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도 몰락도 없던 6년…이재용 경영 시험대로

입력 2020.10.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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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재용의 삼성’ 6년 전 시작됐지만
하만 인수·방산과 화학 매각 결정 평가 엇갈려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6년간 평균이 7년 전과 같아
‘e삼성’ 부정적 평가

1995년 ‘애니콜 화형식’1995년 ‘애니콜 화형식’

■정경유착과 '애니콜 화형식'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립니다. 삼성 X파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과 비자금 뿐 아니라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불법 승계 등 이건희 회장이 잘못했거나 경영자로 책임을 져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1995년 열린 '애니콜 화형식'은 이건희식 '카리스마적 경영'의 상징입니다.

휴대폰 불량률이 치솟았을 때였습니다. 이건희 회장 지시로 삼성 휴대폰 15만 대를 수거해 해머로 부수고 불태우는 결의식이 열린 것입니다. 충격요법 때문인지 이후 소비자의 신뢰는 높아졌습니다.

이건희 회장도 자동차 진출 등 실패로 끝난 결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여러 위기 속에 꾸준히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높이 평가됩니다.

특히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등 대중 앞에서 소신을 자주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최근의 재계 총수들은 기자회견이 매우 드물고 저마다 소신을 밝히기를 꺼려하는데요. 그래서 더 이 회장의 말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강렬합니다.

■ 이건희 시대 2013년 영업이익 36조 8천억 원…'이재용 전면' 이후 6년 평균과 같아

이 회장과 비교하면 경영자로서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성적은 어떨까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사실상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이끌던 2013년 까지의 삼성전자 실적과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의 실적을 비교해봤습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36조 8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후 6년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평균도 36조 8천억 원으로 같습니다.

삼성의 주력인 D램 사업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다 보니 해마다 큰 편차가 있었지만 6년을 놓고 보니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 연도와 영업이익은 같은 것입니다.

이 성적표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총수가 바뀐 상황에서 전과 같은 실적을 낸 셈이기에 괜찮게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된 이후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9조 원으로 전장업체 하만 인수…성과는 미지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5월 이후 삼성의 주목되는 행보는 계열사 매각입니다. 삼성 테크윈과 탈레스 등 방산과 일부 화학 계열사는 한화에 매각했고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케미컬부문 등 다른 화학 계열사는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삼성이 롯데와 한화에 매각한 회사들은 두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로 자리잡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토탈은 지난해까지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고, 방산 부문도 꽤 선방하고 있다"면서 인수가 성공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알짜' 계열사를 판 삼성은 이후 2016년 이번에는 그때까지 역대 최대 자금인 9조 원을 들여서 스피커와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드는 하만을 인수합니다.

인수전 하만의 2016년 영업이익은 8천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인수 이후 삼성전자 하만 부문의 2017년 영업이익은 574억 원으로 급감했고 2018년은 1617억 원에 그쳤습니다. 지난해는 3223억 원으로 개선되는 추세는 맞지만, 여전히 인수 전보다 저조합니다.

인수 비용이 비용에 반영된다는 점이나, 전기차 시대 전장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재용의 성과'라고 보기에는 아직은 아쉬운 실적입니다.

■비메모리에 133조 투자…'3세 경영능력' 입증 필요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10년간 133조 원을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넘어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인데요. 이재용 시대 삼성전자가 내놓은 가장 큰 청사진이었습니다.

