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도 하청도 “책임 없다”…건설 노동자들만 설움

입력 2021.02.09 (21:30) 수정 2021.02.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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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조 6천억 원 임금체불 보고서.

어제(8일)에 이어 오늘(9일)도 보도 이어갑니다.

명절을 앞둔 이맘때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하소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원청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동안 애꿎은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이곳에서 두 달간 일한 일용직 노동자는 한 달치 임금 35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음성변조 : "대기업 같은 경우 웬만하면 (임금이) 제때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

이렇게 임금이 체불된 하도급 업체는 취재진이 파악한 곳만 최소 세 곳.

한 하도급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원청인 삼성물산에서 처리해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도급업체 관계자 : "(돈이 안 나왔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저희가 받아놓고 안 준 건 아니고…저희도 못 받았어요. 못 받아서 저희쪽 직원들하고 다 급여가 안 나온 상황이고…."]

반면 삼성물산은 매달 공사에 드는 비용을 '공정률'을 기준 삼아 지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입장 차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하청업체는 공사에 투입된 인건비와 자재에 대한 추가 공사 비용을 요구하는 반면, 원청업체는 공정률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정산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애꿎은 일용직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건데, KBS 취재가 진행되어서야 부랴부랴 밀린 임금은 지급됐습니다.

["임금체불 해결하라! SK 돈 내놔라!"]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반도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원청 시공사인 SK건설 현장사무실을 점거했습니다.

이들이 소속된 재하청 업체가 석 달 치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B 씨/임금체불 노동자/음성변조 : "뭐 이런 데가 있나 싶고. 저희는 죽어라 일만 열심히 해줬고 했는데도 제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게 정말 화가 나죠."]

SK 건설 측은 재하청업체가 체불한 임금을 대신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노동부가 집계한 건설업계 임금체불 금액은 2천 7백억 원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제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B 씨/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음성변조 :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노동부에서."]

전문가들은 2019년부터 공공 발주 현장에 의무적으로 적용된 '임금직접지급제'를 대안으로 거론합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돈을 줄 때 노동자 몫의 급여를 인출하지 못하도록 금융기관에 묶어두는 겁니다.

[이종수/참여연대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이 제도를 통해서 실제로 공공부문 건설현장에서의 임금 체불액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 이것이 민간 부문에 확장되기에는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가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고요."]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김형준/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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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청도 하청도 “책임 없다”…건설 노동자들만 설움
    • 입력 2021-02-09 21:30:23
    • 수정2021-02-09 22:09:33
    뉴스 9
[앵커]

1조 6천억 원 임금체불 보고서.

어제(8일)에 이어 오늘(9일)도 보도 이어갑니다.

명절을 앞둔 이맘때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하소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원청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동안 애꿎은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이곳에서 두 달간 일한 일용직 노동자는 한 달치 임금 35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음성변조 : "대기업 같은 경우 웬만하면 (임금이) 제때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

이렇게 임금이 체불된 하도급 업체는 취재진이 파악한 곳만 최소 세 곳.

한 하도급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원청인 삼성물산에서 처리해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도급업체 관계자 : "(돈이 안 나왔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저희가 받아놓고 안 준 건 아니고…저희도 못 받았어요. 못 받아서 저희쪽 직원들하고 다 급여가 안 나온 상황이고…."]

반면 삼성물산은 매달 공사에 드는 비용을 '공정률'을 기준 삼아 지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입장 차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하청업체는 공사에 투입된 인건비와 자재에 대한 추가 공사 비용을 요구하는 반면, 원청업체는 공정률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정산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애꿎은 일용직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건데, KBS 취재가 진행되어서야 부랴부랴 밀린 임금은 지급됐습니다.

["임금체불 해결하라! SK 돈 내놔라!"]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반도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원청 시공사인 SK건설 현장사무실을 점거했습니다.

이들이 소속된 재하청 업체가 석 달 치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B 씨/임금체불 노동자/음성변조 : "뭐 이런 데가 있나 싶고. 저희는 죽어라 일만 열심히 해줬고 했는데도 제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게 정말 화가 나죠."]

SK 건설 측은 재하청업체가 체불한 임금을 대신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노동부가 집계한 건설업계 임금체불 금액은 2천 7백억 원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제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B 씨/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음성변조 :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노동부에서."]

전문가들은 2019년부터 공공 발주 현장에 의무적으로 적용된 '임금직접지급제'를 대안으로 거론합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돈을 줄 때 노동자 몫의 급여를 인출하지 못하도록 금융기관에 묶어두는 겁니다.

[이종수/참여연대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이 제도를 통해서 실제로 공공부문 건설현장에서의 임금 체불액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 이것이 민간 부문에 확장되기에는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가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고요."]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김형준/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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