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론스타 “협상 공식 제의, 靑에 이미 비공식 타진”

입력 2020.06.23 (21:28) 수정 2020.06.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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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9년 뒤 하나금융에 되팔면서 4조 6천억 원의 수익을 챙깁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매각과정에서 한국정부가 관여하는 등 손해를 봤다며 47억 달러 규모의 국제분쟁을 제기한 거죠.

론스타와 정부 간의 ISD입니다.

정부가 심리에서 개입한 적 없다고 반박하자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또 다른 분쟁을 냅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ICC 분쟁입니다.

손해 봤으니까 둘 중 아무나 물어내라는 겁니다.

일단 지난해 하나금융과의 ICC 분쟁에선 하나가 이겼는데 왜 이겼는지, 정부는 잘 대응하고 있는지 관계자들 모두에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KBS는 17년 동안 이어진 론스타 사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 두 쌍둥이 분쟁의 내막을 추적해왔습니다.

취재팀의 잠정 결론은 한국이 론스타의 덫에 걸렸고, 거액을 배상해야 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겁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런 사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론스타 측에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서면 답변, 그리고 직접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정부에 협상을 공식 제안했고 현 정부에도 이런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분쟁에서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법무부 관계자는 KBS 취재가 국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무부 관계자/음성변조 : "문서 자체가 만약 공개되면, 소송하고 국익 방어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음을)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질적인 대응 논리를 뒷받침하는 금융위.

다 끝나면, 정부가 설명하겠다고 말합니다.

[금융위 관계자/음성변조 :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기회는 나중에 있을 거예요, 분명히. (중재가) 끝나면 사실 그동안 많이 제기하셨던 의문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분쟁에 증인으로 나갔던 사람들 중 일부는 큰 파장을 암시합니다.

[ISD 증인/음성변조 : "이 사안은 워낙 중요한 사안이잖아요. 국익이 걸려있는 거고, (중재)결과가 나오면 일파만파 나올 것이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부분 패소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론스타 4인방 가운데 마이크 톰슨은 현재 법무 부사장으로 여전히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ISD 진행 상황, 한국 정부와 접촉 여부, 그리고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물었고 한 달 보름 만에 답변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 LA 외곽에서 이틀에 걸쳐 6시간 동안 직접 만났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론스타는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겪은 비난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 같았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 인수,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분쟁까지, 17년 론스타 사태의 본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제가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한 것에 관해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재와 관련한 것은 비밀유지 계약과 법에 어긋납니다."]

현재 중재판정부의 의장중재인이 사망해 공석이지만, 47억 달러 분쟁의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새 의장중재인이 선임돼 사건을 살펴보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할 것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곧 판결이 날 거로 생각합니다."]

익시드의 판정은 항소가 불가능한 최종심.

그는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나오기 전에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싶다며 협상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우호적인 관계에서, 서로 이행할 수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싸우면서 막연히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는 대선 직후 협상을 제안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협상을 타진한 적이 있습니까?)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접촉한 걸로 기억합니다. 협상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때도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하신 거죠?) 맞습니다.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공식적인 제안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론스타가 정부와 협상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8년 동안 계속되고 있어요.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응답이 없거나 안된다는 반응이었어요."]

박근혜 정부에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제안했고 국회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 "지난해 9월경 론스타가 청와대에 소송액보다 낮은 두 가지 협상안을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조성된 론스타 펀드 4는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이 문제 때문에 아직도 존재하죠. 펀드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선 ISD가 해결돼야 합니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협상을 제안하는 의도를 묻자 최종 판정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정부 때 제안이 타협이었다면 이번 제안은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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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3 21:35:41
    • 수정2020-06-23 21:56:33
    뉴스 9
[앵커]

지난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9년 뒤 하나금융에 되팔면서 4조 6천억 원의 수익을 챙깁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매각과정에서 한국정부가 관여하는 등 손해를 봤다며 47억 달러 규모의 국제분쟁을 제기한 거죠.

론스타와 정부 간의 ISD입니다.

정부가 심리에서 개입한 적 없다고 반박하자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또 다른 분쟁을 냅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ICC 분쟁입니다.

손해 봤으니까 둘 중 아무나 물어내라는 겁니다.

일단 지난해 하나금융과의 ICC 분쟁에선 하나가 이겼는데 왜 이겼는지, 정부는 잘 대응하고 있는지 관계자들 모두에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KBS는 17년 동안 이어진 론스타 사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 두 쌍둥이 분쟁의 내막을 추적해왔습니다.

취재팀의 잠정 결론은 한국이 론스타의 덫에 걸렸고, 거액을 배상해야 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겁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런 사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론스타 측에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서면 답변, 그리고 직접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정부에 협상을 공식 제안했고 현 정부에도 이런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분쟁에서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법무부 관계자는 KBS 취재가 국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무부 관계자/음성변조 : "문서 자체가 만약 공개되면, 소송하고 국익 방어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음을)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질적인 대응 논리를 뒷받침하는 금융위.

다 끝나면, 정부가 설명하겠다고 말합니다.

[금융위 관계자/음성변조 :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기회는 나중에 있을 거예요, 분명히. (중재가) 끝나면 사실 그동안 많이 제기하셨던 의문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분쟁에 증인으로 나갔던 사람들 중 일부는 큰 파장을 암시합니다.

[ISD 증인/음성변조 : "이 사안은 워낙 중요한 사안이잖아요. 국익이 걸려있는 거고, (중재)결과가 나오면 일파만파 나올 것이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부분 패소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론스타 4인방 가운데 마이크 톰슨은 현재 법무 부사장으로 여전히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ISD 진행 상황, 한국 정부와 접촉 여부, 그리고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물었고 한 달 보름 만에 답변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 LA 외곽에서 이틀에 걸쳐 6시간 동안 직접 만났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론스타는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겪은 비난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 같았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 인수,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분쟁까지, 17년 론스타 사태의 본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제가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한 것에 관해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재와 관련한 것은 비밀유지 계약과 법에 어긋납니다."]

현재 중재판정부의 의장중재인이 사망해 공석이지만, 47억 달러 분쟁의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새 의장중재인이 선임돼 사건을 살펴보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할 것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곧 판결이 날 거로 생각합니다."]

익시드의 판정은 항소가 불가능한 최종심.

그는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나오기 전에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싶다며 협상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우호적인 관계에서, 서로 이행할 수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싸우면서 막연히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는 대선 직후 협상을 제안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협상을 타진한 적이 있습니까?)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접촉한 걸로 기억합니다. 협상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때도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하신 거죠?) 맞습니다.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공식적인 제안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론스타가 정부와 협상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8년 동안 계속되고 있어요.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응답이 없거나 안된다는 반응이었어요."]

박근혜 정부에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제안했고 국회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 "지난해 9월경 론스타가 청와대에 소송액보다 낮은 두 가지 협상안을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조성된 론스타 펀드 4는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이크 톰슨/론스타 법무 부사장 : "이 문제 때문에 아직도 존재하죠. 펀드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선 ISD가 해결돼야 합니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협상을 제안하는 의도를 묻자 최종 판정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정부 때 제안이 타협이었다면 이번 제안은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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