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

입력 2020.07.25 (07:00) 수정 2020.07.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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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포렌식 담당자·문서 감정관 등판…'표창장 의혹' 밝힐 최종병기?

벌써 중반부를 넘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던 의혹이 있습니다. 바로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입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큰 논란이 됐고 정 교수가 처음 기소된 혐의인 만큼, 많은 분이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3번째 공판에서도 쟁점은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는 대검찰청 직원들이 나왔는데요. 총장직인 파일이 발견됐던 정 교수의 동양대 PC를 포렌식한 이 모 씨, 그리고 위조 의혹을 받는 표창장과 상장들에 대한 문서 감정을 한 윤 모 씨는 각자의 분석 결과를 법정에서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의 분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문제의 문서들은 '위조된 게 맞다'라는 겁니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를 동원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검찰은 본격적인 증인신문 전 표창장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을 표한 재판부에 "오늘 신문사항에 다 포함돼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검찰의 '최종병기' 증인들은 재판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요?

■ 정경심의 3시간, PC는 알고 있다

먼저 증인으로 나온 건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에서 포렌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씨입니다. 이 씨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의 PC 2대를 직접 포렌식해, 각종 파일과 작업 내역을 들여다본 인물인데요. 가장 주목되는 건 2013년 6월 16일, 그러니까 조민 씨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서류를 내기 이틀 전의 사용 흔적입니다.

포렌식 결과, 해당 PC 가운데 한 대에서 나타난 이 날 오후 2시 23분부터 5시 30분까지 3시간가량의 행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14:23) '직인.jpg'(동양대 어학교육원장 직인) 파일 내려받기
② (14:25) 조민 '인턴쉽확인서(호텔)' 열람
③ (14:57) USB 꼽아, '조민kist확인서(최종)' 열람
④ (15:53) '조민자기소개서 2013-6-16.hwp' 수정해서 저장
⑤ (16:20) '총장님 직인.png'(동양대 총장직인) 파일 '내 그림' 폴더에 저장
⑥ (16:40) '문서2.docx'(아들 상장) 열람
⑦ (16:46) '총장님 직인.jpg'(동양대 총장직인) 파일 생성
⑧ (16:58) '조민표창장2012-2.pdf' 수정해서 저장 (상장 내용 작성, 총장직인 삽입, 일련번호 수정)
⑨ (17:21) '연구활동 확인서-조민 2013.hwt' 수정해서 저장
⑩ (17:30) 단국대 인턴쉽 확인서 열람


검찰은 이 모든 과정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종 완성된 표창장 파일을 마우스로 드래그해보면, 하단의 최성해 총장 이름과 직인 부분만 '블록 처리'가 되는데 이는 이미지를 따로 갖다 붙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도 직인 부분의 '개체 설명문'을 열어보면, 실제로 아들 조 씨의 상장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크기에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픽셀값이 같다고도 부연했죠. 정 교수가 표창장 파일을 수정하면서 일련번호를 바꾸고, '자원봉사상'에서 '최우수봉사상'으로 이름을 수정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정경심, 본인 경력증명서에도 '도장 붙여넣기'?

포렌식 결과를 하나하나 톺아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증거도 법정에 제시됐습니다. 바로 정경심 교수가 과거 자신의 경력증명서도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건데요.


PC 포렌식 결과, 정 교수가 회사에서 1985년 3월부터 1988년 8월까지 3년 5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기재됐던 경력증명서 원본을 1985년 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모두 8년 2개월 근무한 것으로 수정한 뒤 하단의 직인을 이미지 파일로 옮겨 붙인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이는 조민 씨 표창장을 위조한 방식과 유사하지 않으냐"고 묻는 검사에게, 이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조 씨 표창장 위조 혐의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 표창장 확대하니 나타난 '번짐 현상'…위조 증거될까

오후에 증인으로 나온 윤 씨는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의 감정관입니다. 조민 씨가 부산대와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했던 표창장 사본에 찍힌 직인과 진짜 총장직인을 직접 비교해 분석했던 인물이죠. 조 씨 표창장의 직인이 정말 정 교수 아들의 상장에서 오려 붙인 직인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우선 윤 씨는 조 씨가 서울대 의전원과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했던 표창장 사본의 직인과 진짜 직인은 크기나 형태 면에서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가 제출한 두 표창장 사본의 직인은 완전히 동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민 씨 표창장 하단과 남동생 조 씨 상장 하단이 간격과 기울기, 전체적 배치 형태 등에서 유사하다며 '하나의 원본'에서 파생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윤 씨가 주목한 건 '흠점'들입니다. 조 씨 표창장 하단의 글자를 확대하면 다른 상장이나 심지어 조 씨 표창장 상단의 글자들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미세한 흠점이나 번짐 현상이 관찰된다는 겁니다. 다른 학생들의 상장과 달리, 상장의 위아래 부분이 각각 해상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직인 부분을 오려 붙인 것이라고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 보이는데 어떻냐"고 묻자, 윤 씨는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

■ 정경심 측 "검찰의 확증편향…PC 자체가 위법 수집 증거"

이날 포렌식 담당자 이 씨에 대해서는 정 교수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에서 최근 이 씨의 추가 포렌식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변호인이 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반박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인데요. 이 씨는 오는 8월 20일에 다시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이 애초 보고서에서 오류를 발견하자 추가 보고서를 내면서 수정해가는 것 아니냐며, 모순점이 나타날 때마다 상황을 살펴보고 고치는 방식으로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정 교수 측 주장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거기에 대해 추가 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죠.

