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취재후] ‘주식 부자’ 국회의원 들여다보니…

입력 2020.11.19 (11:01) 수정 2020.11.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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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초선 국회의원 단체 사진

21대 초선 국회의원 단체 사진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권한은 방대합니다. 입법은 물론 국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도 지닙니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하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와 함께 21대 국회의원의 주식 보유 실태와 법의 허점에 대해 취재,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 '3,000만 원 이상 주식' 65명...민주당 30명·국민의힘 28명

이번 달, 인사혁신처는 21대 국회의원의 첫 주식 백지신탁 심사와 결과 통보를 마쳤습니다. 취재팀은 인사혁신처와 국회 감사관실에 백지신탁 심사 의원 명단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대부분 '비공개'라는 결정을 받고, 직접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본인과 재산공개 대상인 가족 주식을 합쳐 3,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를 추렸고, 각 의원실이나 보좌진에 직접 전화로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조사 내용은 '직무 관련성' 심사 신청 여부, 심사 결과, 주식 처분 상황(매각·신탁), 그리고 가족 회사(본인이나 가족이 주주이면서 본인 혹은 가족이 경영했거나 현재 경영하는 경우) 여부였습니다.


총선 당시 재산신고(2019년 12월 31일 기준)와 지난 8월 재산신고(2020년 5월 30일 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보니,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65명이었습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0명, 국민의힘 28명, 무소속 3명, 열린민주당 2명, 시대전환 1명, 국민의당 1명입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는 의원이 심사 신청을 하면 이뤄집니다. 65명 가운데 40명이 '상임위 배정을 받았는데, 주식과 직무가 이해충돌하는지 봐달라'고 신청했습니다.

24명은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 '심사받기 전에 자진해서 주식을 매각했다'는 대답이 15명이었습니다. 대부분 상임위와 충돌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정리한 겁니다. 실제로 국회 공보 등을 확인한 결과,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일부 매각해 3,000만 원 이하로 '심사 기준'을 맞췄습니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이어서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경우는 5명, 20대 임기 때 심사를 받았고 변동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새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경우는 4명이었습니다.

다만 한 명은 KBS의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절차대로 했다"며 내용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홍 의원은 기재위 소속으로, 배우자가 5,000만 원어치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또 인사혁신처는 기재위에 대해선 '폭넓게'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 역시 심사 신청을 하고 '직무 관련성 있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국토위·과방위 소속 의원, '직무 관련 주식' 최다

취재팀의 전수 조사 결과, 심사를 받은 40명 가운데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은 26명이었습니다. (홍익표 의원 제외. 국회 감사관실 통계는 27명.)

상임위 별로 보면 국토위, 과방위, 예결위가 5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상위에 오른 상임위를 보면, 의원들이 어느 종목에 크게 투자했는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건설 관련사 주식이나 과학기술 분야 주식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예결위는 국가기관 전반의 예산을 다루기 때문에 어느 종목을 보유하고 있든지 '이해충돌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다음은 문체위(4건), 산자위·운영위(3건), 정무위·기재위(2건), 국방위·복지위·정보위·법사위·외통위(1건) 순이었습니다. (중복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임위가 있어 의원 명수보다 상임위 개수가 많습니다.)

상임위와 직무가 '관련 없다'는 통보를 받은 건 14명입니다. 심사 실태, 정당별로는 다음 그래프와 같습니다.


■ 주식 보유액 상위 10명, 모두 '가족 회사'

주식 보유 액수가 많은 의원 10명을 꼽아보면 전봉민(858억 원·국민의힘), 한무경(327억 원·국민의힘), 이상직(168억 원·무소속), 백종헌(86억 원·국민의힘), 이주환(80억 원·국민의힘), 윤상현(61억 원·무소속), 조명희(47억 원·국민의힘), 문진석(43억 원·민주당), 강기윤(41억 원·국민의힘), 박정(30억 원·민주당) 의원 순이었습니다.

10명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설립하거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의원들입니다. 그래서 가족 회사를 중심으로 다시 살펴봤습니다.



