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공정 판정 의심되지만 정부 불리”…‘ICC 중재결정문’ 분석해 보니

입력 2020.06.26 (21:18) 수정 2020.06.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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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론스타와 한국 정부 사이의 47억 달러 분쟁, 일명 ISD 다시 정리해 봅니다.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파는 협상과정을 두고 론스타는 '한국 금융당국이 개입했다’, 정부와 하나금융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론스타는 정부가 개입한 게 아니라면 하나금융이 자신들을 속인 거라며 하나금융을 상대로 다른 분쟁을 국제상공회의소 ICC에 제기했고, 결과는 론스타의 패소였습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이 패소를 근거로 한국 정부와의 분쟁에서는 이길 거라고 자신하면서, 한국 정부에 협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밀이라며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는 이 ICC 분쟁의 중재결정문을 단독입수해 전문가들과 분석했고, 잠정적으로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째, ICC 중재 판정이 공정했는가?

뭔가 이상하다. 그러나 공정 여부를 따지기에는 이미 늦었다.

둘째, ICC의 결정으로 ISD에서 한국 정부가 불리해 진 게 맞다는 겁니다.

중재결정문의 내용을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분쟁, 이후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분쟁을 또 제기합니다.

당시 하나금융 사람들은 이겼지만 이긴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론스타가 무리하게 우리를 걸고넘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ICC) 결정문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게, 본 적이 없어요."]

KBS가 입수한 ICC 중재판정부의 결정문입니다.

결론 부분에서 판정부는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하나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론스타 주장과 론스타를 속인 적 없다는 하나의 주장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제3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당시 금융당국이 개입했고 하나는 그런 상황을 사실대로 론스타에 전달했을 가능성입니다.

판정부는 이 세 번째가 사실이라고 판단, 하나가 속였다는 론스타의 주장을 배척했던 겁니다.

[ICC 중재결정문 중 일부/음성대독 : "결론적으로, 본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설명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하나금융의 신청을 금융위원회가 승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각가격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나금융 대표들이 론스타 대표들에게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그것이 당시 금융위원회의 실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의견을 들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정부가 때린 거라고 이야기한다는데, 그럼 '나는 억울합니다'라고 말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었는지 좀 의아스러운 이례적인 판정이다."]

ISD에서 증언했던 사람들이 ICC 분쟁에도 출석합니다.

론스타는 분쟁을 제기한 당초 취지와 달리 금융당국 개입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ICC 중재 심문/음성대독 :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융위원회가 지시했습니다."]

[중재위원 : "어떻게 알죠?"]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 : "하나금융 관계자들이 몇 번 저희에게 말해줬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 거래에 항상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하나 증인들은 금융당국 개입 여부에 대해 일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ICC 중재 심문/음성대독 : "다시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미화 1억 달러라면, 한 주당 500원이거나 500원 미만일 것입니다. 민간단체, 정계가 더 강력히 반발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압박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와 금융당국 사이에 외환은행 인수 가격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재결정문 일부/음성대역 : "김승유 회장과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 거래가격에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논의했고,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신청을 승인하는 대가로서, 매각가격을 감액하도록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판정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을 이유로 금융위가 승인하지 않은 것도 론스타의 손을 들었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대한민국 정부의 지연행위로 인한 손해라는 것이 적어도 이 ICC 판정문에 의하면 사실관계 확정이 되어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 결론이 론스타와 한국 정부 분쟁에서 론스타가 정부를 공격하는 핵심 논리와 같다는 겁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정부에 불리하다는 분석입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나는 슬픔이 있다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두 번째로 그 슬픔의 주인공은 한국 정부다는 이런 것을 얻었고, 이것은 론스타가 이 중재 재판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제기했던 ISD, 한국 정부와의 ISD에 굉장히 유리한 증거가 되겠죠."]