변호인은 또, 앞으로 이어질 반대신문에서 정 교수의 논리를 제대로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신문을 보면, 검찰이 '가설'을 세워놓고 포렌식 결과를 통해 하나하나 맞춰가고 있다는 건데요. '확증편향'이 자꾸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고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스스로 밝혔듯 해당 PC가 정 교수 가족의 PC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동양대 조교를 통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부터 잘못 수집된 증거니, 증거능력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 "'가르'는 누구 겁니까"…정경심 아들, 수상자가 된 이유는?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으로는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나왔습니다. 장 교수는 정 교수와 같은 교양학부 소속으로,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을 반박하며 정 교수 손을 들어준 인물입니다.

법정에서도 역시 조민 씨가 '2012년 여름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동료 교수한테서 들었다며, 조 씨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봉사활동을 한 게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요. 검찰은 실제로 그해 여름엔 프로그램이 폐강돼 봉사활동을 하려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있는 정 교수 아들 의혹도 '간접 증거'로서 이날 재판에서 다뤄졌는데요. 특히 아들 조 씨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부분이 문제가 됐습니다.

수료식이 있던 2013년 6월 1일 이전에 이미 수상자 4명이 정해져 상장이 미리 준비돼있었는데, 명단에 없던 아들 조 씨가 갑작스럽게 상을 받게 됐다는 겁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수강 후기는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올라왔는데 하나는 엄마인 정 교수의 강의, 또 다른 하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강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장 교수는 "그렇게 글을 올린 학생이 없었다"라며, 이를 보고 수료식이 있던 날 아침에 조 씨에게 상을 주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글을 올린 '가르'의 회원정보를 살펴보니 50대 여성으로 확인됐고, 한영외고 학부모 카페에서 본인을 '조 씨 엄마'라고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혹에 대한 진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서 마저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2주간은 법원 휴정기로 정 교수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3일에 열릴 텐데요. 이어지는 [법원의 시간]에서도 재판 내용 충실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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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의 시간]㉟ 정경심 ‘표창장 의혹’ 최종병기 등장…PC는 알고 있다
    • 입력 2020-07-25 07:00:45
    • 수정2020-07-25 08:59:27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포렌식 담당자·문서 감정관 등판…'표창장 의혹' 밝힐 최종병기?

벌써 중반부를 넘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던 의혹이 있습니다. 바로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입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큰 논란이 됐고 정 교수가 처음 기소된 혐의인 만큼, 많은 분이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3번째 공판에서도 쟁점은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는 대검찰청 직원들이 나왔는데요. 총장직인 파일이 발견됐던 정 교수의 동양대 PC를 포렌식한 이 모 씨, 그리고 위조 의혹을 받는 표창장과 상장들에 대한 문서 감정을 한 윤 모 씨는 각자의 분석 결과를 법정에서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의 분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문제의 문서들은 '위조된 게 맞다'라는 겁니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를 동원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검찰은 본격적인 증인신문 전 표창장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을 표한 재판부에 "오늘 신문사항에 다 포함돼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검찰의 '최종병기' 증인들은 재판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요?

■ 정경심의 3시간, PC는 알고 있다

먼저 증인으로 나온 건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에서 포렌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씨입니다. 이 씨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의 PC 2대를 직접 포렌식해, 각종 파일과 작업 내역을 들여다본 인물인데요. 가장 주목되는 건 2013년 6월 16일, 그러니까 조민 씨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서류를 내기 이틀 전의 사용 흔적입니다.

포렌식 결과, 해당 PC 가운데 한 대에서 나타난 이 날 오후 2시 23분부터 5시 30분까지 3시간가량의 행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14:23) '직인.jpg'(동양대 어학교육원장 직인) 파일 내려받기
② (14:25) 조민 '인턴쉽확인서(호텔)' 열람
③ (14:57) USB 꼽아, '조민kist확인서(최종)' 열람
④ (15:53) '조민자기소개서 2013-6-16.hwp' 수정해서 저장
⑤ (16:20) '총장님 직인.png'(동양대 총장직인) 파일 '내 그림' 폴더에 저장
⑥ (16:40) '문서2.docx'(아들 상장) 열람
⑦ (16:46) '총장님 직인.jpg'(동양대 총장직인) 파일 생성
⑧ (16:58) '조민표창장2012-2.pdf' 수정해서 저장 (상장 내용 작성, 총장직인 삽입, 일련번호 수정)
⑨ (17:21) '연구활동 확인서-조민 2013.hwt' 수정해서 저장
⑩ (17:30) 단국대 인턴쉽 확인서 열람


검찰은 이 모든 과정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종 완성된 표창장 파일을 마우스로 드래그해보면, 하단의 최성해 총장 이름과 직인 부분만 '블록 처리'가 되는데 이는 이미지를 따로 갖다 붙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도 직인 부분의 '개체 설명문'을 열어보면, 실제로 아들 조 씨의 상장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총장님 직인.jpg' 파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크기에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픽셀값이 같다고도 부연했죠. 정 교수가 표창장 파일을 수정하면서 일련번호를 바꾸고, '자원봉사상'에서 '최우수봉사상'으로 이름을 수정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정경심, 본인 경력증명서에도 '도장 붙여넣기'?