조사 대상 65명 중 가족회사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15명입니다. 이 중 14명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나머지 1명은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인데, 20대 임기 때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즉, 가족회사 주식 보유 의원 전원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은 셈입니다.

14명 중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받은 건 10명입니다.

가족과 관련 없는 일반회사 주식으로 심사 신청한 경우(26명)에는 16명이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 '가족회사' 직무 관련 결정 6명...3명 "주식 못 팔아"

한무경·이상직·조명희·문진석·이영·윤주경 의원 6명은 '가족회사 주식' 때문에 '직무 관련'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한무경·문진석·윤주경 의원은 주식을 신탁했습니다.

조명희·이영 의원은 주식 처분 대신 상임위 변경을 선택했습니다. KBS 취재가 계속되자 법적 '직무 변경 기한'을 넘겨 상임위를 변경했습니다. '이스타 사태'로 증권이 담보로 잡혀 주식 처분이 어려운 이상직 의원은 "고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주환·윤상현·박정·허은아 의원은 가족회사 주식을 갖고는 있지만, 다른 일반회사 주식 때문에 '직무 관련'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해당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3,000만 원 이하로 유지했습니다.


■ 백지신탁 해도 '이해충돌' 가능성 여전...의원들 스스로 바꿔야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생긴 지 올해로 15년. 그러나 아직 허점이 많습니다. 백지신탁 했다 해도, '매각'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임기를 마친 뒤 주식은 도로 본인 몫으로 돌아옵니다. 미래를 보고 얼마든지 사익을 추구하는 '슬기로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단 겁니다.

그래서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직무 관련 상임위에 머물 수 없도록 법을 한 번 바꿨습니다. 이것도 유명무실합니다. 주식 관련 직무에 관여하면 매 분기 이 내용을 의원 스스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 감사관실은 "한 번도 신고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회의 발언이나 발의한 법안 때문에 주식이 올랐다고 바로 연결 짓기가 어려운 탓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백지신탁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상임위를 무조건 바꾸게 하거나, 상시 감시 기구를 두자는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다시 이뤄지고는 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이제 6개월 차입니다. 법으로 허점을 메우는 것도, 직무와 사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국회가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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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9 11:01:10
    • 수정2020-11-19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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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초선 국회의원 단체 사진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권한은 방대합니다. 입법은 물론 국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도 지닙니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하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와 함께 21대 국회의원의 주식 보유 실태와 법의 허점에 대해 취재,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 '3,000만 원 이상 주식' 65명...민주당 30명·국민의힘 28명

이번 달, 인사혁신처는 21대 국회의원의 첫 주식 백지신탁 심사와 결과 통보를 마쳤습니다. 취재팀은 인사혁신처와 국회 감사관실에 백지신탁 심사 의원 명단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대부분 '비공개'라는 결정을 받고, 직접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본인과 재산공개 대상인 가족 주식을 합쳐 3,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를 추렸고, 각 의원실이나 보좌진에 직접 전화로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조사 내용은 '직무 관련성' 심사 신청 여부, 심사 결과, 주식 처분 상황(매각·신탁), 그리고 가족 회사(본인이나 가족이 주주이면서 본인 혹은 가족이 경영했거나 현재 경영하는 경우) 여부였습니다.


총선 당시 재산신고(2019년 12월 31일 기준)와 지난 8월 재산신고(2020년 5월 30일 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보니,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65명이었습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0명, 국민의힘 28명, 무소속 3명, 열린민주당 2명, 시대전환 1명, 국민의당 1명입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는 의원이 심사 신청을 하면 이뤄집니다. 65명 가운데 40명이 '상임위 배정을 받았는데, 주식과 직무가 이해충돌하는지 봐달라'고 신청했습니다.

24명은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 '심사받기 전에 자진해서 주식을 매각했다'는 대답이 15명이었습니다. 대부분 상임위와 충돌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정리한 겁니다. 실제로 국회 공보 등을 확인한 결과,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일부 매각해 3,000만 원 이하로 '심사 기준'을 맞췄습니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이어서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경우는 5명, 20대 임기 때 심사를 받았고 변동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새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경우는 4명이었습니다.