비메모리 분야 중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세계 1위 TSMC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성과나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서 계획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의 팀 쿡이나 AMD의 리사 수 등 글로벌 IT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재벌 3세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들로 기술자로 현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인물들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투자자 혹은 경영자로 나섰다가 실패한 'e삼성' 등을 들어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더 이상 다음 대로 승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 삼성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것이고 '책임경영'을 구현할지 그 해법을 기대합니다. 가능하면 이건희 회장처럼 스스로 대중 앞에서 소신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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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약도 몰락도 없던 6년…이재용 경영 시험대로
    • 입력 2020-10-28 07:01:54
    취재K
‘이재용의 삼성’ 6년 전 시작됐지만<br />하만 인수·방산과 화학 매각 결정 평가 엇갈려<br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6년간 평균이 7년 전과 같아<br />‘e삼성’ 부정적 평가
1995년 ‘애니콜 화형식’
■정경유착과 '애니콜 화형식'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립니다. 삼성 X파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과 비자금 뿐 아니라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불법 승계 등 이건희 회장이 잘못했거나 경영자로 책임을 져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1995년 열린 '애니콜 화형식'은 이건희식 '카리스마적 경영'의 상징입니다.

휴대폰 불량률이 치솟았을 때였습니다. 이건희 회장 지시로 삼성 휴대폰 15만 대를 수거해 해머로 부수고 불태우는 결의식이 열린 것입니다. 충격요법 때문인지 이후 소비자의 신뢰는 높아졌습니다.

이건희 회장도 자동차 진출 등 실패로 끝난 결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여러 위기 속에 꾸준히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높이 평가됩니다.

특히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등 대중 앞에서 소신을 자주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최근의 재계 총수들은 기자회견이 매우 드물고 저마다 소신을 밝히기를 꺼려하는데요. 그래서 더 이 회장의 말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강렬합니다.

■ 이건희 시대 2013년 영업이익 36조 8천억 원…'이재용 전면' 이후 6년 평균과 같아

이 회장과 비교하면 경영자로서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성적은 어떨까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사실상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이끌던 2013년 까지의 삼성전자 실적과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의 실적을 비교해봤습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36조 8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후 6년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평균도 36조 8천억 원으로 같습니다.

삼성의 주력인 D램 사업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다 보니 해마다 큰 편차가 있었지만 6년을 놓고 보니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 연도와 영업이익은 같은 것입니다.

이 성적표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총수가 바뀐 상황에서 전과 같은 실적을 낸 셈이기에 괜찮게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된 이후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9조 원으로 전장업체 하만 인수…성과는 미지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5월 이후 삼성의 주목되는 행보는 계열사 매각입니다. 삼성 테크윈과 탈레스 등 방산과 일부 화학 계열사는 한화에 매각했고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케미컬부문 등 다른 화학 계열사는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삼성이 롯데와 한화에 매각한 회사들은 두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로 자리잡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토탈은 지난해까지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고, 방산 부문도 꽤 선방하고 있다"면서 인수가 성공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알짜' 계열사를 판 삼성은 이후 2016년 이번에는 그때까지 역대 최대 자금인 9조 원을 들여서 스피커와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드는 하만을 인수합니다.

인수전 하만의 2016년 영업이익은 8천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인수 이후 삼성전자 하만 부문의 2017년 영업이익은 574억 원으로 급감했고 2018년은 1617억 원에 그쳤습니다. 지난해는 3223억 원으로 개선되는 추세는 맞지만, 여전히 인수 전보다 저조합니다.

인수 비용이 비용에 반영된다는 점이나, 전기차 시대 전장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재용의 성과'라고 보기에는 아직은 아쉬운 실적입니다.

■비메모리에 133조 투자…'3세 경영능력' 입증 필요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10년간 133조 원을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넘어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인데요. 이재용 시대 삼성전자가 내놓은 가장 큰 청사진이었습니다.

비메모리 분야 중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세계 1위 TSMC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성과나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서 계획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의 팀 쿡이나 AMD의 리사 수 등 글로벌 IT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재벌 3세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들로 기술자로 현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인물들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투자자 혹은 경영자로 나섰다가 실패한 'e삼성' 등을 들어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더 이상 다음 대로 승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 삼성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것이고 '책임경영'을 구현할지 그 해법을 기대합니다. 가능하면 이건희 회장처럼 스스로 대중 앞에서 소신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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