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전기만 있었어도”…사람이 죽어도 그대로

입력 2020.09.24 (21:41) 수정 2020.09.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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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진 노동자,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어제(23일)까지 모두 18명입니다.

바로 오늘(24일) 오전에도 경기도 안양의 아파트 신축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2명이 흙더미에 깔렸는데, 2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60대 노동자 1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자는 국회 국민 청원, 마감 사흘을 앞두고 청원 성립요건 10만 명을 넘겼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이제 국회 소관 상임위로 공식 회부된 겁니다.

하지만 재계 등의 반발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데,

노동계는 법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입법이 완료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KBS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지난 7월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40대 하청노동자가 숨졌는데요,

바로 두 달 전 6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던 그 공장입니다.

KBS가 사고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들여다봤더니,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작업도중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개월여 만에 또다시...”]

두 달만에 또 노동자가 숨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하청 노동자의 헛된 죽음, 왜 반복된 걸까.

KBS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원료 저장 시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하청노동자 A씨, 지금까진 추락사고로만 알려졌는데, 조사 결과를 보니, 끼임사고가 먼저였습니다.

사고 당일, 용접 작업을 하려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갔는데, 멈춰 있던 벨트가 갑자기 작동했고, 여기에 끼여 끌려가다 결국 7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조사 보고서는 전원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았고, 원청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정비나 청소 작업을 해야하는데, 현장 상황을 몰랐던 다른 노동자가 전원을 다시 켠 겁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전원차단장치에 잠금 장치까지 걸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관리해야할 원청 담당자,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무전기라도 있었으면 멈춰 달라 요청했을텐데, A씨에겐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신현암/민주노총 강원본부 사무처장 : “위험한 작업들을 하청업체에 맡겨서 현장에서 일을 시키다보니까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부재라든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비 부족 때문에...”]

더 큰 문제는, 대책이 없었던 게 아니란 겁니다.

지난 5월 사고 이후, 삼표시멘트 측은 61쪽 짜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는데요.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며 협력업체 안전을 위해 작업별로 담당자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고, 전원 차단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호에 그친 겁니다.

삼표시멘트에 대해 전반적인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 무려 471 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절차를 진행중이고, 과태료 4억 3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전주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 “과태료를 물어도 일상적으로 안전에 투자하거나 원청에서 하청에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보다 더 비용이 싸니까... (사업주에게) 큰 부담이나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는거죠.”]

최근 5년 동안 제조업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59명.

이중 절반 이상은 정비나 청소 노동자였고, 84%가 전원 차단 관리 부실로 희생됐습니다.

기본적인 현장 관리만 됐어도 막을 수 있었단 얘깁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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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무전기만 있었어도”…사람이 죽어도 그대로
    • 입력 2020-09-24 21:41:53
    • 수정2020-09-24 2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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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진 노동자,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어제(23일)까지 모두 18명입니다.

바로 오늘(24일) 오전에도 경기도 안양의 아파트 신축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2명이 흙더미에 깔렸는데, 2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60대 노동자 1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자는 국회 국민 청원, 마감 사흘을 앞두고 청원 성립요건 10만 명을 넘겼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이제 국회 소관 상임위로 공식 회부된 겁니다.

하지만 재계 등의 반발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데,

노동계는 법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입법이 완료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KBS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지난 7월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40대 하청노동자가 숨졌는데요,

바로 두 달 전 6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던 그 공장입니다.

KBS가 사고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들여다봤더니,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작업도중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개월여 만에 또다시...”]

두 달만에 또 노동자가 숨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하청 노동자의 헛된 죽음, 왜 반복된 걸까.

KBS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원료 저장 시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하청노동자 A씨, 지금까진 추락사고로만 알려졌는데, 조사 결과를 보니, 끼임사고가 먼저였습니다.

사고 당일, 용접 작업을 하려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갔는데, 멈춰 있던 벨트가 갑자기 작동했고, 여기에 끼여 끌려가다 결국 7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조사 보고서는 전원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았고, 원청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정비나 청소 작업을 해야하는데, 현장 상황을 몰랐던 다른 노동자가 전원을 다시 켠 겁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전원차단장치에 잠금 장치까지 걸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관리해야할 원청 담당자,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무전기라도 있었으면 멈춰 달라 요청했을텐데, A씨에겐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신현암/민주노총 강원본부 사무처장 : “위험한 작업들을 하청업체에 맡겨서 현장에서 일을 시키다보니까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부재라든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비 부족 때문에...”]

더 큰 문제는, 대책이 없었던 게 아니란 겁니다.

지난 5월 사고 이후, 삼표시멘트 측은 61쪽 짜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는데요.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며 협력업체 안전을 위해 작업별로 담당자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고, 전원 차단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호에 그친 겁니다.

삼표시멘트에 대해 전반적인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 무려 471 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절차를 진행중이고, 과태료 4억 3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전주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 “과태료를 물어도 일상적으로 안전에 투자하거나 원청에서 하청에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보다 더 비용이 싸니까... (사업주에게) 큰 부담이나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는거죠.”]

최근 5년 동안 제조업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59명.

이중 절반 이상은 정비나 청소 노동자였고, 84%가 전원 차단 관리 부실로 희생됐습니다.

기본적인 현장 관리만 됐어도 막을 수 있었단 얘깁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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