다만 한 명은 KBS의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절차대로 했다"며 내용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홍 의원은 기재위 소속으로, 배우자가 5,000만 원어치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또 인사혁신처는 기재위에 대해선 '폭넓게'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 역시 심사 신청을 하고 '직무 관련성 있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국토위·과방위 소속 의원, '직무 관련 주식' 최다

취재팀의 전수 조사 결과, 심사를 받은 40명 가운데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은 26명이었습니다. (홍익표 의원 제외. 국회 감사관실 통계는 27명.)

상임위 별로 보면 국토위, 과방위, 예결위가 5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상위에 오른 상임위를 보면, 의원들이 어느 종목에 크게 투자했는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건설 관련사 주식이나 과학기술 분야 주식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예결위는 국가기관 전반의 예산을 다루기 때문에 어느 종목을 보유하고 있든지 '이해충돌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다음은 문체위(4건), 산자위·운영위(3건), 정무위·기재위(2건), 국방위·복지위·정보위·법사위·외통위(1건) 순이었습니다. (중복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임위가 있어 의원 명수보다 상임위 개수가 많습니다.)

상임위와 직무가 '관련 없다'는 통보를 받은 건 14명입니다. 심사 실태, 정당별로는 다음 그래프와 같습니다.


■ 주식 보유액 상위 10명, 모두 '가족 회사'

주식 보유 액수가 많은 의원 10명을 꼽아보면 전봉민(858억 원·국민의힘), 한무경(327억 원·국민의힘), 이상직(168억 원·무소속), 백종헌(86억 원·국민의힘), 이주환(80억 원·국민의힘), 윤상현(61억 원·무소속), 조명희(47억 원·국민의힘), 문진석(43억 원·민주당), 강기윤(41억 원·국민의힘), 박정(30억 원·민주당) 의원 순이었습니다.

10명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설립하거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의원들입니다. 그래서 가족 회사를 중심으로 다시 살펴봤습니다.



조사 대상 65명 중 가족회사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15명입니다. 이 중 14명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나머지 1명은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인데, 20대 임기 때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즉, 가족회사 주식 보유 의원 전원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은 셈입니다.

14명 중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받은 건 10명입니다.

가족과 관련 없는 일반회사 주식으로 심사 신청한 경우(26명)에는 16명이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 '가족회사' 직무 관련 결정 6명...3명 "주식 못 팔아"

한무경·이상직·조명희·문진석·이영·윤주경 의원 6명은 '가족회사 주식' 때문에 '직무 관련'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한무경·문진석·윤주경 의원은 주식을 신탁했습니다.

조명희·이영 의원은 주식 처분 대신 상임위 변경을 선택했습니다. KBS 취재가 계속되자 법적 '직무 변경 기한'을 넘겨 상임위를 변경했습니다. '이스타 사태'로 증권이 담보로 잡혀 주식 처분이 어려운 이상직 의원은 "고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주환·윤상현·박정·허은아 의원은 가족회사 주식을 갖고는 있지만, 다른 일반회사 주식 때문에 '직무 관련'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해당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3,000만 원 이하로 유지했습니다.


■ 백지신탁 해도 '이해충돌' 가능성 여전...의원들 스스로 바꿔야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생긴 지 올해로 15년. 그러나 아직 허점이 많습니다. 백지신탁 했다 해도, '매각'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임기를 마친 뒤 주식은 도로 본인 몫으로 돌아옵니다. 미래를 보고 얼마든지 사익을 추구하는 '슬기로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단 겁니다.

그래서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직무 관련 상임위에 머물 수 없도록 법을 한 번 바꿨습니다. 이것도 유명무실합니다. 주식 관련 직무에 관여하면 매 분기 이 내용을 의원 스스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 감사관실은 "한 번도 신고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회의 발언이나 발의한 법안 때문에 주식이 올랐다고 바로 연결 짓기가 어려운 탓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백지신탁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상임위를 무조건 바꾸게 하거나, 상시 감시 기구를 두자는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다시 이뤄지고는 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이제 6개월 차입니다. 법으로 허점을 메우는 것도, 직무와 사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국회가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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