 멍이 굉장히 많았고 담뱃불로 그런 게 아닌가 추측되는 상처들과 엉덩이에 날카롭게 선으로 된 흉터들이 많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는데요.

A군이 게임기를 망가트리고 거짓말을 했다며 그 벌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는 겁니다.

가방은 A군 키의 절반 남짓, 가로 40, 세로 60 센티미터 크기에 불과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큰 가방에 넣었는데 거기다 오줌 싸고 그러니까 작은 가방에다 바꿨다고 해요. 지퍼를 닫은 거죠."]

가방을 바꿔가며 무려 7시간이나 아이를 가뒀던 B씨.

먹을 것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본인은 3시간 넘게 외출도 했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애가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니까 이상해서 열어봤다고 해요. 종합적으로 수사를 해보니까 12시경부터 7시 20분 사이 (가둔 걸로) 추정을 하는 거예요."]

사건 당일 B씨의 끔찍했던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공분이 일었는데요.

더욱 충격적인 건 B씨가 이미 한 달 전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 수사 대상이었다는 겁니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달 5일 밤, A군은 B씨와 함께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었는데요.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그리고 일어서다가 세면대에 부딪혀서 열상이 생겼다고 진술했는데 진술한 것과 다친 것과 (사이에)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게다가 A군 몸 곳곳에는 오래된 멍과 상처 자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의료진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비극을 미리 막지 못했을까요?

당시 경찰도, 방문조사를 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모가) 우리가 잘못했어요. 훈육 방법이 잘못됐던 거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순순히 다 인정을 하고 앞으로 안 그럴게요 이렇게 나온 거죠."]

[주진관/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 "1년 동안 4번 정도 옷걸이를 통해서 아이가 거짓말하거나 말 듣지 않았을 때 체벌했다는 그런 내용들은 부모도 시인을 했고요. 아이도 동일하게 시인을 한 상황이어서."]

아이 역시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나 적대감 등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주진관/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 "(아이가) 부모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표현했고 오히려 계모를, 재혼가정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아이는 부모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표현을 했었고..."]

때문에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놓는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의 학대 피해가 무려 8개월 전부터 시작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학대 시작은) 작년 10월부터로 판단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뭔가 일이 있으니까 선생님이 엄마한테 통보를 했던 모양이에요. 학교에서 애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서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때문에 지속적인 학대정황을 알고도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여론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경찰은 동거녀 B씨의 혐의를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아동학대 치사로 변경해 적용하고 아버지에 대해선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관한 건 아닌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자신의 첫 등교 개학일인 그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첫발도 떼지 못한 채 끝내 숨을 거둔 A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물론 추모의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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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공포의 7시간’ 가방에 감금됐던 9살 끝내 숨져…8개월 전부터 학대 시작
    • 입력 2020-06-05 08:24:59
    • 수정2020-06-05 10: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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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있다 심정지가 왔던 9살 아이가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이는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7시간 넘게 가방 안에 갇혀있던 걸로 드러났는데요.

그런데 아이가 받은 학대,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이에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천안 아동학대 사건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천안의 한 아파트 앞.

같은 단지 안에 살던 9살 A군의 학대 사건이 알려지자 동네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웃 주민 : "너무 끔찍하고 너무 황당한 사건이라서 요즘 세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경악스러웠죠."]

[이웃 주민 : "어떻게 부모가 아이를 가방 속에다 7시간 놔둘 수가 있겠어요? 그건 정말 잘못된 거죠."]

특히 A군이 의식을 잃은 채 119에 실려 가는 모습을 봤던 주민들.

그제 A군이 끝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목격 주민 : "심폐소생술 하고 있는 걸 봐서 그냥 쓰러진 건줄 알았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너무 충격이었어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녁 7시 25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에 119가 출동했는데요.

신고자는 43살 B씨. 바로 A군 아버지의 동거녀였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군은 심정지상태였는데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B씨의 행동은 상당히 이상했다고 합니다.

[목격 주민 : "왜 저렇게 태연하게 걸어가서 구급차를 타지? 이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B씨의 수상쩍은 언행은 계속됐는데요,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머니가 많이 슬퍼하거나 당황하거나 그래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께서는 30분간 아이가 가방에 있었던 거 같다. 장난으로 들어간 거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30분 들어간 것 치고는 혈액검사 (결과)가 굉장히 좋지 않아서 더 오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었습니다."]

A군을 살펴본 의료진은 동거녀의 설명과 달리 상습적인 아동학대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하고 발 이런데 포함해서 멍이 굉장히 많았고 담뱃불로 그런 게 아닌가 추측되는 상처들과 엉덩이에 날카롭게 선으로 된 흉터들이 많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는데요.

A군이 게임기를 망가트리고 거짓말을 했다며 그 벌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는 겁니다.

가방은 A군 키의 절반 남짓, 가로 40, 세로 60 센티미터 크기에 불과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큰 가방에 넣었는데 거기다 오줌 싸고 그러니까 작은 가방에다 바꿨다고 해요. 지퍼를 닫은 거죠."]

가방을 바꿔가며 무려 7시간이나 아이를 가뒀던 B씨.

먹을 것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본인은 3시간 넘게 외출도 했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애가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니까 이상해서 열어봤다고 해요. 종합적으로 수사를 해보니까 12시경부터 7시 20분 사이 (가둔 걸로) 추정을 하는 거예요."]

사건 당일 B씨의 끔찍했던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공분이 일었는데요.

더욱 충격적인 건 B씨가 이미 한 달 전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 수사 대상이었다는 겁니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달 5일 밤, A군은 B씨와 함께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었는데요.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그리고 일어서다가 세면대에 부딪혀서 열상이 생겼다고 진술했는데 진술한 것과 다친 것과 (사이에)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게다가 A군 몸 곳곳에는 오래된 멍과 상처 자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의료진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비극을 미리 막지 못했을까요?

당시 경찰도, 방문조사를 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모가) 우리가 잘못했어요. 훈육 방법이 잘못됐던 거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순순히 다 인정을 하고 앞으로 안 그럴게요 이렇게 나온 거죠."]

[주진관/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 "1년 동안 4번 정도 옷걸이를 통해서 아이가 거짓말하거나 말 듣지 않았을 때 체벌했다는 그런 내용들은 부모도 시인을 했고요. 아이도 동일하게 시인을 한 상황이어서."]

아이 역시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나 적대감 등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주진관/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 "(아이가) 부모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표현했고 오히려 계모를, 재혼가정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아이는 부모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표현을 했었고..."]

때문에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놓는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의 학대 피해가 무려 8개월 전부터 시작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학대 시작은) 작년 10월부터로 판단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뭔가 일이 있으니까 선생님이 엄마한테 통보를 했던 모양이에요. 학교에서 애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서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때문에 지속적인 학대정황을 알고도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여론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경찰은 동거녀 B씨의 혐의를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아동학대 치사로 변경해 적용하고 아버지에 대해선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관한 건 아닌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자신의 첫 등교 개학일인 그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첫발도 떼지 못한 채 끝내 숨을 거둔 A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물론 추모의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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