포렌식 결과를 하나하나 톺아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증거도 법정에 제시됐습니다. 바로 정경심 교수가 과거 자신의 경력증명서도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건데요.


PC 포렌식 결과, 정 교수가 회사에서 1985년 3월부터 1988년 8월까지 3년 5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기재됐던 경력증명서 원본을 1985년 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모두 8년 2개월 근무한 것으로 수정한 뒤 하단의 직인을 이미지 파일로 옮겨 붙인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이는 조민 씨 표창장을 위조한 방식과 유사하지 않으냐"고 묻는 검사에게, 이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조 씨 표창장 위조 혐의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 표창장 확대하니 나타난 '번짐 현상'…위조 증거될까

오후에 증인으로 나온 윤 씨는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의 감정관입니다. 조민 씨가 부산대와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했던 표창장 사본에 찍힌 직인과 진짜 총장직인을 직접 비교해 분석했던 인물이죠. 조 씨 표창장의 직인이 정말 정 교수 아들의 상장에서 오려 붙인 직인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우선 윤 씨는 조 씨가 서울대 의전원과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했던 표창장 사본의 직인과 진짜 직인은 크기나 형태 면에서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가 제출한 두 표창장 사본의 직인은 완전히 동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민 씨 표창장 하단과 남동생 조 씨 상장 하단이 간격과 기울기, 전체적 배치 형태 등에서 유사하다며 '하나의 원본'에서 파생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윤 씨가 주목한 건 '흠점'들입니다. 조 씨 표창장 하단의 글자를 확대하면 다른 상장이나 심지어 조 씨 표창장 상단의 글자들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미세한 흠점이나 번짐 현상이 관찰된다는 겁니다. 다른 학생들의 상장과 달리, 상장의 위아래 부분이 각각 해상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직인 부분을 오려 붙인 것이라고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 보이는데 어떻냐"고 묻자, 윤 씨는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

■ 정경심 측 "검찰의 확증편향…PC 자체가 위법 수집 증거"

이날 포렌식 담당자 이 씨에 대해서는 정 교수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에서 최근 이 씨의 추가 포렌식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변호인이 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반박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인데요. 이 씨는 오는 8월 20일에 다시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이 애초 보고서에서 오류를 발견하자 추가 보고서를 내면서 수정해가는 것 아니냐며, 모순점이 나타날 때마다 상황을 살펴보고 고치는 방식으로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정 교수 측 주장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거기에 대해 추가 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죠.

변호인은 또, 앞으로 이어질 반대신문에서 정 교수의 논리를 제대로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신문을 보면, 검찰이 '가설'을 세워놓고 포렌식 결과를 통해 하나하나 맞춰가고 있다는 건데요. '확증편향'이 자꾸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고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스스로 밝혔듯 해당 PC가 정 교수 가족의 PC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동양대 조교를 통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부터 잘못 수집된 증거니, 증거능력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 "'가르'는 누구 겁니까"…정경심 아들, 수상자가 된 이유는?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으로는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나왔습니다. 장 교수는 정 교수와 같은 교양학부 소속으로,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을 반박하며 정 교수 손을 들어준 인물입니다.

법정에서도 역시 조민 씨가 '2012년 여름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동료 교수한테서 들었다며, 조 씨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봉사활동을 한 게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요. 검찰은 실제로 그해 여름엔 프로그램이 폐강돼 봉사활동을 하려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있는 정 교수 아들 의혹도 '간접 증거'로서 이날 재판에서 다뤄졌는데요. 특히 아들 조 씨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논증과 비평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부분이 문제가 됐습니다.

수료식이 있던 2013년 6월 1일 이전에 이미 수상자 4명이 정해져 상장이 미리 준비돼있었는데, 명단에 없던 아들 조 씨가 갑작스럽게 상을 받게 됐다는 겁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수료식 전날 밤, 조 씨가 온라인 카페에 2개의 수강 후기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수강 후기는 '가르'라는 닉네임으로 올라왔는데 하나는 엄마인 정 교수의 강의, 또 다른 하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강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장 교수는 "그렇게 글을 올린 학생이 없었다"라며, 이를 보고 수료식이 있던 날 아침에 조 씨에게 상을 주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글을 올린 '가르'의 회원정보를 살펴보니 50대 여성으로 확인됐고, 한영외고 학부모 카페에서 본인을 '조 씨 엄마'라고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혹에 대한 진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서 마저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2주간은 법원 휴정기로 정 교수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3일에 열릴 텐데요. 이어지는 [법원의 시간]에서도 재판 내용 충실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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