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협상 원한다…청와대에도 이미 타진”

입력 2020.06.23 (10:39) 수정 2020.06.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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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KBS 카메라 앞에서 명확하게, 그리고 강하게“한국정부와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론스타가 제기한 5조 원짜리 ISD, 8년째 진행 중인데 론스타는 승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승소할 자신이 있는 분쟁, 론스타는 왜 협상을 원하는 걸까? 론스타의 노림수는 대체 뭘까?

론스타 사태 17년의 진실이 담겨 있는 투자 분쟁 ISD. 그 내막을 추적하고 있는 KBS는‘악연'의 한쪽 당사자인 론스타와 직접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론스타 접촉… 서면 질의 답변


취재진은 지난 3월 14일, 론스타에 서면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ISD 경과와 최종 결과 전망, ISD가 진행되는 와중에 하나금융을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추가로 분쟁을 제기한 이유,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 그리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중지된 론스타 관계자들의 검찰 조사 용의까지 포괄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4월 27일 론스타의 법무부사장 마이크 톰슨(Mike Thompson,이하 톰슨)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톰슨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LSF-KEB Holdings의 대표이사였습니다. 한국과‘악연'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중지된 론스타 관계자 3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서면 인터뷰에서 톰슨은 ISD 전망을 묻는 질문에 "승소를 예상"했습니다. 기자가 받은 느낌은 단순한 예상이 아닌 자신감이었습니다.

론스타가 더 비싼 가격에 외환은행 지분을 팔지 못하고 손해를 본 것이 한국 금융당국 책임이라며,“금융당국이 정치적 이유로 불법적으로 승인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금융이 신청한 인수 승인을 금융당국이 지연시키는 바람에 론스타는 매각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없었고 손해를 봤다는 겁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뜬금없이 하나금융에 책임이 있다며 2016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ICC)에 별도의 분쟁(상사 중재)을 제기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톰슨은 ISD에 출석한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증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투자 손해를 물어내라며 ‘거래 상대인 하나은행'과‘거래 승인권자인 한국 정부’ 양쪽에 분쟁을 제기한 겁니다.

ICC 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패소를 결정했습니다. 톰슨은 역설적이게도 이 패소를 근거로 ISD 승소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톰슨은 또 서면 답변에서 중요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ISD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여러 경로로 협상 의사를 전달했고, 지금도 여전히 협상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5조 원이나 되는 분쟁가액의 세부 내역조차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론스타가 협상을 언급한 겁니다. 톰슨을 직접 만나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거의 한 달 보름 만에 온 두 장짜리 답변으로는 론스타 사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LA 외곽서 론스타 법무 부사장 마이크 톰슨 6시간 단독 인터뷰

5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취재진은 미국 LA에서 톰슨을 만나 여섯 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가 한국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은 16년만입니다.

톰슨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부터 2012년 매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ISD까지 계속 이어진 취재팀의 질문에 전반적으로 진지하게 답변했습니다. 때로는 흥분했고, 때로는 변명했고, 또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톰슨은 “몇 년 동안 우리가 겪은 엄청난 비난과 곤경을 생각할 때 우리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소용이 없는 일 같았다”며 그간 한국 언론을 기피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이 전반적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끔찍하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론이 좋든 나쁘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만 ISD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하나금융, 그리고 중재 중에 나온 사실에 대해서는 비밀계약과 법에 저촉돼 이야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내가 직접 알고 있는 것과 중재에 제시한 사실들은 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17년 ‘악연’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에서 현재 ISD까지 이르게 된 ‘후반 9년’에 대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KBS의 분석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론스타, “ISD 한국 정부와 협상 원한다”

론스타는 ISD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KBS를 통해 공식적으로 협상 의사를 밝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누구에게도 숨길 생각이 없다. 내가 강력히 원하는 바”라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8년째 진행 중인 5조 원 규모의 ISD. 몇 년째 판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난 3월 이 사건 의장중재인인 조니 비더(V.V. Veeder)의 사망으로 지금은 새 의장중재인 선임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톰슨은 “새 의장중재인이 와서 사건을 검토하고 질문을 더 할 수도 있지만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곧 결정이 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승소를 자신했습니다.

그럼에도 협상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양측 모두에 안 좋은 결과보다 신사적”이라며 “이 문제가 빨리 끝날수록 한국 국민들에게도, 론스타에게도 모두 좋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도 이런 협상을 제안했을까?

톰슨은 현 정부에도 대선 직후 협상을 타진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톰슨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접촉했다”며 “답은 ‘관심 없다'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협상 시도는 처음이 아니라 8년 동안 계속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항상 무응답이거나 안 된다는 반응이었고, 실제 협상과 관련한 대화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국회 회의록에서 이와 관련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5년 4월 13일, 19대 국회 332회 4차 본회의장.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ISD 협상'을 언급합니다.


