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속옷 차림 시찰…김정은식 ‘수해 정치’

입력 2020.09.19 (08:54) 수정 2020.09.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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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저희 남북의 창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청 바랍니다.

오늘 주요 소식 먼저 보시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부터 태풍, 홍수 피해 현장을 연이어 찾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10일 당 창건기념일을 축제로 맞겠다.

이런 구상으로 보이는데요.

속옷 차림으로 민생을 살피는가 하면, 수해 복구 작업을 가장 먼저 끝낸 황해북도 마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본보기로 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농촌지역 살림집 모습이 속속들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푸른 벼가 넘실대는 평야 옆으로 붉은 지붕 집 수십 채가 나란히 들어섰습니다.

지난달 연이은 폭우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강북리인데, 인민군이 급파돼 복구 작업이 진행된 곳입니다.

김 위원장은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복구를 맡은 인민군대를 치하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보기에도 처참하기 그지없던 농촌 마을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흔적도 없이 털어버릴 수도 있는가,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만 같다고 하시면서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은 건 지난 12일 황해북도 은파군 지역을 현지 지도한 지 사훌 만입니다.

속옷 차림으로 침수된 논의 벼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새로 짓고 있는 집들도 둘러봤습니다.

[김충명/인민군 군인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저의 작업 모습을 보아주셨습니다. 그때 난 미장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감격에 겨워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젓갈 공장을 시찰할 때도 인민복 상의를 벗어 리설주 여사에게 맡기고 속옷 차림으로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속옷 차림의 현지 지도 모습을 자주 노출한 바 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속옷 차림으로 인민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빨리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인민들도 힘을 내라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죠. 지도자가 인민 속으로 들어가야 그래야 어려움 속에서도 인민들이 지도자를 믿고 당을 더 잘 믿게 된다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김 위원장은 지난달부터 황해도, 함경도의 태풍 피해 현장을 연이어 찾고 있습니다.

민생 피해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복구가 빠르게 마무리된 곳을 찾음으로써 성과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는 평양 노동당원 만 2천 명을 보내 복구 중인 함경도 지역 상황도 연일 전하고 있습니다.

[강철성/력포구역대대 참모장 : "우리 대대는 공사 일정을 거의 하루 앞당기고 있습니다. 기와 생산도 지금 마감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수해 복구를 통해 체제 선전과 주민 결속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선경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끔히 복구된 황해북도 마을을 가리켜 표현한 말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태풍 피해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 바뀐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요.

특히 ‘문화주택’이라 불리는 북한 농촌의 살림집 내외부가 상세히 공개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붉은색 지붕의 단층과 복층으로 지어진 건물 50여 동이 빼곡히 모여 있습니다. 마치 짜 맞춘듯 네모반듯한 모습.

작업반 단위로 모여 사는 북한 농촌 근로자들의 집단 주택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김 위원장이 향한 곳은 한 다층 건물.

거실 층고부터 아궁이까지 살뜰히 돌아본 김 위원장이 만족한 듯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조선중앙TV : "깨끗하면서도 아담하게, 안팎으로 손색이 없이 잘 건설됐다고 거듭 높이 평가하셨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주택이 농민이 아닌 일반 근로자들을 위한 집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공업 : "근로자는 보건 의사라든가 간호사라든가 뭐 학교 선생님이라든가 이런 분들은 텃밭이 굳이 없어도 즉시즉시 공급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 같은 경우는 아마 다층 살림집에 거주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이 되고..."]

농민들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단층 살림집입니다.

다층집과 가장 구별된 점은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마당 전체를 텃밭으로 꾸민 겁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 "텃밭의 규모가 약간 다른 거를 볼 수가 있어요. 3인이나 6인이나 텃밭을 똑같이 주면 불만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40평 내 이하에서 가족 수가 제일 많은 세대는 조금 더 40평에 꽉 채워서 주고 그것보다 적은 세대는 그것보다 좀 못 미치게 주고 이런 식으로 배치하지 않았을까..."]

은파군의 800여 세대 주택들도 건물이 완공되기 전부터 텃밭을 만들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마당엔 수동 물펌프 등 재래식 수도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추측되는 구덩이도 눈에 띕니다.

북한에선 이러한 주택을 ‘농촌 문화주택’이라 부르는데, 1960년대 초부터 추진한 농업 협동화에 맞춰 농촌 취락들을 집단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문화주택은 부엌과 방, 창고 등 설계가 규격화되어 있는 것은 물론, 살림집뿐만 아니라 문화회관, 탁아소, 학교 등 일종의 편의 시설들도 함께 들어선 것이 특징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사회주의 농촌은 모든 농민들의 건강과 행복과 삶의 질을 최고조로 높이는데 기여하는 문화다라는 거죠. 그래서 서로 남는 것은 나눠먹고 고통도 함께하고 어려움도 함께하고 그러면서 행복감을 높이는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는 거예요."]

