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UAE 화성 탐사선은 왜 일본 발사체를 선택했을까?

입력 2020.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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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달과 화성에 관한 탐사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통신사인 WAM이 최근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20일 화성 탐사선 '아말'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축하의 뜻을 전하며 관련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해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고, 올해는 수교 40주년인 데다 원자력발전과 군사 분야, 농업기술 부문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선의 발사를 축하하며 협력을 제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으면서 머리 한 곳에서는 질문 하나가 계속 맴돕니다. "그런데 왜 아랍에미리트는 화성 탐사선 발사체로 일본 로켓을 선택했을까?"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은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입니다. '아말'은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이 탐사선은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는데, 발사체로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로켓 H-IIA가 사용됐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화성 탐사선의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는 미국 연구진과 협력했으니 발사체도 미국을 택하는 게 자연스러울 듯한데, 왜 일본 로켓으로 결정했을까요?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과 화성탐사선을 발사하는 로켓은 기본 원리는 같지만 성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발사체가 지구를 탈출하려면 제1우주속도 비행으로 가능하지만,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려면 제2우주속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이 제2우주속도를 구현하는 발사체를 보유한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와 인도, 일본 등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보다 안정적으로 화성 탐사선을 보내려면 가급적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시기를 노려야 하는데, 이 주기가 2년에 한 번 정도의 주기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미 NASA가 화성에 착륙시킬 퍼서비어런스 탐사 장비의 모습미 NASA가 화성에 착륙시킬 퍼서비어런스 탐사 장비의 모습

이 때문에 각국은 이 시기에 맞춰 화성 탐사선을 쏘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중국이 23일 화성 탐사선 톈윈 1호를 발사했고, 미 항공우주국 NASA도 조만간 퍼서비어런스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 탐사선은 개발했지만, 발사체는 보유하지 못한 아랍에미리트는, 반대로 발사체는 있지만 화성 탐사선은 없는 일본을 파트너로 선택하게 된 겁니다. 일본으로서는 우주 경쟁에 자국 로켓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 가급적 싼 값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적도와 가까워서 기술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랍에미리트는 2009년과 2013년 한국 위성업체에 소형 과학위성을 주문 제작해 발사했고, 2018년에는 한국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공동개발한 정찰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했는데, 이 칼리파샛 역시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 H-IIA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그러니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이 일본 발사체를 사용한 건 기술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선택일 뿐입니다.

2018년 UAE의 정찰 위성 ‘칼리파샛’이 발사되는 모습2018년 UAE의 정찰 위성 ‘칼리파샛’이 발사되는 모습

사실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이 일본 로켓에 실려 발사됐는데, 이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에 우주 탐사 협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는 기사를 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갸우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단순한 축하의 뜻을 전하는 외교적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위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취하는 게 외교라면 탐사 협력 제안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가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 자국 발사체에 자국 탐사선을 실어 올릴 수 있는 날을 맞이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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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UAE 화성 탐사선은 왜 일본 발사체를 선택했을까?
    • 입력 2020-07-26 09:00:11
    특파원 리포트
"한국이 달과 화성에 관한 탐사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통신사인 WAM이 최근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20일 화성 탐사선 '아말'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축하의 뜻을 전하며 관련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해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고, 올해는 수교 40주년인 데다 원자력발전과 군사 분야, 농업기술 부문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선의 발사를 축하하며 협력을 제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으면서 머리 한 곳에서는 질문 하나가 계속 맴돕니다. "그런데 왜 아랍에미리트는 화성 탐사선 발사체로 일본 로켓을 선택했을까?"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은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입니다. '아말'은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이 탐사선은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는데, 발사체로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로켓 H-IIA가 사용됐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화성 탐사선의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는 미국 연구진과 협력했으니 발사체도 미국을 택하는 게 자연스러울 듯한데, 왜 일본 로켓으로 결정했을까요?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과 화성탐사선을 발사하는 로켓은 기본 원리는 같지만 성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발사체가 지구를 탈출하려면 제1우주속도 비행으로 가능하지만,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려면 제2우주속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이 제2우주속도를 구현하는 발사체를 보유한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와 인도, 일본 등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보다 안정적으로 화성 탐사선을 보내려면 가급적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시기를 노려야 하는데, 이 주기가 2년에 한 번 정도의 주기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미 NASA가 화성에 착륙시킬 퍼서비어런스 탐사 장비의 모습
이 때문에 각국은 이 시기에 맞춰 화성 탐사선을 쏘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중국이 23일 화성 탐사선 톈윈 1호를 발사했고, 미 항공우주국 NASA도 조만간 퍼서비어런스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 탐사선은 개발했지만, 발사체는 보유하지 못한 아랍에미리트는, 반대로 발사체는 있지만 화성 탐사선은 없는 일본을 파트너로 선택하게 된 겁니다. 일본으로서는 우주 경쟁에 자국 로켓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 가급적 싼 값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적도와 가까워서 기술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랍에미리트는 2009년과 2013년 한국 위성업체에 소형 과학위성을 주문 제작해 발사했고, 2018년에는 한국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공동개발한 정찰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했는데, 이 칼리파샛 역시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 H-IIA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그러니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이 일본 발사체를 사용한 건 기술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선택일 뿐입니다.

2018년 UAE의 정찰 위성 ‘칼리파샛’이 발사되는 모습
사실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이 일본 로켓에 실려 발사됐는데, 이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에 우주 탐사 협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는 기사를 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갸우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단순한 축하의 뜻을 전하는 외교적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위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취하는 게 외교라면 탐사 협력 제안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가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 자국 발사체에 자국 탐사선을 실어 올릴 수 있는 날을 맞이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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