ICC의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론스타는 바로 다음 달 이 결정문을 정부 상대 분쟁에 제출했고 현재 증거로 채택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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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공정 판정 의심되지만 정부 불리”…‘ICC 중재결정문’ 분석해 보니
    • 입력 2020-06-26 21:29:02
    • 수정2020-06-26 22: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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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론스타와 한국 정부 사이의 47억 달러 분쟁, 일명 ISD 다시 정리해 봅니다.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파는 협상과정을 두고 론스타는 '한국 금융당국이 개입했다’, 정부와 하나금융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론스타는 정부가 개입한 게 아니라면 하나금융이 자신들을 속인 거라며 하나금융을 상대로 다른 분쟁을 국제상공회의소 ICC에 제기했고, 결과는 론스타의 패소였습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이 패소를 근거로 한국 정부와의 분쟁에서는 이길 거라고 자신하면서, 한국 정부에 협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밀이라며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는 이 ICC 분쟁의 중재결정문을 단독입수해 전문가들과 분석했고, 잠정적으로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째, ICC 중재 판정이 공정했는가?

뭔가 이상하다. 그러나 공정 여부를 따지기에는 이미 늦었다.

둘째, ICC의 결정으로 ISD에서 한국 정부가 불리해 진 게 맞다는 겁니다.

중재결정문의 내용을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분쟁, 이후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분쟁을 또 제기합니다.

당시 하나금융 사람들은 이겼지만 이긴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론스타가 무리하게 우리를 걸고넘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ICC) 결정문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게, 본 적이 없어요."]

KBS가 입수한 ICC 중재판정부의 결정문입니다.

결론 부분에서 판정부는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하나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론스타 주장과 론스타를 속인 적 없다는 하나의 주장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제3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당시 금융당국이 개입했고 하나는 그런 상황을 사실대로 론스타에 전달했을 가능성입니다.

판정부는 이 세 번째가 사실이라고 판단, 하나가 속였다는 론스타의 주장을 배척했던 겁니다.

[ICC 중재결정문 중 일부/음성대독 : "결론적으로, 본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설명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하나금융의 신청을 금융위원회가 승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각가격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나금융 대표들이 론스타 대표들에게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그것이 당시 금융위원회의 실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의견을 들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 정부가 때린 거라고 이야기한다는데, 그럼 '나는 억울합니다'라고 말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었는지 좀 의아스러운 이례적인 판정이다."]

ISD에서 증언했던 사람들이 ICC 분쟁에도 출석합니다.

론스타는 분쟁을 제기한 당초 취지와 달리 금융당국 개입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ICC 중재 심문/음성대독 :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융위원회가 지시했습니다."]

[중재위원 : "어떻게 알죠?"]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 : "하나금융 관계자들이 몇 번 저희에게 말해줬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 거래에 항상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하나 증인들은 금융당국 개입 여부에 대해 일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ICC 중재 심문/음성대독 : "다시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미화 1억 달러라면, 한 주당 500원이거나 500원 미만일 것입니다. 민간단체, 정계가 더 강력히 반발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압박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와 금융당국 사이에 외환은행 인수 가격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재결정문 일부/음성대역 : "김승유 회장과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 거래가격에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논의했고,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신청을 승인하는 대가로서, 매각가격을 감액하도록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판정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을 이유로 금융위가 승인하지 않은 것도 론스타의 손을 들었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대한민국 정부의 지연행위로 인한 손해라는 것이 적어도 이 ICC 판정문에 의하면 사실관계 확정이 되어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 결론이 론스타와 한국 정부 분쟁에서 론스타가 정부를 공격하는 핵심 논리와 같다는 겁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정부에 불리하다는 분석입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나는 슬픔이 있다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두 번째로 그 슬픔의 주인공은 한국 정부다는 이런 것을 얻었고, 이것은 론스타가 이 중재 재판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제기했던 ISD, 한국 정부와의 ISD에 굉장히 유리한 증거가 되겠죠."]

ICC의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론스타는 바로 다음 달 이 결정문을 정부 상대 분쟁에 제출했고 현재 증거로 채택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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