주택에 사회주의 생활을 배합한 문화주택은, 도시의 고층 아파트와 더불어 주거 시설의 집단화를 통해 편의를 높이려는 북한 주택정책의 산물로 평가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함경북도의 한 농장을 찾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농촌 마을의 본보기를 다시 수립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9년 10월 : "10여 년 전에 건설한 미곡협동농장 마을이 지금에 와서도 농촌 문화주택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고, 헐어빠진 집을 마스기(부수기) 전에 먼저 일군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러한 낡은 사상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적한 미곡협동농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대 모범 농장으로 평가받던 곳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직접 이곳을 찾으며 ‘전국 농촌의 본보기’라고 선전했지만, 시대가 변화한 만큼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겁니다.

농촌의 혁신과 변화를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은 농촌문화주택 건설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과 부엌이 일자형이었던 단조로운 주택 구조를 탈피하는가 하면, 재래식 화장실이 주택 안쪽으로 들어오는 등의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 "이렇게 조금 더 모여서 살 때는 공동 화장실이라고 그래가지고 뭐 10개면 10개 이렇게 있어서 남자 10칸 여자 10칸 이래서 그 주변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스로 연결해서 메탄가스 저장 장치를 곧바로 들어가게 만들고, 가스 생산해서 자체로 열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마치 1960~70년대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북한의 농촌 문화주택.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본보기 건설이 북한 전체 경제 발전 계획, 나아가 김 위원장의 통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특히 북한처럼 외화난이라든지 경제난 때문에 재정이 충분치 않는 나라는 국가가 특정 마을만 본보기로 만드는 거예요. 성공 케이스로 만들어 놓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마을 다른 도시들이 이걸 따라서 모방해서 비슷하게 건설하라 이거에요. 비록 제한적인 리더십이긴 하지만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줌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던 불안한 민심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런 결과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이 전쟁 없는 한반도를 약속하며 평양에서 손을 맞잡은 지 어느덧 2주년이 됐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찾아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들을 둘러봤는데요.

남북 정상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9.19 공동선언 2주년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남북 정상이 심은 기념수 앞에 선 이 장관은 취임 때부터 이야기했던 ‘작은 접근’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유감스럽지만,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합니다."]

또,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북측도 이행에 화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핵 협의 채널이 복원되고 또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길 희망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 지역인 판문각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쌍안경을 들고 나와 이 장관을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였고, 이 장관도 북측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 달 반 새 태풍 피해지역을 다섯 차례나 방문하며 즉각, 더 좋게 복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재난 복구 정치는 제재와 코로나, 태풍 등 삼중고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으려는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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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속옷 차림 시찰…김정은식 ‘수해 정치’
    • 입력 2020-09-19 08:54:43
    • 수정2020-09-19 09:32:34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저희 남북의 창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청 바랍니다.

오늘 주요 소식 먼저 보시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부터 태풍, 홍수 피해 현장을 연이어 찾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10일 당 창건기념일을 축제로 맞겠다.

이런 구상으로 보이는데요.

속옷 차림으로 민생을 살피는가 하면, 수해 복구 작업을 가장 먼저 끝낸 황해북도 마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본보기로 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농촌지역 살림집 모습이 속속들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푸른 벼가 넘실대는 평야 옆으로 붉은 지붕 집 수십 채가 나란히 들어섰습니다.

지난달 연이은 폭우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강북리인데, 인민군이 급파돼 복구 작업이 진행된 곳입니다.

김 위원장은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복구를 맡은 인민군대를 치하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보기에도 처참하기 그지없던 농촌 마을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흔적도 없이 털어버릴 수도 있는가,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만 같다고 하시면서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은 건 지난 12일 황해북도 은파군 지역을 현지 지도한 지 사훌 만입니다.

속옷 차림으로 침수된 논의 벼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새로 짓고 있는 집들도 둘러봤습니다.

[김충명/인민군 군인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저의 작업 모습을 보아주셨습니다. 그때 난 미장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감격에 겨워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젓갈 공장을 시찰할 때도 인민복 상의를 벗어 리설주 여사에게 맡기고 속옷 차림으로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속옷 차림의 현지 지도 모습을 자주 노출한 바 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속옷 차림으로 인민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빨리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인민들도 힘을 내라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죠. 지도자가 인민 속으로 들어가야 그래야 어려움 속에서도 인민들이 지도자를 믿고 당을 더 잘 믿게 된다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김 위원장은 지난달부터 황해도, 함경도의 태풍 피해 현장을 연이어 찾고 있습니다.

민생 피해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복구가 빠르게 마무리된 곳을 찾음으로써 성과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는 평양 노동당원 만 2천 명을 보내 복구 중인 함경도 지역 상황도 연일 전하고 있습니다.

[강철성/력포구역대대 참모장 : "우리 대대는 공사 일정을 거의 하루 앞당기고 있습니다. 기와 생산도 지금 마감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수해 복구를 통해 체제 선전과 주민 결속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선경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끔히 복구된 황해북도 마을을 가리켜 표현한 말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태풍 피해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 바뀐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요.