취재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론스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협상 의사를 전달했고, 협상 조건을 담은 제안서도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론스타의 이번 제안은 과거 정부에 했던 제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톰슨은 인터뷰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부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처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톰슨의 말과 달리 지금 론스타의 협상 제안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점, 그리고 론스타의 자신감과 그 이유에 취재진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협상 조건과 취재팀이 분석한 론스타의 내심은 내일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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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 “협상 원한다…청와대에도 이미 타진”
    • 입력 2020-06-23 10:39:58
    • 수정2020-06-23 10:58:56
    탐사K
론스타는 KBS 카메라 앞에서 명확하게, 그리고 강하게“한국정부와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론스타가 제기한 5조 원짜리 ISD, 8년째 진행 중인데 론스타는 승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승소할 자신이 있는 분쟁, 론스타는 왜 협상을 원하는 걸까? 론스타의 노림수는 대체 뭘까? 론스타 사태 17년의 진실이 담겨 있는 투자 분쟁 ISD. 그 내막을 추적하고 있는 KBS는‘악연'의 한쪽 당사자인 론스타와 직접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론스타 접촉… 서면 질의 답변 취재진은 지난 3월 14일, 론스타에 서면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ISD 경과와 최종 결과 전망, ISD가 진행되는 와중에 하나금융을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추가로 분쟁을 제기한 이유,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 그리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중지된 론스타 관계자들의 검찰 조사 용의까지 포괄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4월 27일 론스타의 법무부사장 마이크 톰슨(Mike Thompson,이하 톰슨)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톰슨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LSF-KEB Holdings의 대표이사였습니다. 한국과‘악연'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중지된 론스타 관계자 3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서면 인터뷰에서 톰슨은 ISD 전망을 묻는 질문에 "승소를 예상"했습니다. 기자가 받은 느낌은 단순한 예상이 아닌 자신감이었습니다. 론스타가 더 비싼 가격에 외환은행 지분을 팔지 못하고 손해를 본 것이 한국 금융당국 책임이라며,“금융당국이 정치적 이유로 불법적으로 승인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금융이 신청한 인수 승인을 금융당국이 지연시키는 바람에 론스타는 매각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없었고 손해를 봤다는 겁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뜬금없이 하나금융에 책임이 있다며 2016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ICC)에 별도의 분쟁(상사 중재)을 제기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톰슨은 ISD에 출석한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증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투자 손해를 물어내라며 ‘거래 상대인 하나은행'과‘거래 승인권자인 한국 정부’ 양쪽에 분쟁을 제기한 겁니다. ICC 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패소를 결정했습니다. 톰슨은 역설적이게도 이 패소를 근거로 ISD 승소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톰슨은 또 서면 답변에서 중요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ISD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여러 경로로 협상 의사를 전달했고, 지금도 여전히 협상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5조 원이나 되는 분쟁가액의 세부 내역조차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론스타가 협상을 언급한 겁니다. 톰슨을 직접 만나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거의 한 달 보름 만에 온 두 장짜리 답변으로는 론스타 사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 LA 외곽서 론스타 법무 부사장 마이크 톰슨 6시간 단독 인터뷰 5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취재진은 미국 LA에서 톰슨을 만나 여섯 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가 한국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은 16년만입니다. 톰슨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부터 2012년 매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ISD까지 계속 이어진 취재팀의 질문에 전반적으로 진지하게 답변했습니다. 때로는 흥분했고, 때로는 변명했고, 또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톰슨은 “몇 년 동안 우리가 겪은 엄청난 비난과 곤경을 생각할 때 우리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소용이 없는 일 같았다”며 그간 한국 언론을 기피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이 전반적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끔찍하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론이 좋든 나쁘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만 ISD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하나금융, 그리고 중재 중에 나온 사실에 대해서는 비밀계약과 법에 저촉돼 이야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내가 직접 알고 있는 것과 중재에 제시한 사실들은 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17년 ‘악연’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에서 현재 ISD까지 이르게 된 ‘후반 9년’에 대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KBS의 분석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론스타, “ISD 한국 정부와 협상 원한다” 론스타는 ISD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KBS를 통해 공식적으로 협상 의사를 밝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누구에게도 숨길 생각이 없다. 내가 강력히 원하는 바”라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8년째 진행 중인 5조 원 규모의 ISD. 몇 년째 판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난 3월 이 사건 의장중재인인 조니 비더(V.V. Veeder)의 사망으로 지금은 새 의장중재인 선임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톰슨은 “새 의장중재인이 와서 사건을 검토하고 질문을 더 할 수도 있지만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곧 결정이 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승소를 자신했습니다. 그럼에도 협상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양측 모두에 안 좋은 결과보다 신사적”이라며 “이 문제가 빨리 끝날수록 한국 국민들에게도, 론스타에게도 모두 좋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도 이런 협상을 제안했을까? 톰슨은 현 정부에도 대선 직후 협상을 타진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톰슨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접촉했다”며 “답은 ‘관심 없다'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협상 시도는 처음이 아니라 8년 동안 계속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항상 무응답이거나 안 된다는 반응이었고, 실제 협상과 관련한 대화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국회 회의록에서 이와 관련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5년 4월 13일, 19대 국회 332회 4차 본회의장.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ISD 협상'을 언급합니다. 취재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론스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협상 의사를 전달했고, 협상 조건을 담은 제안서도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론스타의 이번 제안은 과거 정부에 했던 제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톰슨은 인터뷰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부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처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톰슨의 말과 달리 지금 론스타의 협상 제안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점, 그리고 론스타의 자신감과 그 이유에 취재진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협상 조건과 취재팀이 분석한 론스타의 내심은 내일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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