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박원순 성추행’ 의혹…공소권 없어 이대로 끝?

입력 2020.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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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이후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주하기 힘든, 그러나 어떤 이에게 절실한 외침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고 종결합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일방의 주장과 한정된 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해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증거로 사실관계를 밝혀내도 기소하거나 처벌할 피의자가 없기 때문이죠.

수사의 실효성을 따진 건데, 매번 이런 이유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13일 기자회견장에서 "형사 고소를 더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이대로 묻힐 수밖에 없는 걸까요?


추가 고소할 경우 관련 수사 진행 가능성 있어.

수사기관은 고소인 A씨가 지난 8일 접수한 성추행 고소 건을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나 관련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나 공무원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진실 규명을 방해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긴 힘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의자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이 정범이고 서울시나 공무원이 종범이 되는 상황인데 정범이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을지, 또 정범의 행위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지는 법리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이라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어제(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추행 사실을 묵살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흘러들어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고위 공무원이나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여된 중요사건을 규정에 따라 상급 기관에 보고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인 서울시는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41조를 보면, "공무원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한 경우에는…해당 공무원의 소속기관의 장에게 통지"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수사가 시작됐을 때 통지하는 규정입니다. 박 시장의 의혹은 고소인이 경찰 조사를 보안 속에 받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서혜진 인권이사는 "수사기관의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고소인 A 씨 측은 위 문제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게 한계가 있다면 민사사건으로 다루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소인이 성추행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죠. 민사법원이 손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물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 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니어도 조사할 방법은 있다

고소인 측은 서울시청 내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가 자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진상조사를 벌일지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각계의 진상규명 요구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주목됩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박 시장 사망과 무관하게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은 지난 12일 인권위에 박 시장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권민식 사준모 대표는 "(박 시장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불가능한 이상 인권위가 사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인권위가 서울시에 구제조치 이행과 제도개선, 책임자에 대해 징계권고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진정 사건이 조사 대상인지를 검토한 후 조사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국회 차원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나 진상조사도 가능합니다.
고소인 측은 경찰청과 서울시, 정부와 정당, 국회 모두에게 책임 있는 대답을 촉구하며 다음 주 추가 기자회견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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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박원순 성추행’ 의혹…공소권 없어 이대로 끝?
    • 입력 2020-07-15 05:00:23
    팩트체크K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이후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주하기 힘든, 그러나 어떤 이에게 절실한 외침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고 종결합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일방의 주장과 한정된 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해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증거로 사실관계를 밝혀내도 기소하거나 처벌할 피의자가 없기 때문이죠.

수사의 실효성을 따진 건데, 매번 이런 이유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13일 기자회견장에서 "형사 고소를 더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이대로 묻힐 수밖에 없는 걸까요?


추가 고소할 경우 관련 수사 진행 가능성 있어.

수사기관은 고소인 A씨가 지난 8일 접수한 성추행 고소 건을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나 관련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나 공무원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진실 규명을 방해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긴 힘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의자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이 정범이고 서울시나 공무원이 종범이 되는 상황인데 정범이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을지, 또 정범의 행위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지는 법리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이라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어제(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추행 사실을 묵살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흘러들어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고위 공무원이나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여된 중요사건을 규정에 따라 상급 기관에 보고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인 서울시는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41조를 보면, "공무원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한 경우에는…해당 공무원의 소속기관의 장에게 통지"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수사가 시작됐을 때 통지하는 규정입니다. 박 시장의 의혹은 고소인이 경찰 조사를 보안 속에 받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서혜진 인권이사는 "수사기관의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고소인 A 씨 측은 위 문제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게 한계가 있다면 민사사건으로 다루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소인이 성추행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죠. 민사법원이 손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물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 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니어도 조사할 방법은 있다

고소인 측은 서울시청 내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가 자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진상조사를 벌일지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각계의 진상규명 요구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주목됩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박 시장 사망과 무관하게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은 지난 12일 인권위에 박 시장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권민식 사준모 대표는 "(박 시장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불가능한 이상 인권위가 사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인권위가 서울시에 구제조치 이행과 제도개선, 책임자에 대해 징계권고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진정 사건이 조사 대상인지를 검토한 후 조사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국회 차원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나 진상조사도 가능합니다.
고소인 측은 경찰청과 서울시, 정부와 정당, 국회 모두에게 책임 있는 대답을 촉구하며 다음 주 추가 기자회견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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