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긴급재난지원금 “퍼주다 망한다”는 언론, 각잡고 팩트체크

입력 2020.06.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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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효과를 아시나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해결 방안으로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죠. 이 정책이 시대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화제인데요. 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가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직수효과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말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언론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직수효과'(왼쪽) 그림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직수효과'(왼쪽) 그림

코로나 경제 정책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언론

상당수 언론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부터 '퍼주기'라며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자 조선일보 '재난지원금 백태', 같은날 동아일보는 '참을 수 없는 현금 살포의 유혹'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는데요. 지난달 27일 매일경제 칼럼에서는 '전 국민에게 무차별하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나라는 지구 상 5개국도 안 되는데 한국은 돈을 펑펑 썼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경고,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4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국민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7개국입니다. 일본은 1인당 10만 엔, 우리 돈으로 110만 원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홍콩은 모든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155만 원을 나눠줬습니다.

'J'에 출연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어떤 정책도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비판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지만 그렇지 않고 재난지원금 자체를 마치 포퓰리즘적인 접근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식료품,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면 손해?…현장은 달랐다?!


재난지원금의 사용처 제한을 비판하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한우 1등급 살 돈으로 2+등급 사서 먹는다…재난지원금의 배신'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대형마트와 쓸 수 없는 마트의 식료품 가격을 비교해보니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매장의 가격이 대체로 비쌌다고 보도한 겁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대형마트의 가격이 더 저렴한데도 사람들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으로 몰리면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사실일까요? 'J' 제작진이 현장을 직접 다녀와 봤습니다.

왼쪽 대형마트 맥주가격, 오른쪽 하나로마트 맥주가격왼쪽 대형마트 맥주가격, 오른쪽 하나로마트 맥주가격

중앙일보 취재기자가 방문했다는 경기도 김포의 하나로마트를 방문했는데, 수입 맥주 가격이 4캔에 9,000원. 대형마트에서 4캔에 9,400원에 팔고 있는 것보다 저렴했습니다. 수박 또한 하나로마트 8㎏에 13,900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8㎏ 미만이 14,310원으로 대형마트가 더 비쌌습니다. 육류 역시 대형마트보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인 하나로마트, 식자재마트, 일반마트 등이 대체로 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한 지역의 사례로 전체를 추정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 아냐"

사실 가격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품 가격은 매장별로 날짜별로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죠.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2주 뒤 '장바구니물가'를 살펴봤다는 이 기사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조사 방식 때문입니다. 특정 날짜에 매장 5곳을 방문해 5개 품목 가격을 보고 비교하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는 정확한 조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 'J' 제작진이 농수산물의 공식 가격을 공개하고, 각종 물가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문의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한 지역의 사례로 전체를 추정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이 아니다. 조사 품목의 선정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고, 소수의 품목만을 조사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이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추경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잣대…그땐 맞고 지금은 틀렸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의 주장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건 그 목소리의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3일 정부가 35조 3천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죠. '슈퍼 추경이다', '나랏빚 급격히 증가' 등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랬던 언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조선일보는 '한발 앞선 대응 긍정적…위기 심각성에 비해 규모는 미흡'(2008.11.4)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나라살림 적자인 미국·일본도 화끈하게 돈 푸는데 '흑자' 한국은 경기 살리겠다고 책정한 나랏돈이 33조뿐'(2008.12.11)이라고 보도했죠.

'J' 고정패널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는 "이번 3차 추경 전에 국회 통과 기준으로 역대 최대 추경이 2009년 4월에 있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추경 자체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오히려 빨리 추경을 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있고 다만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잘 써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야 한다. 이런 기사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이 코로나 위기가 그때보다 더 어려운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부 언론들은 추경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비판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보여서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3회는 [ '답정너' 코로나 경제 보도 ]라는 주제로 오는 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지은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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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긴급재난지원금 “퍼주다 망한다”는 언론, 각잡고 팩트체크
    • 입력 2020-06-06 10:01:02
    저널리즘 토크쇼 J
직수효과를 아시나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해결 방안으로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죠. 이 정책이 시대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화제인데요. 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가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직수효과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말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언론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직수효과'(왼쪽) 그림
코로나 경제 정책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언론

상당수 언론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부터 '퍼주기'라며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자 조선일보 '재난지원금 백태', 같은날 동아일보는 '참을 수 없는 현금 살포의 유혹'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는데요. 지난달 27일 매일경제 칼럼에서는 '전 국민에게 무차별하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나라는 지구 상 5개국도 안 되는데 한국은 돈을 펑펑 썼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경고,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4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국민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7개국입니다. 일본은 1인당 10만 엔, 우리 돈으로 110만 원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홍콩은 모든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155만 원을 나눠줬습니다.

'J'에 출연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어떤 정책도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비판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지만 그렇지 않고 재난지원금 자체를 마치 포퓰리즘적인 접근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식료품,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면 손해?…현장은 달랐다?!


재난지원금의 사용처 제한을 비판하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한우 1등급 살 돈으로 2+등급 사서 먹는다…재난지원금의 배신'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대형마트와 쓸 수 없는 마트의 식료품 가격을 비교해보니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매장의 가격이 대체로 비쌌다고 보도한 겁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대형마트의 가격이 더 저렴한데도 사람들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으로 몰리면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사실일까요? 'J' 제작진이 현장을 직접 다녀와 봤습니다.

왼쪽 대형마트 맥주가격, 오른쪽 하나로마트 맥주가격
중앙일보 취재기자가 방문했다는 경기도 김포의 하나로마트를 방문했는데, 수입 맥주 가격이 4캔에 9,000원. 대형마트에서 4캔에 9,400원에 팔고 있는 것보다 저렴했습니다. 수박 또한 하나로마트 8㎏에 13,900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8㎏ 미만이 14,310원으로 대형마트가 더 비쌌습니다. 육류 역시 대형마트보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인 하나로마트, 식자재마트, 일반마트 등이 대체로 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한 지역의 사례로 전체를 추정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 아냐"

사실 가격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품 가격은 매장별로 날짜별로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죠.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2주 뒤 '장바구니물가'를 살펴봤다는 이 기사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조사 방식 때문입니다. 특정 날짜에 매장 5곳을 방문해 5개 품목 가격을 보고 비교하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는 정확한 조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 'J' 제작진이 농수산물의 공식 가격을 공개하고, 각종 물가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문의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한 지역의 사례로 전체를 추정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이 아니다. 조사 품목의 선정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고, 소수의 품목만을 조사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이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추경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잣대…그땐 맞고 지금은 틀렸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의 주장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건 그 목소리의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3일 정부가 35조 3천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죠. '슈퍼 추경이다', '나랏빚 급격히 증가' 등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랬던 언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조선일보는 '한발 앞선 대응 긍정적…위기 심각성에 비해 규모는 미흡'(2008.11.4)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나라살림 적자인 미국·일본도 화끈하게 돈 푸는데 '흑자' 한국은 경기 살리겠다고 책정한 나랏돈이 33조뿐'(2008.12.11)이라고 보도했죠.

'J' 고정패널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는 "이번 3차 추경 전에 국회 통과 기준으로 역대 최대 추경이 2009년 4월에 있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추경 자체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오히려 빨리 추경을 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있고 다만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잘 써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야 한다. 이런 기사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이 코로나 위기가 그때보다 더 어려운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부 언론들은 추경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비판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보여서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3회는 [ '답정너' 코로나 경제 보도 ]라는 주제로 오는 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지은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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