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운동처방사 징역 8년…양형 이유는?

입력 2021.01.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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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한 운동처방사 안모 씨 지난해 7월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한 운동처방사 안모 씨

철인3종 유망주였던 경주시청 소속 고 최숙현 선수. 지난해 6월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주범 중 한 명인 운동처방사 안 모씨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안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는데요. 안 씨가 저지른 구체적 범행 내용과 양형의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거짓말 한다고 폭행"...무면허 의료행위에 2억여 원 편취까지

안 씨는 개인병원의 물리치료실 보조원으로 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주시청 철인3종팀 장모 선수의 재활치료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철인3종팀 운동처방사로 본격 일하게 됐습니다. 안 씨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음에도, 이른바 '팀닥터'로 불리며 활동한 겁니다. 안 씨는 외국에서 의학 공부를 하거나 의사 자격이 없지만 마치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대학병원 교수인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안 씨는 선수들을 상대로 수기치료와 물리치료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상습적으로 해왔고, 그 대가로 치료비까지 받았습니다. 지난 7년 간 고 최숙현 선수 등 선수 21명에게 받은 치료비만 2억 6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의사가 아님에도 영리 목적으로 의료 행위를 한 겁니다. 심지어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음에도 정강이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를 치료한다며, 수기치료를 하다 해당 선수에게 상해를 입히기까지 했습니다.

안 씨의 범죄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안 씨는 마사지나 근육을 풀어준다는 이유로 9명의 여자 선수들을 강제 추행하고, 한 명의 여자선수를 유사강간까지 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에게 한 가혹행위도 구체적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안 씨는 최 선수가 아침에 복숭아를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뺨을 20차례 때리고 가슴을 가격하는 등 수 차례 폭행했습니다. 최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수 년간 안 씨로부터 가혹행위를 상습적으로 당한 겁니다.

검찰이 안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사기, 업무상과실치상, 폭행 등 6가지에 달합니다.

법정으로 들어서는 운동처방사 안모 씨법정으로 들어서는 운동처방사 안모 씨

■"팀닥터라는 우월적 지위 이용...초범 고려"

대구지방법원은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운동처방사 안 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과 내용, 피해 정도를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상당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은 팀닥터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구타와 폭행, 성추행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또한 고 최숙현 선수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안 씨는 현재까지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안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내용을 인정하는 점과 초범이라는 점이 사실상 감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겁니다.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는 고 최숙현 선수 가족과 동료 선수들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는 고 최숙현 선수 가족과 동료 선수들

■고 최숙현 선수 가족들과 동료 선수들의 바람은?

선고 직후 고 최숙현 선수 가족들과 동료 선수들은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생각보다 형량이 낮게 선고됐다는 겁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인 최영희 씨는 취재진들을 만나 "피해자들이 수년 간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이 됐다는 게 솔직히 아쉽다"라며 "숙현이가 세상을 등지며 '운동 가혹 행위'의 심각성을 몸으로 표시했다고 생각한다. 딸이 마지막 문자로 '진실을 밝혀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사회적 관심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찾은 동료 선수 두 명도 "당한 것에 비해 죗값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정의 안 씨를 보고 착잡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철인3종팀 김모 감독과 장모 선수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9년과 5년이 구형된 상황.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29일 예정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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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운동처방사 징역 8년…양형 이유는?
    • 입력 2021-01-22 21:55:25
    취재K
지난해 7월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한 운동처방사 안모 씨
철인3종 유망주였던 경주시청 소속 고 최숙현 선수. 지난해 6월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주범 중 한 명인 운동처방사 안 모씨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안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는데요. 안 씨가 저지른 구체적 범행 내용과 양형의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거짓말 한다고 폭행"...무면허 의료행위에 2억여 원 편취까지

안 씨는 개인병원의 물리치료실 보조원으로 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주시청 철인3종팀 장모 선수의 재활치료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철인3종팀 운동처방사로 본격 일하게 됐습니다. 안 씨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음에도, 이른바 '팀닥터'로 불리며 활동한 겁니다. 안 씨는 외국에서 의학 공부를 하거나 의사 자격이 없지만 마치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대학병원 교수인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안 씨는 선수들을 상대로 수기치료와 물리치료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상습적으로 해왔고, 그 대가로 치료비까지 받았습니다. 지난 7년 간 고 최숙현 선수 등 선수 21명에게 받은 치료비만 2억 6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의사가 아님에도 영리 목적으로 의료 행위를 한 겁니다. 심지어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음에도 정강이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를 치료한다며, 수기치료를 하다 해당 선수에게 상해를 입히기까지 했습니다.

안 씨의 범죄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안 씨는 마사지나 근육을 풀어준다는 이유로 9명의 여자 선수들을 강제 추행하고, 한 명의 여자선수를 유사강간까지 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에게 한 가혹행위도 구체적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안 씨는 최 선수가 아침에 복숭아를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뺨을 20차례 때리고 가슴을 가격하는 등 수 차례 폭행했습니다. 최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수 년간 안 씨로부터 가혹행위를 상습적으로 당한 겁니다.

검찰이 안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사기, 업무상과실치상, 폭행 등 6가지에 달합니다.

법정으로 들어서는 운동처방사 안모 씨
■"팀닥터라는 우월적 지위 이용...초범 고려"

대구지방법원은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운동처방사 안 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과 내용, 피해 정도를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상당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은 팀닥터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구타와 폭행, 성추행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또한 고 최숙현 선수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안 씨는 현재까지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안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내용을 인정하는 점과 초범이라는 점이 사실상 감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겁니다.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는 고 최숙현 선수 가족과 동료 선수들
■고 최숙현 선수 가족들과 동료 선수들의 바람은?

선고 직후 고 최숙현 선수 가족들과 동료 선수들은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생각보다 형량이 낮게 선고됐다는 겁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인 최영희 씨는 취재진들을 만나 "피해자들이 수년 간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이 됐다는 게 솔직히 아쉽다"라며 "숙현이가 세상을 등지며 '운동 가혹 행위'의 심각성을 몸으로 표시했다고 생각한다. 딸이 마지막 문자로 '진실을 밝혀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사회적 관심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찾은 동료 선수 두 명도 "당한 것에 비해 죗값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정의 안 씨를 보고 착잡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철인3종팀 김모 감독과 장모 선수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9년과 5년이 구형된 상황.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29일 예정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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