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 비상…“열악한 노동환경 짚어봐야”

입력 2021.03.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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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의 한 유리제조업체에서는 어제(4일)과 오늘(5일), 확진자 17명이 나왔는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육가공업체 두 곳에서만 일주일새 외국인 직원들이 50명 가까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보은과 영동의 철강 제조업체에서도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북의 외국인 확진자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두 달여 만에 100명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확진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입국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집단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겁니다.


■ "지난달 말, '집단감염' 급증… 기숙사 단체 생활 영향"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이 급증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부터입니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감염이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 타향살이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설 연휴 동안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같은 국적 사람들을 만나면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와 기숙사에서 단체 생활하는 점도 집단감염의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악한 주거 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방역에 취약하다"면서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이 되고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외국인 근로자 연쇄 감염은 지난해 외국인 이주노동자 감염이 확산했던 싱가포르 사례와 유사합니다. 거주지근무지밀집, 밀접, 밀폐라는 이른바 '3밀 특성'이 있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입니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불법 체류자로 추방될까 두려워 검사에 잘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 외국인 근로자 선제 검사…"방역 홍보 필요"

결국, 충청북도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 13,700여 명을 선제검사하기로 했습니다. 검사를 망설이는 외국인들을 먼저 검사해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현재 충북 지역에 등록된 외국인만 35,000여 명이나 되고, 미등록 외국인은 파악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수현 충청북도 감염병관리과장은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가 많아서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내국인보다 기초 역학조사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건 분야를 넘어 전방위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감염은 노동 문제와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김우주 교수는 "방역 당국이 이주노동자를 개별 접촉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주나 종교 지도자는 물론 지역 커뮤니티 리더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검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 다양한 언어로 방역수칙을 홍보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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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 비상…“열악한 노동환경 짚어봐야”
    • 입력 2021-03-05 19:51:48
    취재K

충북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의 한 유리제조업체에서는 어제(4일)과 오늘(5일), 확진자 17명이 나왔는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육가공업체 두 곳에서만 일주일새 외국인 직원들이 50명 가까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보은과 영동의 철강 제조업체에서도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북의 외국인 확진자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두 달여 만에 100명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확진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입국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집단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겁니다.


■ "지난달 말, '집단감염' 급증… 기숙사 단체 생활 영향"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이 급증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부터입니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감염이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 타향살이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설 연휴 동안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같은 국적 사람들을 만나면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와 기숙사에서 단체 생활하는 점도 집단감염의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악한 주거 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방역에 취약하다"면서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이 되고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외국인 근로자 연쇄 감염은 지난해 외국인 이주노동자 감염이 확산했던 싱가포르 사례와 유사합니다. 거주지근무지밀집, 밀접, 밀폐라는 이른바 '3밀 특성'이 있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입니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불법 체류자로 추방될까 두려워 검사에 잘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 외국인 근로자 선제 검사…"방역 홍보 필요"

결국, 충청북도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 13,700여 명을 선제검사하기로 했습니다. 검사를 망설이는 외국인들을 먼저 검사해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현재 충북 지역에 등록된 외국인만 35,000여 명이나 되고, 미등록 외국인은 파악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수현 충청북도 감염병관리과장은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가 많아서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내국인보다 기초 역학조사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건 분야를 넘어 전방위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감염은 노동 문제와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김우주 교수는 "방역 당국이 이주노동자를 개별 접촉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주나 종교 지도자는 물론 지역 커뮤니티 리더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검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 다양한 언어로 방역수칙을 홍보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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