특히 ‘문화주택’이라 불리는 북한 농촌의 살림집 내외부가 상세히 공개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붉은색 지붕의 단층과 복층으로 지어진 건물 50여 동이 빼곡히 모여 있습니다. 마치 짜 맞춘듯 네모반듯한 모습.

작업반 단위로 모여 사는 북한 농촌 근로자들의 집단 주택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김 위원장이 향한 곳은 한 다층 건물.

거실 층고부터 아궁이까지 살뜰히 돌아본 김 위원장이 만족한 듯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조선중앙TV : "깨끗하면서도 아담하게, 안팎으로 손색이 없이 잘 건설됐다고 거듭 높이 평가하셨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주택이 농민이 아닌 일반 근로자들을 위한 집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공업 : "근로자는 보건 의사라든가 간호사라든가 뭐 학교 선생님이라든가 이런 분들은 텃밭이 굳이 없어도 즉시즉시 공급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 같은 경우는 아마 다층 살림집에 거주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이 되고..."]

농민들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단층 살림집입니다.

다층집과 가장 구별된 점은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마당 전체를 텃밭으로 꾸민 겁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 "텃밭의 규모가 약간 다른 거를 볼 수가 있어요. 3인이나 6인이나 텃밭을 똑같이 주면 불만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40평 내 이하에서 가족 수가 제일 많은 세대는 조금 더 40평에 꽉 채워서 주고 그것보다 적은 세대는 그것보다 좀 못 미치게 주고 이런 식으로 배치하지 않았을까..."]

은파군의 800여 세대 주택들도 건물이 완공되기 전부터 텃밭을 만들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마당엔 수동 물펌프 등 재래식 수도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추측되는 구덩이도 눈에 띕니다.

북한에선 이러한 주택을 ‘농촌 문화주택’이라 부르는데, 1960년대 초부터 추진한 농업 협동화에 맞춰 농촌 취락들을 집단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문화주택은 부엌과 방, 창고 등 설계가 규격화되어 있는 것은 물론, 살림집뿐만 아니라 문화회관, 탁아소, 학교 등 일종의 편의 시설들도 함께 들어선 것이 특징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사회주의 농촌은 모든 농민들의 건강과 행복과 삶의 질을 최고조로 높이는데 기여하는 문화다라는 거죠. 그래서 서로 남는 것은 나눠먹고 고통도 함께하고 어려움도 함께하고 그러면서 행복감을 높이는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는 거예요."]

주택에 사회주의 생활을 배합한 문화주택은, 도시의 고층 아파트와 더불어 주거 시설의 집단화를 통해 편의를 높이려는 북한 주택정책의 산물로 평가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함경북도의 한 농장을 찾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농촌 마을의 본보기를 다시 수립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9년 10월 : "10여 년 전에 건설한 미곡협동농장 마을이 지금에 와서도 농촌 문화주택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고, 헐어빠진 집을 마스기(부수기) 전에 먼저 일군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러한 낡은 사상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적한 미곡협동농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대 모범 농장으로 평가받던 곳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직접 이곳을 찾으며 ‘전국 농촌의 본보기’라고 선전했지만, 시대가 변화한 만큼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겁니다.

농촌의 혁신과 변화를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은 농촌문화주택 건설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과 부엌이 일자형이었던 단조로운 주택 구조를 탈피하는가 하면, 재래식 화장실이 주택 안쪽으로 들어오는 등의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 "이렇게 조금 더 모여서 살 때는 공동 화장실이라고 그래가지고 뭐 10개면 10개 이렇게 있어서 남자 10칸 여자 10칸 이래서 그 주변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스로 연결해서 메탄가스 저장 장치를 곧바로 들어가게 만들고, 가스 생산해서 자체로 열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마치 1960~70년대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북한의 농촌 문화주택.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본보기 건설이 북한 전체 경제 발전 계획, 나아가 김 위원장의 통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특히 북한처럼 외화난이라든지 경제난 때문에 재정이 충분치 않는 나라는 국가가 특정 마을만 본보기로 만드는 거예요. 성공 케이스로 만들어 놓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마을 다른 도시들이 이걸 따라서 모방해서 비슷하게 건설하라 이거에요. 비록 제한적인 리더십이긴 하지만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줌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던 불안한 민심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런 결과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이 전쟁 없는 한반도를 약속하며 평양에서 손을 맞잡은 지 어느덧 2주년이 됐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찾아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들을 둘러봤는데요.

남북 정상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9.19 공동선언 2주년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남북 정상이 심은 기념수 앞에 선 이 장관은 취임 때부터 이야기했던 ‘작은 접근’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유감스럽지만,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합니다."]

또,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북측도 이행에 화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핵 협의 채널이 복원되고 또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길 희망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 지역인 판문각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쌍안경을 들고 나와 이 장관을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였고, 이 장관도 북측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 달 반 새 태풍 피해지역을 다섯 차례나 방문하며 즉각, 더 좋게 복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재난 복구 정치는 제재와 코로나, 태풍 등 삼중고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으려는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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